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 과징금 맞고도…불법보조금 뒤엔 이통3사 ‘비밀영업팀’

입력 2020.08.29 (06:46) 수정 2020.08.29 (08:47)

수백억 과징금 맞고도…불법보조금 뒤엔 이통3사 ‘비밀영업팀’

[앵커]

이동통신사들, 지난해 5G 가입자 늘리려고 불법 보조금을 대거 뿌렸다가, 지난달 5백 억 과징금을 맞았습니다.

그러면서, “깊이 반성하겠다” “재발 방지하겠다”고 했는데, 바뀐 건 없었습니다.

불법 보조금을 조장해 온, 이통3사의 수상한 영업팀을 오승목 기자가 추적했습니다.

[리포트]

온라인에서 휴대전화를 유통하는 A씨, 대화를 시작하자마자 문자들부터 보여줍니다.

[제보자/음성변조 : “(가장 최근에 그런 게 언제예요?) 최근요? 7월 22일 오늘이네요. 지금도 이렇게 구두 정책 던집니다. 정상적인 경로로 던지면 될 텐데 왜 이렇게 던질까요? 암호 같죠?”]

이통사에서 떨어지는 특별한 지령, 이른바 ‘구두 정책’입니다.

5G 단말기를 한 대 팔면 웃돈 34만 원을 더 주고, ‘번호 이동’ 즉, 다른 통신사 고객을 유치하면 5만 원을 얹어 39만 원을 주겠다는 뜻입니다.

판매장려금 규정보다 돈을 더 줄 테니 고객들에게 불법보조금을 지급하라고 유도하는 겁니다.

[“통신사 매니저들이 전화가 오죠. 그 위에 차장, 팀장급도 전화 올 때 있고요. 리베이트 70~80만 원까지 가는 거겠죠. (단말기)개수를 정해줍니다. 몇 개까지 해달라.”]

구두정책 전달은 첩보 작전을 방불케 합니다.

[“KT 같은 경우는 점조직 구조 자르기 좋게 1팀을 만들어서 ‘잘하는 판매자 있지, (구두) 정책 내려라'(고 합니다.) 문제 생겼잖아요. 폭파시켜 버려요. 다시 2팀을 만들어요.”]

[이펙트2]

이통3사의 구두 정책은 누가 왜 내려보내는 걸까.

본사를 찾아 물어봤습니다.

답변을 회피하거나,

[LGu+ : “그쪽 부서에서도 담당자나…특정을 먼저 해주시면…”]

본사 업무가 아니라며 부인하기도 합니다.

[SKT : “본사 직원은 아닌 것 같다…지금 찾고 있다고 하거든요.”]

추적 끝에, 취재진은 구두 정책을 전달해 온 LG유플러스 직원의 명함을 확인했습니다.

소속은 본사의 모 영업팀.

[LG유플러스 전략○○팀장 : “(000 팀장님 되시죠? KBS 오승목 기자라고 합니다.) 네 안녕하세요.”]

비밀리에 진행된 ‘구두정책’, 아예 본사에서 시작됐다는 얘깁니다.

취재진이 추가로 확인한 SK텔레콤의 이른바 특수마케팅팀, 역시 본사 소속이었고, KT는 본사뿐 아니라 지역본부에도 공식 조직을 뒀습니다.

[KT 전략○○센터장 : “되게 민감한 얘기예요..홍보 쪽으로 콘택트가 들어오면…”]

[SKT 텔레콤 전략○○팀장 : “제 전화번호 어떻게 아셨어요? 제가 통화를 계속 해야 하나요?”]

SK텔레콤의 해당 팀은 끝까지 부인했습니다.

[SK텔레콤 전략○○팀장 : “저희는 카톡으로 정책을 내지도 않고요. (시장과열 기준)30만 원 이내에서 집행하고 있어요.”]

명백한 거짓말입니다.

취재팀이 확보한 SK텔레콤의 구두 정책.

특수마케팅팀을 지칭하는 ‘특마’라는 표현이 등장합니다.

이 밖에도 취재팀이 확보한 이통3사의 구두정책만 40여 건.

부인과 회피에 급급하던 이통3사, 결국, 본사가 직접 주도한 불법보조금 정책의 실체를 인정했습니다.

[SK텔레콤 본사 관계자/음성변조 : “카톡 공지가 되는 경우는 최상위 대리점 일부에만 나가는데 굉장히 드문 일이다…”]

[LG유플러스 본사 관계자/음성변조 : “(경쟁사) 누군가가 이게 이제 먼저 (보조금을) 조금이라도 움직이게 되면, 저희 고객이 빠져나가는 게 보이니까…”]

취재진이 이통사의 이른바 ‘구두정책’을 추적한 이유는 이 구두정책이 바뀔 때마다 단말기값도 바뀌면서 누구는 싸게 사고, 누구는 비싸게 사고, 지난 십 수년간 그야말로 소비자를 우롱하는 근본 원인이었기 때문입니다.

KBS 취재 이후, 이통사들의 ‘소비자 우롱’은 멈췄을까.

[휴대전화 판매점주/음성변조 : “KT에서 보내 준 겁니다. 경쟁사들의 정책을 보고 대응차원으로서 문자를 보내주고 있는 겁니다.”]

5G로 기기변경을 할 경우 기종별로 47만 원까지 지원금을 준다는 KT의 구두 정책, 달라진 게 없었습니다.

[김주호/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팀장 : “그동안 여러 차례 과징금 처분이 내려졌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형사처벌이라든지 또 영업정지라든 적극적인 행정처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취재진은 아예 이동통신 3사 대표 차원의 공식 입장과 개선책을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갤럭시노트20 출시로 또 한 번 승부처가 벌어진 상황, 이번엔 소비자들이 제대로 된 대우를 받을 수 있을까요?

KBS 뉴스 오승목입니다.

촬영기자:송상엽 오광택/영상편집:이재연/그래픽:강민수 김석훈 김정현

  • 오승목 기자osm@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