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현모 KT 대표이사 사장 [사진 : KT]
구현모 KT 대표이사 사장 [사진 : KT]

[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KT의 올해 임금·단체협상안을 두고 KT 내부에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KT 노사간 2021년도 임금·단체협상(이하 임단협)의 경우  노조 투표율 76.3%, 찬성률 59.7%로 가결됐다.

하지만 KT 임단협 사상 가장 높은 반대율(39.2%)을 기록한데다가 본사지방본부의 경우 41.1%의 찬성률을 기록해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앞으로 사측이 내부 임직원들의 불만을 어떻게 잠재울수 있을 지 주목된다.

10일 KT노동조합에 따르면 전날인 9일 오후 6시까지 진행된 2021년도 단체교섭 조합원 총회 결과 총 조합원 1만6800명 중 1만2814명이 투표에 참여한 가운데 찬성 7652표, 반대 5030표로 잠정 협상안이 가결됐다.

합의안에는 ▲1인당 평균 연 임금인상 75만원(기본급 47만원, 평균 1% 수준) ▲500만원 일시금 지급(현금 300만원, 주식 200만원 상당) ▲SMB영업, C&R운영, IP액세스, 지역전송, 전원(일반국사) 등 최적화 업무 인력 직무전환교육 후 KT 내 재배치(3000명) ▲초과근무수당 고정인정 시간 24시간에서 22시간으로 조정 등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인사고과인상률 및 초과근무수당을 감축하기 때문에 사실상 연봉 삭감이라고 직원들은 받아들이고 있다.

과반수 이상이 이번 합의안에 동의하면서 해당 내용은 시행이 결정됐지만, 내부 임직원 사이에서는 임단협 내용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특히 SMB영업 등 5개 직무그룹의 업무 최적화안(3000명 재배치)에 대해 임직원들은 사실상의 구조조정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KT 임단협에서 이제까지 반대표를 찍은 이들이 40%에 가까웠던 적이 없었다는 점도 논란 장기화에 힘을 싣는다. 지난해 임단협 투표의 찬성률은 93%, 2019년 찬성률은 89%에 달했다. 특히 KT의 젊은 직원들은 직장인 커뮤니티인 블라인드 앱과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중심으로 반대 의견을 모으는 행동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5개 직무그룹의 조직개편안에 대해서는 절차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최초 단체교섭안에는 없던 내용이 갑자기 임금협약안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이호계 KT새노조 사무국장은 “KT노조(제1노조)와 KT새노조의 의견을 수렴해 만든 단체교섭안을 KT노조가 반영해 최종안을 만들었는데 이전에 전혀 논의되지 않았던 조직개편 내용이 포함됐다”며 “새노조는 물론 1노조 조합원들도 최종안 공개 전까지 내용을 알지 못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새노조는 KT의 디지털 대전환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절차의 문제를 지적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내부에서는 이번 임단협안이 구조조정을 위한 사전준비 작업이라고 보고 있다. KT새노조 관계자는 “지난 2014년, 2009년에도 이런 방식으로 수천명 규모의 구조조정을 진행했다”며 “직무 개편으로 기존 직원들이 하던 업무를 없애 본사에서 새로운 업무를 하겠냐, 아니면 계열사로 가서 기존에 하던 업무를 계속하겠냐’ 중 선택하라는 방식”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KT 자회사 중 BC카드나 KT스카이라이프, KT에스테이트를 제외하고 사실상 KT그룹 자회사들은 대부분 이런 방식으로 KT의 업무를 외주화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시니어 3000여명을 유관 그룹사로 이동시키고 이를 포장하기 위해 본사에서는 연봉이 상대적으로 낮은 신입사원을 비슷한 규모로 채용하겠다고 발표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내부에서 나온다. 지난 7일 구현모 대표는 김부겸 국무총리와 만나 ‘디지코 KT AI 혁신스쿨’ 프로젝트를 염두에 둔 것이다. 구 대표는 이날 국가 과제인 고용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는 2024년까지 연간 1200명, 총 3600명 규모의 인공지능(AI) 인력양성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총 3600명의 신입사원을 뽑는대신 3000명을 구조조정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앞서 KT노조는 최근 KT의 실적이 개선되고 있기 때문에 올해 단체교섭에서 성과배분제를 핵심 요구사항으로 제시한 바 있다. 이번에 양측이 잠정합의한 성과배분제는 KT 영업이익의 10%를 현금, 또는 KT 주식으로 균등 배분하는 방식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KT주식을 선택한 후 1년간 보유할 경우, 취득가의 10% 현금을 추가로 지급하는 내용도 담겼다. 이에 따라 KT는 오는 2022년부터 전사 성과급을 성과배분제로 전환한 뒤 부문·담당별 성과급을 확대하기로 했다.

현재 월 기본급 기준 525%±105%로 지급되는 전사·부문·담당성과급을 성과배분제에서는 ‘ 월 기본급의 85%±α의 성과배분’과 ‘440%±80%의 부문·담당 성과급’으로 나눠서 지급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과장·차장·부장급 등 직급 승진시 인상액도 30만원으로 상향한다. 특히 저직급 임금경쟁력을 위해 대리급은 50만원 인상한다.

또한 KT는 과장·대리급을 부서 인사위원회 심사 및 그룹인재실 검증을 거쳐 승진시키는 ‘현장 특별승진제’도 도입하기로 했다. 과장 이하 젊은 직원들의 사기 진작 차원이라고 회사 측은 주장한다. 또 직원 복지를 위해 자기계발비를 ▲현행 5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상향하고, ▲노후 수련관 대체 ▲현장작업복 개선 ▲장애자녀 교육비 ▲태아·어린이보험 ▲어학시험비 지원 ▲직원자녀 교육프로그램 확대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사내근로복지기금으로 820억원을 출연한다. 노조에서 고용안정을 위해 요구한 근로자추천이사제, 이사회참관제등 의사결정 참여제도 도입을 위해서도 노력하기로 했다.

논란의 핵심은 ▲초과근무수당 감축 ▲인사평가 인상률 하향이다. KT는 올해 인사평가부터 인사평가 인상률을 평균 2.5%에서 2.0%로 0.5%포인트 낮추기로 했다. 인사고과 등급 중 가장 높은 ‘S등급’과 ‘U등급’간 차등폭도 4.4%p에서 4.0%p로 줄일 방침이다. 초과근무수당 역시 오는 2022년부터 매달 초과근무를 인정해주는 고정인정시간을 24시간에서 22시간으로 줄이기로 했다. 또 기존에는 ‘휴가일수 월 10일 초과시’에만 초과근무수당이 깎였지만, 해당 기준을 ‘휴가일수당’으로 바꾸면서 하루만 휴가를 쓰더라도 초과근무수당이 줄어들게 된다.

KT 한 관계자는 “이번 초과근무수당 감축안이 시행되면 직급에 따라 다르겠지만 사실상 1년에 100만원 이상의 연봉이 깎이는 것”이라며 “인사평가 인상률이 하향하는 것 역시 누적 효과로 인해 몇 년이 지난 후면 차이가 크다”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KT 관계자는 “노사 관계가 비뚤어질 경우 통신 공룡(KT)이 내부부터 썩어갈 수 있다”며 “이번 임단협 협상은 역대 최악이다. 임금 삭감이 핵심”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제2노조인 KT새노조는 이날 임단협 가결 이후 성명서를 통해 “투표율 76.3%에 찬성률 59.7%로 KT 노동자 과반수의 지지를 얻지 못한 사실상의 부결”이라고 주장하며 “3000명의 일자리를 없애는 합의를 해 준 제1노조의 어용적 행태를 규탄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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