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통신안정성은 도외시하고 비용절감만 추구한 KT 경영이 대형 통신사고를 낳았다.

최악의 통신 사고가 벌어졌다. 지난 11월 24일 KT아현국사 지하 통신구에 화재가 발생해 중구, 용산구 등 서울 중심부를 비롯한 인근지역의 KT유,무선 통신망이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24일 오전 11시경 화재가 발생하자 중구, 용산구, 서대문구, 마포구, 은평구 등의 5개구 지역에 걸쳐 KT 이동전화와 인터넷, 유선전화, IPTV가 마비되었다. KT통신망을 주로 이용하는 카드단말기기 마비되어 상인들의 피해도 컸다. 통신장애는 25일 현재까지도 지속되고 있으며 완전 복구까지는 수일이 더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2003년 KT의 DNS서버 다운으로 인한 인터넷 중단사태, 2005년 경기남부, 영남지역에 발생한 전화불통사태에 버금가는 또 한 차례의 대형 통신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단 한 곳의 통신구에서 발생한 화재가 서울 중심지를 포함한 5개구 지역의 통신을 모두 마비시킨 이유는 민영화 이후 KT가 지속적으로 추진해 온 수익성 위주의 경영에 그 근본원인이 있다. KT는 비용절감을 위해 기존에는 개별 국사(전화국)별로 분산되어 있던 통신시설을 소수의 집중국으로 모으는 정책을 추진해왔다. 분산된 통신시설을 한 곳으로 집중화하면 유휴공간이 확보된 전화국 건물을 매각하거나 임대하여 수익을 올릴 수 있고 인력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술발전으로 교환기 등의 장비가 수용할 수 있는 회선규모가 커졌다는 점도 이를 가능하게 했다. 결국 이명박 정권의 낙하산이었던 KT의 전임회장 이석채는 무려 39곳의 달하는 KT건물을 매각하며 단기 수익을 올려 자신의 경영부실을 가렸다. 또한 박근혜 정권의 낙하산인 황창규 회장도 내세울 업적이라고는 대한민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인력구조조정과 계열사 매각 밖에 없을 정도로 비용절감에만 매달려왔다. ​결국 이런 비용절감과 수익극대화에 대한 집착이 대형 통신사고를 낳고 키운 셈이다.

문제는 통신망을 집중화하면서도 만에 하나 있을 수 있는 통신사고에 대한 대비책은 소홀히 했다는 점이다. 비용절감에만 집착하다 보니 통신안정성과 안전을 위한 투자는 도외시한 것이다. 5개구 지역의 회선이 집중된 아현국사이지만 사고 당시 근무자는 단 2명에 불과했다고 한다. 자동 소화 장치 등 화재를 초기에 진압할 수 있는 설비도 부재했던 듯 하다. 아직 정확한 진단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화재 시 통신회선을 우회하여 복구할 수 있는 대책(백업플랜)이 부재했던 사실도 드러났다. KT는 아현은 D등급 국사여서 백업체계가 안되어 있었다고 밝혔는데, “백업에는 굉장히 많은 투자가 수반”되기 때문에 아현지점에는 이를 구축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평소에 긴급복구를 위한 여유 케이블과 장비를 충분히 확보해놓고 있지 않아서 복구가 늦어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인력구조조정을 위해 핵심업무까지 모조리 외주화한 것도 신속한 피해복구를 어렵게 하였다. 초기 대응의 문제, 화재시 백업 대책이 부재했던 문제, 피해복구가 늦어진 문제 등에는 안정성을 위한 투자는 도외시하고 비용절감에만 급급해온 황창규의 경영에 책임이 있었다.

