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또 거짓말…5G MEC 기술 글로벌 표준 채택 ‘거짓말’ 논란

기사입력2020.04.21. 오후 5:01
최종수정2020.04.21. 오후 6:06
KT 로고.  제공 | KT

[스포츠서울 김민규기자]KT가 5G(5세대 이동통신) 모바일 에지 컴퓨팅(MEC) 기술과 관련해 글로벌 표준으로 채택되지 않았음에도 거짓말로 대대적인 홍보를 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일각에선 KT가 중고 셋톱박스를 신품인 것처럼 속여 설치하며 고객을 기만한데 이어 대국민 사기까지 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KT는 21일 “국제 인터넷 기술 위원회(IETF) 107차 회의에서 5G MEC 핵심기술인 ‘이기종 네트워크 접속 관리 기술(MAMS)’과 관련 규약을 IETF 글로벌 표준(RFC 8743)으로 제안해 최종 채택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달랐다. IETF 홈페이지에서 KTRFC 8743 문서를 찾아 확인해봤다. 일반적으로 표준 채택 문서는 ‘Standard track(스탠다드 트랙)’으로 분류되지만 KT의 문서는 ‘Informational track(인포메이셔널 트랙)’으로 등록돼 있었다. 인포메이셔널 트랙은 IETF의 표준은 아니며 인터넷 커뮤니티에 도움이 될 기술적 내용들을 공유하는 목적의 문서다. IETF 측에서도 KT가 제출한 이 문서에 대해 ‘이 문서는 인터넷 표준의 정식 트랙이 아니며 IETF의 합의 의견을 대표하지 않는다(However, this document is not an Internet Standards Track specification, and it does not represent the consensus opinion of the IETF)’라고 명시했다.

IETF는 인터넷의 원활한 사용을 위한 표준 규격을 개발하는 권위 있는 단체로 인터넷 프로토콜의 표준을 제정했다. 결국 KT는 해당 단체에 글로벌 표준으로 채택되지 않았으면서 거짓으로 대대적인 홍보를 펼쳐 소비자를 현혹하려 한 것이다.

이에 대해 KT 측은 “IETF 표준화 기술은 인포메이셔널 트랙으로 진행해 RFC 8743 표준 스펙 문서를 등록했다. 이 기술은 상용 제품에도 들어가 표준 규격으로 인정되고 사용한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박승권 한양대학교 교수는 “인포메이셔널 트랙은 가이드라인으로 보면 된다. 구체적인 사안이 아닌 포괄적인 내용을 담은 것이고 추후 세부사항이 붙는다. 만약 IETF에서 ‘인터넷 표준의 정식 트랙이 아니며 합의 의견을 대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면 이는 표준이 아니라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표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나 시작점으로 봐야 한다. 앞으로 이런 연구를 할 테니 관심을 갖고 함께 해보자는 의미다. RFC 번호는 안내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뿐만 아니라 KT는 이날 “글로벌 표준 채택과 함께 앞으로 출시되는 5G MEC 단말과 서버에서 기본 기능으로 탑재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고도 밝혔다. 다수의 글로벌 통신사업자가 이 표준을 이용하면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서비스가 5G를 이용하지 않는 고객에게도 한층 빠르고 안정적으로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랑했다. 채택도 되지 않은 표준을 두고 마치 글로벌 표준이 된 것 마냥 여론을 호도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기업’, ‘1등 5G 선도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던 구현모 KT 대표의 각오와는 상반된 행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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