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불법사찰 기록의 봉인이 풀렸다
작성자: 인권센터 | 조회: 170회 | 작성: 2019년 8월 28일 10:42 오후국정원 불법사찰 기록의 봉인이 풀렸다
“피고(국정원)가 원고(곽노현, 박재동)에 대하여 한 정보공개거부처분을 취소한다. 소송비용은 피고(국정원)가 부담한다.” 지난8월16일 서울행정법원은 ‘내놔라 내파일 시민행동’의 첫 번째 시범소송에서 불법사찰기록 본인공개를 거부한 국정원에 취소판결을 내리며 시민행동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장 박양준 부장판사의 판결주문 낭독을 들으며 작은 전율이 지나갔다. 드디어 국정원의 정보파일도 정보공개대상이자 사법심사대상이 된다는 기념비적 판결을 받아냈다. 감개무량했다. 이로써 과거 불법사찰기록에 대한 국정원의 철통 봉인이 한순간에 스르르 풀렸다. 그동안 ‘열어라 국정원, 내놔라 내파일’을 외친 보람이 있었다. 국정원이 열렸다! 산더미같이 쌓여있는 과거의 불법사찰기록이 이제 그 정보주체들을 찾아가게 됐다.
1. 국정원 정보공개거부 취소 판결의 의미
이번 판결에 따르면 사찰정보 공개청구를 받은 국정원은 공개청구 정보가 국가안보 관련성이 있으면 적용제외(4조)로 비공개하되 그렇지 않으면 정보공개법의 비공개사유(9조)에 해당하는지를 일일이 판단해서 공개여부와 공개범위를 결정해야 한다. 혹시 비공개사유가 있더라도 국정원은 해당문건 전부를 비공개하기보다는 해당부분에 대해서만 비공개를 결정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국정원이 적용제외조항을 들어 비공개를 결정하건 비공개사유를 들어 비공개를 결정하건 개인과 단체는 국정원의 비공개결정에 대해 행정소송으로 다툴 수 있을 뿐 아니라 그 입증책임이 국정원에 있다는 점이다. 이번 판결은 국정원의 법적용제외/정보비공개 결정에 대해 법원이 언제든지 사법심사권과 사법구제권을 갖는다는 법리를 선언했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라고 할 수 있다. 시민의 관점에서는 이번 판결로 비밀정보기관 예외주의와 국가안보 지상주의가 더 이상 사법부에 통하지 않게 된 것이 큰 수확이다.
국정원 정보파일도 적법한 정보공개청구대상이다
재판과정에서 국정원은 자신들이 수집, 작성한 정보는 원천적으로 정보공개법을 적용받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1심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첫째, 정보공개법 제4조3항(법적용제외)의 문언에 따르더라도 국정원이 수집한 모든 정보가 아니라 “국가안전보장과 관련된 정보의 분석을 목적으로 수집하거나 작성한 정보”에 대해서만 법적용이 제외된다. 둘째, 만약 국정원이 수집, 작성한 정보를 “그 내용여하를 불문하고” 통째로 법적용에서 제외하게 되면 정보수집활동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없게 돼 “정보기관의 불법적인 정보 수집을 용인해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셋째, 국정원의 숱한 직권남용 스캔들로 말미암아 국정원법은 국정원의 직무권한을 점점 더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규율해온바, 이런 입법동향과 취지를 감안할 때 국정원의 직무권한(국내보안정보수집)은 “제한적, 한정적 열거로 해석함이 타당하다.” 1심법원은 이런 이유를 들어, 국정원이 수집, 작성한 정보라 할지라도 “내용에 따라서는” 개인과 단체의 정보공개청구대상이 된다고 판단했다.
