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합의체서 판례 변경
복직 불가능하게 된 경우도
못 받은 임금은 다툴 수 있어
노동자가 부당해고 소송 도중 정년이 지났더라도 계속 소송을 진행할 수 있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사측과 부당해고 여부를 다투다가 근로계약이 만료돼 어려움을 겪어온 노동자들이 구제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20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조모씨가 부당해고와 관련해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행정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조씨는 2016년 회사에서 해고당한 뒤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구제신청을 냈지만 중노위는 이를 기각했다. 이에 그는 행정법원에 중노위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냈지만 이후 정년을 맞았고 1·2심 모두 ‘정년이 지나 무의미하다’며 이를 각하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원직장에 복직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된 경우에도 해고기간 중 임금 상당액을 지급받을 필요가 있다면 재심판정을 다툴 소의 이익이 있다”며 원심을 파기했다. 이는 ‘부당해고 여부를 다투던 중 근로관계가 종료됐다면 소송을 계속해봐야 복직이 불가능하니 의미가 없다’고 해온 기존 대법원 판례도 뒤집은 결정이다.
기존 대법원 판례는 노동자에게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정년이 머지않은 노동자가 부당해고를 당했더라도 회사가 소송으로 시간을 끌면 구제받을 길이 마땅치 않았다. 기간제 노동자는 부당해고를 당했더라도 계약기간 만료가 임박하면 소 제기 자체를 포기하기 일쑤였다. 반면 사용자는 고용계약 만료 여부와 관계없이 소송을 계속할 수 있었다.
이번 결정은 지방·중앙 노동위원회의 판단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노동위도 그간 기존 대법원 판례를 이유로 원직 복직이 불가능한 상황인 노동자의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각하’해왔다. 구제신청 자격이 없다며 부당해고 여부는 따지지조차 않았던 것이다.
권오성 성신여대 법학과 교수는 “그간 부당해고 구제신청 제도는 ‘원직 복직’을 주된 효과로 보고, ‘해고기간 받지 못한 임금 상당액 청구’는 부수적 효과로 봐서 원직 복직을 할 수 없다면 임금 상당액에 대한 판단도 할 수 없다고 본 것인데 제도의 취지를 바로잡은 것”이라며 “부당해고 사안에 대한 노동위원회의 권한과 역할도 확대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