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신입사원이 입사 5개월만에 뇌혈관이 막히는 뇌경색으로 쓰러졌다면 산재를 인정받을 수 있을까. 법원은 입사한 지가 오래 되지는 않았지만 과도한 야근과 휴일근무가 뇌경색을 일으킨 것으로 봐야 한다면서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7단독 김병훈 판사는 A(28)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요양급여(진찰ㆍ치료ㆍ수술ㆍ입원ㆍ재활 등에 필요한 비용을 지급하는 것)를 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A씨는 2017년 6월 전기설계회사에 입사했고 같은 해 10월말 회사 숙소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그는 뇌경색 진단을 받고 요양급여를 신청했지만, 근로복지공단은 “원래 가지고 있던 질병이 악화해 뇌경색이 발병한 것일 뿐, 업무와 인과관계는 인정되지 않는다”며 지급을 거부했다. 그러자 A씨는 소송을 냈다.
법정에서는 A씨의 근무 기간과 뇌경색 발병의 인과관계 등이 쟁점이 됐다. 우선 법원은 뇌경색이 발생하기 전 A씨 평균 근무시간이 업무상 재해를 판단하는 기준에는 미달한다고 봤다. 법령상 단기 업무가 뇌혈관 질환에 영향을 주는 과로로 판정되려면 △발병 전 1주일 내 업무 시간이 이전 12주간 1주 평균보다 30% 이상 증가하거나 △업무 강도ㆍ책임 및 업무 환경 등이 적응하기 어려운 정도로 변화하는 경우여야 한다. 또 만성 과로로 뇌혈관 질환이 발병했는지를 판단하려면 발병 전 12주간 업무 시간이 주당 평균 60시간(발병 전 4주간 주당 평균 64시간)을 초과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판부는 A씨가 입사 후 겪어야 했던 여러 사정을 고려, 업무로 뇌경색이 발병했다고 보는 게 합당하다고 봤다. A씨는 입사 한 달 만에 거리가 먼 ‘기피 근무지’인 파주시 사무실에 배치됐고, 납품일에 맞추려 야근과 휴일 근무를 반복했다. 회사의 잡무를 도맡았으며, 설계도 작성ㆍ수정 업무까지 수행했다. 선배 직원들이 주당 두세 차례 야근이나 회식을 한 뒤, A씨의 숙소에서 자고 출근한 것도 A씨가 제대로 휴식하지 못한 이유로 지적됐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