공직자사찰은 국가안보 연관성이 없는 정치사찰이다
이제 법원이 원고들에 대한 사찰정보가 국가안보 연관성을 갖는 내용인지를 검토할 차례다. 이를 위해 재판부는 국정원에 원고관련 정보파일의 제출을 명하고 국정원은 문건제목에 원고이름이 들어있는 정보파일 모두를 검색해서 제출한다. 이 정보를 열람한 재판부는 “이 사건 정보는 국가안전보장, 즉, 국가의 독립, 영토의 보전, 헌법과 법률의 기능 및 헌법에 의하여 설치된 국가기관의 유지와 관련된 정보의 분석을 목적으로 수집하거나 작성한 정보라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정보공개법의 적용범위에 포함된다”고 판단한다. 법적용제외요건인 국가안보연관성이 결여되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어서 원고들에 대한 정보수집이 국정원의 권한 밖 불법사찰이었음을 명백히 밝힌다. “국정원은…’대공, 대정부전복, 방첩, 대테러 및 국제범죄조직’에 한해서만 정보를 수집, 작성, 배포할 수 있는데 이 사건 정보와 같이 특정 공직자의 비위첩보, 정치적 활동 등 동향 파악 등을 위한 정보의 수집은 국정홍보나 정부정책에 비판적인 반대세력(야권, 시민단체 등)의 동태를 조사하고 관찰하는 정치사찰에 해당할 뿐, 국가정보원법에서 정한 국정원의 직무 중 어느 것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한 것이다. 요컨대, 1심법원은 원고관련 사찰정보는 국내보안정보와 관련 없는 불법 정치사찰정보로서 마땅히 원고에게 공개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다만 1심재판부는 비공개사유 해당여부에 대해서는 국정원이 처음부터 법적용제외만 주장했다는 이유를 들어 판단하지 않았다.
국정원이 열리고 국정원에 대한 사법통제가 강화됐다
이번 판결은 적어도 세상의 한 귀퉁이를 바꿔낼 획기적 판결이다. 판결 하나로 국정원의 불법사찰기록에 대한 피해자의 정보공개청구권과 법원의 사법심사권이 동시에 확보됐다. 과거의 불법사찰기록에 대한 국민들의 알권리가 신설되었으며 향후의 불법사찰활동에 대해서도 소송에 의한 사법통제가 가능해졌다. 이제부터 불법사찰을 당했다고 의심하는 시민과 단체는 먼저 국정원에 사찰정보 공개를 청구하면 된다. 만약 국정원이 비공개결정을 하면 행정소송을 제기해서 법원판단으로 정보공개를 받을 길이 열렸다. 머지않아 집권여당이 내놓은 국정원개혁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이번 정보공개판결이 확정되면 국정원에 대한 법의 지배가 상당한 수준으로 뿌리내릴 것으로 기대된다. 박양준 재판부가 국정원 흑역사 청산과정에서 길이 빛날 이정표를 놓았다.
참고로 이번 판결의 발단과 동력은 ‘내놔라 내파일 시민행동’이 제공했다. 박재동 화백과 나는 2017년 가을 내놔라 내파일 시민행동 캠페인에 뜻을 모았다. 먼저 국정원에 사찰정보 공개를 청구할 불법사찰피해 개인과 단체를 모았다. 5백 명도 넘는 시민이 호응해서 국정원에 본인에 대한 사찰정보공개를 신청했다. 모든 분야의 사회운동가들은 물론이고 종교인, 문화예술인, 지자체장 등 다양한 직군이 망라됐다. 국정원은 17년12월12일 이들의 정보공개청구에 대해 일괄 기각통지를 보냈다. 공개거부처분을 받은 5백여 시민 중 김인국 신부와 명진 스님이 한편이 되고, 박재동 화백과 내가 한편이 돼 시범케이스로 제기했다. 지난8월16일의 첫 승소판결에 이어 오는9월5일에는 명진 스님과 김인국 신부가 낸 행정소송에서 1심판결이 선고된다. 여기서도 승소가 이어져 ‘열려라 국정원, 내놔라 사찰정보’ 판례가 확립될 것으로 기대한다.
