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폰 배후는 이통사였다…6년 만에 딱 걸린 ‘비밀 영업팀’
작성자: 범죄조직 | 조회: 157회 | 작성: 2020년 9월 1일 7:36 오전〈단통법, 6년의 黑역사〉① ‘악법’ 위에 군림해 온 이통3사
누구는 공짜폰 사고, 누구는 호갱이 되는 소비자 차별을 바로잡겠다며 지난 2014년 제정된 법 바로 ‘단말기유통법'(단통법)입니다. 오는 10월 시행 6주년을 맞습니다.
단통법은 그러나, 시행 이후 그 취지가 한 번도 달성된 적이 없습니다. 이통사는 오히려 불법 보조금을 맘 놓고 뿌려댔습니다. 가계 통신비 내리겠다는 목표에서도 멀어져만 갔습니다. 되레 담합을 독려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그간 소비자들은 어떤 피해를 봤을까. 이통사들은 단통법 위에 군림하며 덕을 본 건 아닐까. 단통법의 실패가 방치된 이유는 무엇일까. KBS는 조금 더 깊이 들어가 보고자 합니다. 지금까지 드러나지 않았던 단통법의 ‘흑역사’를 추적 취재했습니다.
“위반행위를 인정합니다”, “깊이 반성합니다”, “재발 방지를 위해 진정성 있게…”
지난 7월 8일 경기 과천 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동통신 3사 임원들이 방송통신위원들 앞에서 한 말과 약속들입니다. 무슨 큰 잘못을 한 걸까요?
방통위는 지난해 4월 이후 이통3사가 5G단말기 불법 보조금을 살포한 것을 포착했습니다. ‘단말기 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위반 행위는 5G 최초 상용화 직후 벌어졌습니다. 1년간의 조사 끝에 방통위가 산출한 과징금은 천억 원. 하지만, 방통위는 무려 45%를 깎아줍니다. 최종 과징금은 512억 원을 줄어 역대 최대 감경률을 기록했습니다. 이통3사 임원들이 두 손 두 발 빌다시피 한 덕입니다. 그런데 그 약속 잘 지켜지고 있을까요?
■KBS가 만난 제보자 “이동통신사들의 재발방지? ‘은밀한 지령’은 오늘도”
방통위의 과징금 의결 이후인 7월 22일. 취재진은 한 제보자를 만났습니다. 휴대전화 유통업 10년 경력의 제보자, 그는 이동통신사들의 재발방지 노력에 코웃음을 치며 냉소적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러면서 인터뷰 당일 받았다는 문자를 보여줬습니다. 최신 5G 단말기를 한 대팔 때(기기 변경)마다 장려금 34만 원을 더 준다는 내용. 다른 통신사 고객을 유치해오면(번호 이동) 5만 원을 더 얹어 39만 원을 주겠다고 합니다.
제보자는 이 문자의 출처, ‘SKT 본사 영업팀’이라고 폭로했습니다. 업계에서 이 영업팀은 ‘특수 마케팅팀’, 줄여서 ‘특마팀’으로 불린다고 했습니다.
“구두정책으로 팔라는 얘기거든요. 불법으로 줘라도 팔아. 팔지 않으면 좋은 리베이트를 주지 않습니다. 그거는 묵시적으로 팔라는 이야기거든요. 무언의 압력이죠.” -제보자A-
SKT 특마팀이 이른바 ‘구두정책’으로 판매점으로 하여금 불법보조금을 쓰도록 유도, 지시한다는 겁니다. SKT 특마팀은 고가의 장려금을 자신들이 관리하는 특정 대리점, 이른바 ‘특수 채널’에 몰아주는 방식으로 불법보조금 재원을 댄다고 제보자는 증언했습니다.
이러한 구두정책 전달은 첩보 작전처럼 이뤄집니다. ‘불법보조금 지시, 유도’는 단통법 위반이기 때문입니다. 불법 보조금의 시작은 이통사 본사에서 떨어지는 ‘은밀한 지령’이었습니다.
