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동희 공인노무사 (법률사무소 일과사람) |
한 해 10만건 이상의 산업재해가 발생하고, 2천명 이상이 일터에서 죽는다. 일하다 죽거나 다치는 사람들은 다른 세계에 있는 것이 아니다. 정작 자신이 아프거나 가족이 다쳐야만 본인 문제로 인식한다. 그래서 잘못 대처하거나 산재신청을 못하는 경우도 많다. 심지어 산재 불승인을 받는다. 산재는 개인에서 가족으로 가난과 불행을 대물림하는 요인이 된다. 특히 산재 불승인은 불행의 터널이 길다. 산재보험을 잘 사용하는 방법 10가지를 전한다.
1. 거의 모든 질병이 산재다. 일단 일터에서 다치거나 아픈 일이 생기면 내 탓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 우선이다. 퇴직하거나 휴직 중에 발생해도 마찬가지다. 노동자라는 신분으로 일을 하거나, 일한 이후에 발생하는 질병을 모두 산재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산재신청과 판단은 그다음 문제다.
2. 승인율이 낮지 않다. 실제 일을 하다가 다친 사고는 92% 이상, 질병은 64% 이상 산재로 승인된다. 의무기록지나 관련 진술서 등을 통해 일하다 다친 사실을 증명하면, 특수한 사항을 제외하곤 문제가 없다. 뇌·심장질환은 40% 이상, 골병으로 불리는 근골격계질환과 직업성 암은 70% 이상 승인되고 있다. 이 외에도 일반인이 알지 못하는 많은 질병이 산재로 처리된다.
3. 산재신청은 복잡하지 않다. 서류 2장이면 산재신청이 가능하다. 다만 다치거나 아픈 경우 필요한 검사를 통한 진단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요양급여신청서와 의사에게 발급받은 산업재해보상보험 요양급여신청 소견서 각 2장이면 신청할 수 있다. 사망했을 때 사인이 명백하지 않으면 부검을 하는 게 유리하다.
4. 대부분 사건은 대리인이 필요 없다. 재해 경위가 명확한 사고, 업무부담이나 발병요인이 명확한 질병, 기능장해(각도)가 쟁점인 장해급여, 소음발생 사업장에서 3년 이상 근무 후 발생· 진단된 (감각신경성) 난청, 의학적 판단이 문제인 사안(진료계획·간병급여·상병판단·수술 필요성·진폐병형), 재요양 사건 등이 그렇다.
5. 3년이 지나도 산재신청은 가능하다. 즉 아프거나 다쳤다면 3년이 지났어도 산재신청이 가능하다. 다만 산재로 인정될 경우 과거 보험급여(요양비·휴업급여 등)는 신청 전 3년치만 지급된다. 그래서 될 수 있는 대로 3년 이내 하는 것이 좋다. 사망 사건은 사망한 다음 날부터 5년 내 신청해야 한다.
6. 사업주가 승인의 열쇠를 쥐고 있다. 일하다가 다친 경우뿐만 아니라 과로사·골병(근골격계질환), 직업병·자살을 포함한 모든 산재는 사업주가 산재승인의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업무 관련 명세나 자료, 진술확보 등 사업주의 조력이 클수록 산재승인 가능성이 커진다. 적절한 관계 설정, 초기 자료 확보가 중요하다.
7. 산재승인에는 본인의 노력이 필수적이다. 일단 사건을 담당하는 재활보상부 담당자,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위원이 누구인지도 중요하지만, 본인의 의지와 노력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산재증명 책임이 노동자와 그 가족에게 있고, 이러한 노력이 판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각 질병판정위·산재심사위원회·산재재심사위원회 등에 참여해 진술하는 것이 좋다. 참여하지 않은 경우보다 승인율이 높다는 통계가 증명한다.
8. 일단 재심사청구까지 해 보자. 심사청구·재심사청구에 비용이 들지 않고 각각 15%·9% 이상 인정된다. 불승인된 사유를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법원에서 노동자가 이기는 경우가 20% 이상이다. 근로복지공단 입장이 법원과 다른 사안은 소송을 제기해 볼 필요가 있다.
9. 산재는 일부만 보상된다. 산재승인 이후 요양급여·휴업급여·장해급여·유족급여 등이 지급된다. 본인 부담 비급여도 많고, 휴업급여는 임금의 70%만 지급된다. 산재는 사고로 인한 보상의 일부일 뿐이다. 사망처럼 손실이 크거나 장해가 있는 경우 사업주에 대한 민사배상 청구를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10. 산재보상은 노동자의 권리다. 사업주나 국가의 시혜가 아니다. 산재신청 권리를 박탈하거나 산재를 은폐하는 것은 중대한 범죄행위다. 그 어떤 노동자도 일터에서 죽거나 다치거나 병들어서는 안 된다. 사업주는 노동자 안전에 대한 배려의무가, 국가는 감시·감독 의무가 있다.
권동희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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