1. 15일 대법원은 개별 조합원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엄격히 판단해야 한다는 판결을 선고했다. 현대차 5건과 쌍용차 1건 등 모두 6건의 판결을 대법원 1부와 3부에서 잇따라 선고한 것인데, 이러한 대법원 판결이 나오자 집권 국민의힘과 전경련 등 사용자들의 단체는 비판을 쏟아냈다. 특히 현재 국회에서 입법 추진 중인 노란봉투법과 맞물려 이번 대법원 판결이 그 입법의 정당성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노동단체를 중심으로 신속한 입법을 촉구했다. 그러자 고용노동부는 15일과 18일 두 차례나 보도참고자료를 내 “해당 판결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안의 근거가 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2023.6.19. 매일노동뉴스).
2. 이번 판결들은 2009년 쌍용차에서 있었던 옥쇄파업과 2010년 현대차에서 있었던 비정규직의 생산라인 점거투쟁에 대한 것이다. 쌍용차 사건은 사측의 대규모 정리해고 등 구조조정에 맞서 당시 금속노조 쌍용차지부가 주도해서 평택공장을 점거해서 옥쇄파업 투쟁을 전개한 것이다. 경찰의 무자비한 진압이 크게 문제됐다. 현대차 비정규직투쟁은 2010년 7월 최병승 사건에서 대법원의 불법파견 판결이 나오자 현대차비정규직지회가 중심이 돼 원청 현대차를 상대로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생산라인 점거농성을 한 것이다. 모두가 법원에서 위법 쟁의행위로 판단돼 그동안 손해배상 책임의 범위를 둘러싸고 다퉈 왔던 사건들이었다. 당초 원고 현대차, 쌍용차가 수백억 원의 손해배상을 노동조합과 그 조합원을 상대로 청구해 사회적으로 크게 논란이 됐다. 노란봉투법을 입법추진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원고 쌍용차, 현대차 등 사용자들 주장은 단순하다. 불법파업을 했으니 그 파업투쟁을 주도한 노동조합은 물론 그에 참여한 조합원들은 생산 차질에 따른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옥쇄파업, 생산라인 점거투쟁이라는 불법행위로 회사의 조업 중단이 발생해서 고정비용 상당의 손해를 입었으니 그 손해를 그 쟁의행위를 주도한 노동조합과 이에 참가한 조합원들이 배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나라에서 사용자들에게 이런 손해배상청구는 지극히 당연하다. 불법파업이라는 불법행위를 노동조합이 주도하고 그 조합원들이 참가한 것이니 노동조합과 조합원들은 부진정연대책임를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공동불법행위자의 손해배상 책임의 법리고, 이는 우리 법원에서 반복해서 선언해 온 판례 법리라는 것이다. 바로 이러한 법리를 믿고서 이 나라에서 사용자들은 쌍용차, 현대차 등 노동자들의 파업투쟁에 대해서 손해배상청구로 대응해 왔던 것이다.
3. 18일 보도참고자료를 통해서 이정식 고용노동부장관은 “우리 노사관계는 법을 준수하는 상생의 관계를 지향해 왔는데, 이러한 노력을 후퇴시켜 불법파업을 조장하고 법치주의를 훼손하는 방식은 결코 용인될 수 없다”며 이번 대법원 판결이 국회에서 입법추진 중인 노란봉투법의 근거가 될 수 없다고 밝혔다. 따지고 보면, 이런 장관의 말은 위와 같은 공동불법행위(자)에 대한 부진정연대책임이라는 원칙에 대한 확고한 믿음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싶다. 현재 국회에서 입법추진 중인 노란봉투법은 노조법 제3조에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경우 각 손해의 배상의무자별로 귀책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임 범위를 정하도록 하고 있는데, 장관은 이것이 못마땅한 것이다. 이 나라 노동부 장관은 이런 노란봉투법이 공동불법행위자는 부진정연대책임을 져야 하는 것인데 노동조합과 노조간부, 조합원별로 귀책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임 범위를 달리할 수 있도록 노조법을 개정하는 것은 불법파업을 조장하고 법치주의를 훼손한다고 비판했다. 이정식 장관은 이 나라에서 국회에서 노란봉투법을 입법 추진하는 것도,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조합원들에 대해서 손해배상 책임을 제한하는 대법원이 판결한 것도 도무지 납득하기 어려운 것일 게다. 100억원이든 얼마든 불법쟁의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은 그 쟁의에 가담한 자들이 공동불법행위자로서 부진정연대로 져야 하는데 노란봉투법은, 대법원 판결은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렇게 납득하지 못하는 것은 이 나라에서 노동부 장관만은 아니다.