2. 왜 내놔라 내파일 시민행동인가
불법사찰기록, 봉인조치에서 완전폐기까지 처리방안이 다양하다
2017년5월에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국정원의 해외정보기관화와 정치사찰 금지를 선언하고 국정원 개혁을 핵심 국정과제로 설정했다. 이에 맞춰 서훈 국정원장은 임명되자마자 국내정보수집부서의 폐지와 과거불법사찰기록의 봉인, 국내정보담당관(IO)의 기관출입 금지와 인력재배치를 빛의 속도로 실천했다. 이와 함께 외부인사 중심으로 국정원개혁위원회를 운영하며 광범위한 흑역사 청산과정을 진행해 시민의 기대와 박수를 받았다. 개혁위 활동과 검찰 수사에 힘입어 국정원의 선거운동과 정치개입, 예산오남용과 불법사찰 실태가 웬만큼 드러나며 전직 국정원장 3인이 줄줄이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까지 발생했다.
‘내놔라 내파일 시민행동’은 이런 맥락과 상황에서 출범했다. 두 가지 문제의식이 있었다. 하나는 과거의 불법사찰기록에 대한 봉인과 사용금지만으로는 정치사찰 과거청산이 불충분하다는 판단이었고 다른 하나는 향후의 불법사찰활동 예방차원에서도 정보공개소송운동을 통한 사법심사권 확보가 필수적이라는 인식이었다.
봉인조치만으로는 정보주체의 부당피해를 바로잡지 못한다
첫째, 불법사찰기록의 단순 봉인과 사용 금지만으로는 부당한 사찰을 당한 정보주체(개인/단체, 공직자/민간인)의 피해가 바로잡히지 않는다. 국정원이 국가안보와 무관하게 정권안보와 조직안보, 사회통제를 위해 마구잡이로 수집, 작성한 개인과 단체, 기관에 대한 불법사찰기록은 정보주체에게 돌려줘야 맞다. 산더미 같은 불법사찰기록이 국정원에 남아있는 이상, 예를 들어, 부당사찰피해 정보주체에게 자신에 대한 불법사찰기록의 열람을 허용할 것인지, 정보주체에게 허위정보의 수정, 삭제 요구권을 줄 것인지, 아니면 국가안보와 무관하게 수집된 불법사찰기록을 영구적으로 폐기할 것인지 따위의 질문은 불가피하다. 불편한 질문을 회피할 게 아니라 본격적으로 토론해서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내는 게 필요하다. 내놔라 내파일 정보공개청구운동은 불법사찰기록 처리방안에 대한 본격적인 사회적 토론과 합의를 촉발할 목적으로 기획됐다.
개인적인 예를 들면 이해하기 좋을 것 같다. 판결문에 따르면 국정원은 교육감시절 나에 대한 비리첩보를 수집한 게 틀림없다. 나는 교육감업무와 관련하여 순도 100%의 청렴성을 자부한다. 따라서 국정원이 수집했다는 비리첩보는 말도 안 되는 편견과 억측을 비리첩보로 둔갑시킨 데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내가 마치 무슨 비리가 있는 사람인양 국가기록에 남는 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정보주체인 나는 국정원이 수집한 비리첩보에 대해 어떤 반론기회도 가져본 적이 없다. 개인정보보호법이 정보주체에게 행정기관 보유정보에 대한 열람, 수정, 삭제 요구권을 부여하는 이유다. 국정원의 불법사찰파일을 전면 폐기하면 몰라도 불법사찰정보 본인공개만으로는 이런 난감한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다.
