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범”이라더니···검찰, KT 전 위성사업개발팀 팀장 고발사건 ‘혐의없음’ 종결해 논란 예상
조태욱 고발인 즉시 항고···“피의자 해외로 수년 간 도피, 수사권 제대로 행사 안 해”
3000억 전략자산, 홍콩 ABS사에 230억 매각···협상 담당자는 매입사 부사장으로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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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검찰이 우주영토 상실, 국부 유출 등 각종 논란을 일으켰던 KT의 무궁과위성 3호 불법매각 사건 관련 수사를 10년 만에 무혐의 종결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건 매각과 관련된 KT 임원들은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음에도, 수사 이후 장기간 해외로 출국했던 피의자를 뒤늦게 무혐의 처분한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서울중앙지검 신헌섭 검사는 조태욱 KT노동인권센터 집행위원장이 KT 위성사업개발팀 팀장으로 근무했던 김아무개 박사를 대외무역법 위반,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지난달 29일 혐의없음(증거불충분) 처분했다.

김 박사는 KT의 위성 사업 실무 책임자로 2010년 4월30일 무궁화위성 3호 매매매계약 체결 직전 매입사인 홍콩 위성 전문회사 ABS사 측 부사장으로 이직(2010년 2월 1일 입사)한 인물이다. 그는 과거 인터뷰에서 “무궁화 1호부터 6호까지 모두 감리를 담당했다”고 스스로 밝히는 등 개발과 사업 컨설팅 과정에서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4년 검찰은 KT의 무궁화위성 3호 매각 사건과 관련, 김성만 KT네트워크부문 부문장과 권영모 위성사업단 단장을 대외무역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하면서 김 박사를 ‘공범’으로 적시하기도 했다. 검찰은 KT 측에서 김 부문장과 권 단장이, ABS 측에서는 김 박사가 함께 범죄를 저질렀다고 본 것이다.

이후 김 부문장과 권 단장은 2017년 4월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각 1000만원의 벌금형)됐지만, 김 박사의 경우 해외 출국으로 수사가 중지된 상태였다.

고발인 조 위원장은 김 박사가 무궁화 위성 3호 매각 및 수출 당시 KT에 근무하지는 않았으나 ▲그 직전까지 KT 위성사업개발팀 팀장으로 근무하면서 위성 개발 및 2009년 진행된 무궁화위성 2호 매각 과정에 관여한 점 ▲무궁화 3호 매각 절차 진행 중 ABS에 입사한 사실 등에 근거해 KT 직원들과 공모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강하게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김 부문장 등을 기소했던 공소사실과 같은 내용이다.

반면 김 박사는 검찰에서 무궁화위성 3호 매각 절차가 진행되기 전에 KT에서 퇴직했으며, ABS에 입사한 이후 매각 협상 및 절차에 일절 관여한 사실이 없다고 항변한 것으로 확인됐다.

끝내 검찰은 과거 공소사실을 뒤집고 김 박사의 공모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불기소 결정했다. 지난해 11월 9년 만에 수사를 재개하고, 10년 만에 사건을 종결한 것이다.

시사저널e가 확보한 불기소 결정서에 따르면 검찰은 ▲매각 절차 실무를 담당한 직원들이 따로 있다는 진술 ▲김 박사 퇴사 후 매각 절차에 관여했다는 언급이 없는 점 ▲유죄가 확정된 김 부문장 등의 형사재판에서 법원이 ‘김 박사의 공모의 점이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범죄사실을 모두 삭제한 점 등을 불기소 이유로 삼았다.

나아가 검찰은 김 박사가 매매계약 과정에서 ABS를 조력했다고 가정하더라도 국내 인·허가를 득할 의무는 ABS가 아닌 KT 측이 전적으로 부담하는 것이라며 그것만으로 김 박사가 범죄를 공모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고발인 조 위원장은 검찰의 처분에 불복, 지난 5일 항고했다. 조 위원장은 조만간 구체적인 항고 논리를 항고이유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조 위원장은 “김 박사는 KT 인공위성 사업의 산증인이자 매각 절차에서 상당한 역할은 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라며 “죄가 없는 사람이 9년간 해외로 도피했다는 점, 매각 회사(KT)에서 실무협상을 주도했던 사람이 매매계약 직전 매입사(ABS사)에 부사장급으로 취업한 점 등을 보면 그가 KT 측 직원들과 범행을 저질렀다고 강하게 의심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검찰 역시 공범으로 기소했던 피의자를 뒤늦게 무혐의 처분했는데, 그동안 어떠한 수사도 하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국민이 위임한 수사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않은 것이다”라며 “이는 일반적 상식에 반하고, 검찰의 불기소 처분을 수긍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 ‘우주영토 상실 논란’ 부른 KT의 무궁화위성 3호 매각

KT는 연구·개발에 약 3000억원이 투입된 무궁화위성 3호를 홍콩 ABS사에 미화 2085만 달러로 매각(인도일 2011년 9월4일)했다.

무궁화위성 3호는 1999년 발사돼 적도 3만6000㎞ 상공의 정지궤도에서 방송·통신 서비스를 제공(설계수명기간 12년)하고 있었고, 2011년 이후 잔여 연료수명기간인 6년간 무궁화위성 5·6호의 백업 위성으로 활용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KT는 매각·수출을 위한 방송통신위원회의 인가와 지식경제부장관의 허가를 거치지 않은 채 ABS에 그 소유권을 넘겼다. 정부는 2013년 12월 매각 이전 상태로의 복구명령을 내렸지만, ABS의 거절로 불발됐고 이후 국제상업회의소(ICC) 중재법원을 통한 국제분쟁으로까지 번졌다.

KT는 또 무궁화위성 3호의 매각 사실을 제대로 밝히지도 않은 채 한반도를 빔커버리지로 한 무궁화위성 3호에 대한 주파수를 재할당 받은 것으로 밝혀져 2013년 12월 주파수 재할당이 취소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ABS, 파푸아뉴기니 정부 사이에 동경 116.1도 궤도에 관한 주파수 분쟁이 야기됐고, 결국 KT는 무궁화위성 3호의 매각대금 중 2013년까지 약 420만달러만을 지급받았을 뿐 나머지 매각대금을 지급받지도 못했다.

대한민국 ‘우주영토 상실’ 논란까지 일으켰던 이 사건에서 검찰은 실무자 2명을 재판에 넘기는 데 그쳤다. 검찰은 2014년 11월 매각 실무자 2명을 불구속 기소했으며 ‘실무자가 전결권자로 확인됐다’는 이유로 이석재 전 KT회장을 무혐의 처분했다.

KT의 무궁화위성 3호 불법매각 의혹은 KT주주들이 KT 전·현직 경영진을 상대로 낸 주주대표소송의 청구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