■특마팀 잘만 잡으면 ‘큰 몫’?…KBS 취재진 앞에 쏟아진 제보들
‘구두정책’과 그 발신자인 이동통신사의 특수채널 영업팀. 관련 제보를 더 모으던 중 취재진은 이동통신 유통업계에서 도는 ‘비기(祕器)’를 들었습니다. 똑같은 대리점을 운영하더라도, 이동통신사의 이 영업팀을 ‘잘만 잡으면’ 다른 대리점보다 훨씬 큰 몫을 챙길 수 있다는 겁니다. 마음만 먹으면 한 달도 안 돼 억대의 돈도 만진다고 합니다.
이동통신사 영업팀과 ‘특별한 관계’를 맺는 대리점. 이 영업팀은 주로 온라인 유통망이나, 전자상가 같은 대규모 유통망, 법인 유통망 등을 상대로 영업 정책을 내려보내는 팀입니다. 하지만 제보에 따르면, 이 팀들은 ‘자신들이 선택한 대리점들’에게 비밀리에 카톡 등으로 추가 장려금을 ‘특별히 더’ 주기 때문에 영업 실적 규모가 상당하다는 겁니다. ‘공짜폰 성지’도 여기서 나온다고 합니다. 그만큼 서로 비밀을 지킬 신뢰관계도 필수입니다.
취재팀이 다양한 경로로 확보한 이통3사의 비밀 영업팀이 보낸 구두정책만 40여 건입니다. 제보자들 모두 취재진에게 자료 출처 보안을 꼭 지켜 달라고 거듭 당부했습니다.
■KBS 끈질긴 추적 끝에 마주한 비밀 영업팀의 실체
추적 한 달 만에 취재진은 구두 정책을 전달해 온 LG유플러스 직원의 명함을 확보했습니다. LG유플러스 본사 소속 영업팀 직원으로 확인됐습니다.
취재진은 구두정책 문자의 발신자를 추적한 결과, 이통사 본사 소속의 의문의 팀들의 실체에 한 발짝 더 다가갔습니다. SK텔레콤의 전략○○팀, KT의 전략○○센터, LG유플러스의 전략○○팀, 모두 본사 공식 팀입니다. KT의 경우에는 지역본부 등으로 분산된 형태였습니다.
“홍보 쪽으로 콘택트가 들어오면…”, “본사 직원은 아닌 것 같다…지금 찾고 있다고 하거든요.”
구두정책을 보내온 영업팀에 관해 물었지만, 이통사들은 하나같이 답변을 회피했습니다. SK텔레콤의 해당 팀장은 “저희는 카톡으로 정책을 내지도 않고요. (시장과열 기준)30만 원 이내에서 집행하고 있어요.”라고 제보 내용을 부인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거짓말이었습니다. 취재팀이 확보한 SK텔레콤의 구두 정책의 제목에는 ‘특마’라는 단어가 적혀 있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SK텔레콤에서 구두정책을 내리는 팀을 업계에서는 ‘특마팀’이라 부릅니다.
■’불법 보조금 경쟁’만 남은 이동통신시장
부인, 회피하던 이동통신사는 불법보조금 정책의 실체를 인정했습니다. 취재 두 달 만입니다. 불법보조금을 지시, 유도한 것으로 보이는 ‘구두정책’이 아예 이동통신사 본사에서 시작됐다는 사실이 확인된 겁니다.
“(경쟁사) 누군가가 먼저 (보조금을) 조금이라도 움직이게 되면, 저희 고객이 빠져나가는 게 보이니까…”
이동통신사들은 모두 서로의 탓을 했습니다. 이통사는 3곳뿐인데 어느 한 곳에서 기준 이상의 장려금을 집행한다면 우리도 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입니다.
취재진은 이동통신 3사 대표 차원의 공식 입장과 개선책을 요청했습니다.
상대사가 불법을 저지르면 불법으로 맞대응하는 것, 이통사들의 경쟁법입니다. 통신서비스와 가격으로 소비자들 선택을 받는 제대로 된 경쟁은 실종됐고, 보조금 경쟁에 눈이 먼 우리 이동통신 시장의 민낯을 취재진은 목격했습니다.
본사에서 떨어지는 구두정책이 난무하는 사이, 단말기값도 제각각 바뀌면서 누구는 싸게 사고, 누구는 비싸게 사는 시장교란은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동통신사의 ‘검은 손’, 출시 한 달도 안 된 갤럭시 노트20 시장에서도 보이고 있습니다. 우리 소비자들 언제쯤 제대로 된 대우를 받을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