내규에 의한 봉인조치는 정권이 바뀌면 풀릴 수 있다
둘째, 과거의 불법사찰기록 봉인과 사용금지만으로는 향후의 불법사찰 재발방지에 만전을 기할 수 없다.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 이유는 현재의 봉인조치는 국정원 내규에 의해 뒷받침될 뿐이어서 정권이 바뀌면 얼마든지 해제될 수 있다는 현실론이다. 사안의 중대성에 비춰볼 때 과거의 불법사찰기록을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해서는 사회적 공론화와 국민적 합의를 거쳐 국회가 ‘법률로’ 정해야 바람직하다. 지금까지 민주화이행을 경험한 나라 중에 이런 일을 해낸 나라는 없었다. 굳이 예외을 찾는다면 통일독일이 구동독 슈타지의 민간인사찰기록에 대해 일괄 폐기 대신 영구 전시를 선택하고 당사자에 한해 자기기록 열람이 가능하도록 법률로 정한 정도다.
만약 우리나라가 국정원의 불법사찰정보파일에 대해 동독 슈타지 사찰기록에 준해 처리하기로 입법을 한다면 비밀정보기관 흑역사 청산의 세계적 모범사례가 될 것이다. 나는 우리나라가 이쯤 해야 촛불시민혁명을 한 나라 값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3.1독립선언과 임시정부 100주년을 기념하고 대한민국의 다른100년을 다짐하는 모범입법례로도 아주 좋을 것 같다. 이쯤하면 전 세계가 대한민국을 민주주의와 인권선진국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부족하지 않을 터이다.
늘 사법심사를 의식해야 국정원이 직권남용유혹에서 벗어난다
봉인조치만으로는 부족한 두 번째 이유는 국정원의 정보수집활동에 대해 사법통제장치가 확립될 때만이 국정원의 향후 직권남용유혹을 줄일 수 있다는 데 있다. 잘못된 과거의 봉인조치만으로는 예방효과가 미미하다. 국정원의 정보수집권한 오남용을 효과적으로 예방하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국정원의 정보활동과 정보파일에 대해 무제한적 접근권한을 갖고 그 위법부당성을 심사할 수 있어야 한다. 최고도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감안할 때 그 누군가로 법원만큼 적합한 국가기관이 없다. 그러나 법원은 사건성이 있어야 개입할 수 있다. 개인의 정보공개신청운동은 여기서 빛을 발한다.
국정원의 불법부당한 사찰활동이 의심되면 누구든지 국정원에 정보공개를 청구할 수 있다. 만약 국정원이 비공개처분을 내릴 경우에는 행정소송을 통해 법원이 공개여부와 공개범위를 정하게 한다. 이런 시스템아래서는 국정원도 늘 법원의 사후 심사를 의식해서 직권을 남용할 수 없을 것이다. 내놔라 내파일 시민행동은 국정원의 업무수행에 대한 사법통제장치를 마련하겠다는 확고한 비전을 갖고 정보공개청구운동을 시작했다. 국정원의 사찰파일에 대해 사법심사권을 확립한 이번 박양준 재판부도 동일한 비전을 보고 움직인 게 틀림없다.
3. 국정원의 민주적 개혁을 위해 요구되는 일들
이번 판결의 의미와 실효성을 살리기 위해서는 이해당사자과 관계기관들이 넋 놓고 앉아있지 않고 각자의 일을 찾아하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첫째, 불법사찰을 당한 개인과 단체는 정보공개청구를 서둘러야 한다.
국정원의 불법사찰피해를 입은 개인과 단체, 공직자와 선출직은 국정원에 적극적으로 내놔라 내파일 정보공개청구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진보성향의 사회운동과 시민단체, 그 지도부와 주요활동가는 언제나 국정원의 사찰대상이었다고 볼 수 있다. 대형 노동조합과 분규 노조, 그 대표자와 임원의 경우에도 다르지 않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4대강반대에 적극 나선 환경단체들이 집중사찰을 당했을 것 같다. 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진보성향 문화예술인과 문화예술단체도 당사자적격이 있다. 예를 들어, 민주노총, 전교조, 민변, 참여연대, 경실련, 환경운동연합, 녹색연합, 민예총, 민교협 등등 진보성향 단체와 그 전·현직 대표들이 국정원에 사찰정보 공개청구를 할 경우 이번에는 불법사찰파일을 제공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실은 지자체장 30여명에 대한 국정원의 사찰사실도 이미 문건으로 드러난 상태다. 이들 지자체장들도 이번 판결에 따라 정치사찰내용을 내놓으라고 청구할 수 있다. 이명박근혜 정부시절 지상파방송 접근권이 차단된 김제동, 김어준, 주진우, 김용민, 김미화 등도 정치사찰의 대상이었을 게 틀림없다. 영향력 1위를 달렸던 언론인 손석희도 이명박근혜 국정원의 주요사찰대상이었을 개연성이 높다. 조국 법무장관지명자도 국정원의 사찰대상으로 이미 드러난 경우다. 만약 이런 유명인사들이 내놔라 내 파일 정보공개를 청구하면 국민의 관심과 이목이 집중돼 향후 국정원 개혁동력을 얻는 데 유리할 것이다.