대법원 판결 선고 다음날인 16일,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대법원 판결은 불법행위에 대한 기업 손해배상청구를 원천 제한하는 판결이다. 노란봉투법을 판례로 뒷받침하며 국회의 쟁점 법안을 임의로 입법화하는 결과를 빚었다”고 비판했다. 같은날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공동불법행위의 기본법리조차 모르고 가해자와 피해자 구분조차 못하는 노정희 대법관은 법관 자격이 없다”고 밝히기까지 했다. 이번에 대법원은 개별 조합원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엄격히 판단해야 한다고 판결한 것이지, 개별 조합원에 대해 손배배상 책임을 면해야 한다고 판결한 것도 아닌데 이렇게 대표 등까지 나서 집권여당이 비난을 쏟아내다니. 나는 도대체 납득하지 못하겠다.
오늘 윤석열 정부에서 노동부 장관과 집권여당의 비난은, 이런 것이다. 불법을 저질렀으면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불법을 저질렀는데 그 손해배상 등의 책임을 면하게 되면 불법을 조장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노란봉투법은 부당하고, 이번 대법원 판결은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다.
4. 사실 이번 대법원 판결에서 법리는 “개별 조합원 등에 대한 책임제한의 정도는 노동조합에서의 지위와 역할, 쟁의행위 참여 경위 및 정도, 손해 발생에 대한 기여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는 부분이다(대법원 2017다46274 판결 등). 불법행위 책임과 관련해 그 손해의 범위가 정해지면, 이와 관련해 법원은 제반 사정을 참작해 손해분담의 공평이라는 손해배상제도의 이념에 비춰 그 손해배상액을 제한할 수 있다고 우리 법원은 판결해 왔다. 바로 이에 따라 이번 판결에서 대법원은 쟁의행위가 노동조합에 의해서 결정·주도되는 단체법적 성격에 비추어 노동조합이 원칙적으로 그 책임의 귀속 주체이므로, 개별 조합원은 위와 같이 판단해야 한다고 밝힌 것이다. 이렇게 판시 법리로 본다면, 기존에 공동불법행위자에 대한 책임 부담의 원칙에서 크게 벗어났다고 볼 수도 없다. 오히려 손해분담의 공평이라는 손해배상제도의 이념에 따라 손배배상액을 제한하는 기존 법원의 판례 법리의 논리로 판결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니 당 대표를 비롯한 집권여당 국민의힘의 대법원 판결에 대한 비난은 공동불법행위에 대한 손배배상에 대한 우리 법원의 기본 법리조차 모르고 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내가 이번 대법원 판결 내용과 그에 대한 비판을 살피자니, 불법행위에 대해서 책임을 경감시켜달라고 사정하고 있다고 당신을 생각할지 모르겠다. 이번 대법원 판결도, 노란봉투법도 따지고 보면 불법쟁의행위를 한 조합원에 대해서 그 손해배상 책임을 제한하도록 하는 것이니 말이다. 그렇다. 그래서 나도 유감이다.
5. 다시 한번 말하지만,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을 경감해 달라는 것에 나도 유감이다. 중요한 것은 조합원들이 불법파업으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경감받는 것이 아니다. 조합원들이 파업투쟁이 불법파업으로 판단되지 않도록 보장받는 것이다. 이 나라에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은 주체, 목적, 시기와 절차, 수단과 방법 등 수많은 제한과 금지를 규정한다. 1조 법의 목적에서 헌법이 규정하는 단결권, 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 등 노동기본권 행사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2조부터 마지막 조문까지 노동자가 단결해서 교섭과 파업 등 쟁의하는 것을 규제하는 데만 관심을 둔 규정들로 채우고 있다. 노조법에 따르면 이 나라에서 노동자의 파업투쟁을 원칙적으로 불법행위로 판단된다. 예외적으로 주체, 목적, 시기와 절차, 수단과 방법 등 노조법이 규정한 온갖 규제를 따른 경우만 정당하다며 불법을 면한다. 이것이 지금까지 대법원을 비롯한 이 나라 법원에서 내린 노동자 파업투쟁에 대한 법적 판단이고, 이번 대법원 판결도 다르지 않다.
나는 노란봉투법에도 불만이다. 노동자 파업투쟁이 불법이 아니도록 입법하지 않고, 불법파업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제한하는 데만 관심을 두고 있으니 말이다. 솔직히 말해보자. 쌍용차에서 정리해고 등 회사 구조조정에 대해서 교섭할 수 있고, 그에 대한 파업투쟁이 합법적으로 할 수 있었다면 위험을 무릅쓰고 옥쇄파업을 했겠는가. 현대차에서 불법파견 중단과 정규직 전환에 대해서 원청 현대차를 상대로 단체교섭하고, 그에 대한 요구 관철을 위해 파업투쟁을 할 수 있도록 노동부 등 노동행정관청이 적극 개입해 보장했다면 징계해고와 거액의 손해배상청구를 각오하고 생산라인 점거농성을 했겠는가.
문제는 노동자 파업투쟁이 불법으로 판단되지 않도록 보장하는 것이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