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생체실험 주범들 여전히 의학계 주류라니

“일제 생체실험 주범들 여전히 의학계 주류라니…”

등록 : 2014.12.16 19:08수정 : 2014.12.16 19:08

 
임상혁 녹색병원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소장

[짬] 녹색병원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임상혁 소장

한국 사람들은 흔히 일제의 침략전쟁과 식민지 지배에 대해 다 잘 알고 있다는 듯 얘기한다. 하지만 구체적인 실상에 대해 과연 얼마나 제대로 알고 있을까?

일본 의사들이 쓰고 엮어낸 <731부대와 의사들>(스즈키 아키라 옮김, 건강미디어협동조합 펴냄)에 이런 내용들이 나온다. “벼룩 번식법과 쥐를 통해 벼룩을 감염시키는 방법을 방대하게 연구했다. 페스트 벼룩은 최선의 조건하에서는 약 30일 생존하는데 그동안 감염력을 유지하는 것으로 판명되었다. 1㎡당 벼룩 20마리가 있는 방에서 마루타(생체실험 대상자)를 자유롭게 움직이게 했는데, 10명 중 6명이 감염돼 그중 4명이 사망했다.” “1945년 5월17일 포로 2명의 한쪽 폐를 적출. 5월22일 포로 2명 중 1명에게 위 적출 수술, 대동맥을 압박해 지혈하고 심장 정지시킨 뒤 개흉 심장 마사지, 심장 수술, 나머지 1명은 상복부를 절개하고 담낭을 적출, 간장의 편엽을 절제. 5월25일 포로 1명에게 뇌수술…”

 
일본민주의료기관연 의사들 쓴 책
‘731부대와 의사들’ 번역 기획·감수

일본 전역서 ‘일제 실상’ 패널전시회
2012년 교토서 우연히 보고 “전율”
팔순 노 학자 ‘의료윤리교육’ 호소
“731 출신 한국인 의료인 청산은?”
 

이 책의 번역을 기획하고 전문 의학용어 등을 감수한 녹색병원의 임상혁(50·사진·직업환경의학과 과장)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소장도 “막연하게나마 어느 정도는 들어 알고 있었지만, 그런 참혹한 갖가지 생체실험이 광범위하게 실시된 실상을 비로소 알았다”고 말했다. “의료윤리를 지켜야 할 의사들이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 있었는지….” 산 사람에게 페스트, 매독 등의 균을 주입하고 장기를 잘라내고, 산 사람을 원심분리기에 넣어 돌리고, 페스트에 감염된 벼룩을 담은 생물무기를 터뜨리고, 밀폐된 용기에 넣어 기압을 떨어뜨리는 따위의 만행을 조직적으로 자행한 일제 의료인들은 그들이 남긴 보고서에서 대상을 차마 인간이라 표기하지는 못하고 ‘원숭이’라고 했다. 그들 스스로도 이미 그게 차마 못할 짓인 줄 알고 있었던 것이다.
 

2012년 4월부터 1년간 교토 인근 시가의과대 연구교수를 지낸 임 소장은 일본민주의료기관연합회(민의련) 교토지부 관계자의 권유로 참가한 ‘전쟁과 의료윤리 국제 심포지엄’과 패널 전시회에서 “엄청난 전율을 느꼈다”고 했다. “팔순 넘은 노학자가 ‘15년 전쟁’(만주침략 이후 패전까지)에서 일제가 저지른 잔학상과 의료인들의 비윤리적 행위에 대해 발표했다. 노학자는 일본이 진정한 사과를 하고 그들이 저지른 행위를 잊지 않기 위해 의료윤리 교육이 필요하다는 점을 눈물로 호소했다.”
 

패널 전시회란, 일본 전국의 의료기관들이 731부대를 비롯해 일제 군부의 요구에 따라 침략지에서 자행한 생체실험에 관한 실상을 발굴한 당시의 자료와 증언들을 사진 등과 함께 패널에 기록해 보여주는 전시회로 전국 순회 중인 행사였다. “<731부대와 의사들>은 일본 ‘전쟁과 의료윤리 검증추진회’가 만들어 전시한 패널의 내용을 그대로 책으로 엮은 것”이라고 임 소장은 말했다.
 

임 소장은 “어쩌면 더 놀라운 것은, 그때 그런 실험을 자행한 사람들이 전후에도 살아남아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처벌도 받지 않고 일본 의학계의 주류로서 같은 잘못을 반복하고 있는 현실”이라고 했다. 대표적인 것이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에 감염된 혈우병 약을 만들어 수많은 희생자를 낸 일본 녹십자(미도리주지)병원 사건이다. 그 병원을 만들고 키운 이들이 바로 731부대원 출신이다. “일제 패전 뒤 점령국인 미국은 731부대 생체실험 결과를 통째로 가져가기 위해 그 부대원들에게 면죄부를 줬고 도쿄 전범재판에서 그 문제를 아예 다루지도 않았다.” 이시이 등 731부대 간부들과 대본영 전쟁범죄자들은 나머지 관련 문서들과 시설을 모조리 파괴하고 소각해버렸다. 부대원들에 대해서도 아무것도 발설하지 말고 공직에 나서지 말라는 경고와 함께 발설하면 끝까지 추적해서 보복하겠다는 협박까지 했다. 그는 “그들이 전후에 일본 유명 대학 교수들과 총장이 됐고 병원장이 됐다”고 했다.
 

임 소장은 “일본 민의련 활동에서 우리도 배울 바가 많다”고 말했다. “731부대에 한국인 참여자들도 적지 않았다. 그들 중에는 광복 뒤 한국 의료계의 태두가 됐다고 할 굉장히 유명한 의료인도 있다. 그들이 과거를 참회하고 반성한 적이 있었나? 그리고 우리 의료인들이 그것을 문제 삼은 적이 있었나? 그런 면에서 본다면 그런 그들의 의료윤리 파탄을 문제 삼고 반성 촉구와 청산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큰 세력(일본 전체 의료서비스의 3% 정도 차지)을 형성한 일본이 차라리 우리보다 낫다는 생각도 든다.”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사진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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