둘째, 국정원은 불법사찰기록을 적극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국정원은 이번 판결의 영향으로 내놔라 내파일 정보공개청구가 몰려들어오더라도 국가안보목적 연관성과 비공개사유를 어떻게든 확대해석하며 공개범위를 최소화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국정원이 종전처럼 일률적으로 정보비공개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여론의 눈치를 보겠지만 낙관할 수 없다. 지금까지의 관성으로 보면 국정원은 이번 판결을 고법에 항소하고 대법에 상고하며 판결확정을 최대한 지연시킬 가능성이 높다. 심지어는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계속 비공개결정으로 일관하며 최대한 현상유지를 획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국가안보와 직접 관련이 있는 국방외교통일 분야의 주요공직이면 몰라도 원칙적으로 공직자에 대한 사찰파일에 대해서는 특단의 사정이 없는 이상 본인의 신청을 받아 남김없이 전면 공개하겠다고 먼저 치고나가야 새 시대의 국정원에 걸맞다고 생각한다.
셋째, 청와대와 국회정보위는 국정원의 지연작전을 막아야 한다.
청와대는 대통령직속기관인 국정원의 과거 불법사찰기록 공개업무가 정치사찰금지원칙과 법원판결취지에 부합하게 전향적이고 적극적으로 이뤄지도록 지휘, 감독할 책임이 있다. 국민을 대신해서 국정원 감독책임을 부여받은 국회정보상임위원회도 마찬가지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정보위회의를 소집해서 국정원의 대응방침을 묻고 올바른 방향으로 내부규정을 만들게 유도할 책임이 있다. 나아가서 국회정보위는 현 정부가 봉인해놓은 과거 불법사찰기록에 대해 별도입법이 필요한지, 아니면 지금처럼 법원판결로 알권리를 보장하는 것으로 충분한지 등을 놓고 입법청문회를 열어야 바람직하다. 정보기관과 정보인권 관련 국내학계도 이 문제를 놓고 집중토론회를 열어서 제도적 상상력을 발휘하며 가장 바람직한 청산방안을 제시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넷째, 궁극적으로는 일반시민과 언론, 학계가 나서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일반시민의 관심과 압력을 조직하는 일이다. 청와대건 국정원이건, 국회건 법원이건, 모든 대의권력은 시민의 관심과 압력에 비례해서만 개혁추진 유인과 동력을 얻는다. 일반시민의 힘과 여론의 뒷받침 없이 판결 하나로 비밀정보기관에 대한 알권리가 실효적으로 확립될 수는 없다. 국민의 눈과 귀를 대신하는 언론의 역할이 그래서 중요하다.
신문과 방송에서 과거불법사찰기록의 처리방안과 향후 불법사찰통제장치로서 개인정보인권과 법원의 역할을 놓고 시사토론이 활발하게 진행될수록 정치사찰 근절과 국민인권 보장에 유리하다. 필자 등이 상임대표를 맡고 있는 내놔라 내파일 시민행동은 위와 같은 인식에 터 잡아 향후 청와대와 국회, 언론과 학계를 추동하는 마중물 역할을 할 생각이다.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