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올해 잘 나간 KT 내홍…6천명 MZ 직원들 뿔났다

올해 잘 나간 KT 내홍…6천명 MZ 직원들 뿔났다

최종수정 2021.09.09 16:42 기사입력 2021.09.09 11:02

6천명 MZ 직원들 분노
제1노조, 임금 삭감·구조조정 주도
내부 반감…오늘 잠정합의안 투표

올해 잘 나간 KT 내홍…6천명 MZ 직원들 뿔났다[아시아경제 차민영 기자] “6000명 MZ세대 포함 1만4000여명의 직원들이 분노하고 있다.”

올해 영업이익 1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KT 가 임금·단체협상 문제를 둘러싸고 내홍을 겪고 있다. 직원들의 이익을 적극 대변해야 할 제1노조가 임금 삭감과 구조조정을 주도한다는 불만이 ‘MZ세대(1980년~2000년대 출생)’를 중심으로 폭발했다. 현대자동차, LG전자 등 산업계에서 확인된 것처럼 기성 노조에 대한 불만과 실익을 중시하는 세대 특성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초과근무수당 감소…인사평가 인상률도 깎여

9일 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KT 제1노조인 KT 노동조합은 임금·단체협상 잠정합의안 찬반 투표(조합원 총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잠정합의안에는 2022년 성과배분제 도입과 초과근무수당 변경, 인사평가 인상률 조정, 현장 특별승진제 도입, 직원 복지 개선, 5개 업무 그룹사 이관 또는 폐지 등이 담겼다.

문제는 이번 잠정합의안이 직원들의 이익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매달 초과근무를 인정해주는 고정인정시간이 24시간에서 22시간으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초과근무수당은 인당 100만~200만원이 삭감될 것으로 내부에선 예상하고 있다.

올해 잘 나간 KT 내홍…6천명 MZ 직원들 뿔났다

기존 ‘휴가일수 월 10일 초과시’에만 초과근무수당이 깎였지만 해당 기준을 ‘휴가일수당’으로 바꾸면서 하루만 휴가를 쓰더라도 초과근무수당도 줄어들게 된다. 긴급출동보전비도 8만3000원에서 3시간 이상 지급되던 6만원이 삭제되고 초과수당으로 대체된다.

전체 인사평가 등급별 인상률도 평균 2.5%에서 2.0%로 0.5%포인트 하향 조정됐다. 전체 5개 등급(S, E, G, N, U) 중 중간에 해당하는 G등급 직원들은 2.2%에서 1.6%로 0.6%포인트 낮아진다.

성과배분제도 직원들에게 실익이 될 지 미지수다. 잠정합의안에 따르면 월 기본급 기준 525%±105%로 지급되는 전사·부문·담당성과급을 ‘440%±80%의 부문·담당 성과급’과 ‘월 기본급의 85%±α의 성과배분’으로 나눠 지급할 예정이다. 85% 부분이 영업이익과 비례하는 부분으로 불확실성이 포함됐다. 이는 당초 최장복 노조위원장의 선거 공약이었던 ‘성과급 600% 인상’ 공약과도 배치된다.

“우리는 바보, 멍청이, 거지가 아니다”

더 큰 문제는 KT 노동조합에 대한 노조원들의 불만이다.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계기로 그동안 쌓인 불만이 폭발했다. 익명 직장인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 올라온 ‘회사와 노조의 부조리를 고발합니다’라는 글에는 이날 기준 140여개 댓글이 달린 상태다. 블라인드는 회사 이메일 인증을 통해서만 가입할 수 있다. KT 임직원으로 추정되는 이들도 “글 한 줄 한 줄 가감 없는 팩트다”, “지지한다. 이제라도 바뀌어야 한다”, “응원한다. 어용노조와 회사는 제발 정신 좀 차려라” 등의 댓글을 달았다.

KT 노동조합 소속 10년차 이하 직원이라고 밝힌 원글 작성자는 아시아경제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이제 세상이 바뀌었다. 우리는 바보, 멍청이, 거지가 아니다”라며 변화의 필요성을 시사했다.

그는 “이번 협상안은 우리 자산을 1억원 이상 강탈하는 최악의 임금 삭감안이자 구조조정을 통해 조합원을 퇴출하려는 최악의 조약”이라며 “투표로 새로운 KT 역사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노조원 투표권도 보장 못 받아”

익명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린 '회사와 노조의 부조리를 고발합니다' 원글 작성자가 공유한 사진. KT노동조합은 개별 팀들을 각기 다른 층에 위치한 투표소에 배치했다. 사진제공=작성자

익명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린 ‘회사와 노조의 부조리를 고발합니다’ 원글 작성자가 공유한 사진. KT노동조합은 개별 팀들을 각기 다른 층에 위치한 투표소에 배치했다. 사진제공=작성자

직원들 사이에서는 노조가 오프라인 투표 방식만 고수하는 점도 투표 참여율을 저조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엔지니어링기술부 일부 팀의 경우 경기도 안양이 실근무지임에도 방배지사로 투표소가 지정됐다.

투표 기간 재택 근무를 종용한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원글 작성자는 “(한 사업본부에서는) 직책자(팀장)가 연락해 ‘찬성투표를 강요하고 반대를 찍을 예정이면 재택이나 휴가로 근무형태를 변경하라’고 권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사업본부도 재택근무 가이드가 내려온 상태다.

일각에선 노조원들의 투표 결과를 감시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일례로 ‘투표소 쪼개기’가 있다. 개별 팀들을 각기 다른 층에 위치한 투표소에 배치한 대목이다. 한 층에 한 팀을 배치하기도 한다. 작성자는 “인원이 적은 지사의 경우 팀이 5명에 불과한 곳도 있어 개표에 따른 압박감이 더 크다”고 전했다.

사측에서는 별도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KT 관계자는 “아직 잠정합의안으로 최종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말씀드릴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KT 의 연간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1조5000억원으로 추산된다. 매출액은 24조6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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