한편 KT그룹 전체적으로도 안전불감증은 심각한 상태이다. 오로지 비용절감에만 매달리는 눈먼 경영은 노동자의 생명과 관련된 문제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KT가 담당하던 필수 서비스들이 모조리 외주화되었고 KT자회사와 하청업체에 간접고용된 통신노동자들은 제대로 된 안전대책도 없이 위험한 업무에 내몰리고 있다. 일례로 KT통신서비스 개통과 수리를 맡고 있는 자회사인 KTS의 경우 올해만 4명의 설치기사가 작업 중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이번에 화재가 발생한 영역인 통신 케이블의 설치와 수리는 KT하청업체들이 맡고 있는데 여기에서도 지난 3년간 11명의 사망 사고가 있었다고 한다. 현재 KT하청업체 노동자들은 하청업체의 임금 떼먹기와 불법적 관행에 맞서 파업투쟁을 벌이고 있는데, 원청인 KT가 이를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않고 있는 것에 항의하며 지난 16일에 KT광화문 본사 앞에서 항의집회를 개최하기도 하였다.

이번 통신 사고를 계기로 KT민영화의 폐해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수익성만을 추구하며 통신의 안정성과 노동자들의 안전을 도외시해온 KT의 행태는 근본적으로 민영화로부터 비롯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통신의 안정성을 위해 중요한 요소인 설비투자액만 보더라도 이는 분명해진다. 사회공공성을 위해 다소 과잉이다 싶을 정도로 많았던 투자는 2002년 민영화 이후 급속히 줄어들었다. 매출대비 설비투자액은 2000년도만 해도 33.9%에 달했는데 2004년에는 15.3%로 내려갔고 현재는 10% 이하까지 줄어들었다. 2005년 2월 경기남부, 영남 지역에 발생한 대량의 전화불통 사태도 설비투자를 줄이면서 교환기 여유용량을 충분히 확보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번 아현지점 화재사태도 긴급한 사고에 대비하기 위한 설비에 제대로 투자하지 않았기 때문에 피해규모가 커졌다 볼 수 있다. 민영화 이후 설비투자도 줄이고 노동자들을 대량 해고하며 비용을 절감해 얻은 수익은 모두 KT주식을 보유한 국내외 자본의 몫이었고 그 피해는 국민들이 감당해야 했다. 이제 KT 민영화의 폐해를 제대로 돌아보고 재공영화 등의 대안을 새롭게 모색해야 하는 이유이다.

KT황창규 회장은 얼마 전 조직개편과 임원급 인사를 단행하면서 자신의 친정체제를 더욱 공고히 했다. 삼성 출신의 측근인 김인회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며 제2인자 격인 경영기획부문장으로 임명하였다. 법무실을 사장 직속기관으로 변경하고 법무실장을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시켰다. 박근혜 비리 연루와 낙하산 기용, 카드깡을 동원한 국회의원들에 대한 불법적인 정치자금 후원 등 각종 비리, 범죄 혐의에 대해 계속 정면돌파 하겠다는 것이다.  노조선거 개입의혹에 연루된 인사를 경영관리부문장에 임명한 것은 앞으로도 노조에 대한 관리와 개입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로도 보인다. 박근혜 낙하산 KT황창규 회장이 이렇듯 뻔뻔스럽게 KT를 자신의 왕국으로 공고히 해온 것에는 촛불정권을 자임한 문재인 정부가 단호하게 적폐청산을 밀어붙이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문재인 정부는 이번 대형 통신사고를 계기로 KT 민영화의 폐해를 돌아보고 황창규 회장으로 대표되는 KT적폐에 대해서도 단호한 태도를 보여야 할 것이다.

KT는 조속하게 피해를 복구하고, 국민들이 입은 피해에 대해 제대로 된 보상에 나서야 할 것이다. KT전국민주동지회도 이번 통신사고로 피해를 입은 국민들에게 마음 깊은 사과를 드리며 조속한 피해 복구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 또한 이번 통신사고를 통해 드러난 KT 경영의 문제점, 민영화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 매진할 것이다. KT 황창규 회장 퇴진과 적폐청산을 이뤄내고 통신공공성을 회복하여 KT를 국민기업으로 다시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2018.11.25

KT전국민주동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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