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데일리] 국민기업 KT 구현모·임헌문 상왕설

국민기업 KT 구현모·임헌문 상왕설

스카이데일리 칼럼

김신기자(skim@skyedaily.com)

기사입력 2018-01-02 00:01:25

▲ 김신 편집인
2017년은 그야말로 KT그룹의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안타깝게도 부정적인 의미에서다. 최순실 국정농단 연루 의혹부터 채용비리, 현 정부와의 소원한 관계 등 각종 구설수가 끊이지 않았다. 급기야 기존 ‘국민기업’ 대신 ‘비리왕국’이 대표수식어 자리를 꿰차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심지어 한 해가 저물어가는 시점에도 KT그룹을 둘러싼 부정적 이슈가 불거져 나왔다. KT그룹 고위 임원이 단체로 연루된 뇌물수수 의혹이다. 구랍 29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KT의 홍보·대관 담당 임원들이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현 과학통신정보통신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기부했다는 첩보를 최근 입수해 사실관계 확인에 나섰다.
 수사 대상에 오른 임원 숫자는 7~8명 가량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 임원들은 법인카드를 허위로 사용한 후 현금을 되돌려 받는 수법, 이른바 ‘카드깡’을 통해 현금을 마련한 뒤 이를 미방위원들에게 기부금 명목으로 전달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미방위는 통신 관련 예산 배정과 입법 등에 관여하는 상임위원회다. 통신사업이 주력인 KT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KT는 경찰뿐 아니라 검찰의 수사도 동시에 받고 있다. 이 역시 뇌물 관련 혐의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신봉수 부장검사)는 최근 KT의 CR(Corporate Relations) 부문 부서가 한국e스포츠협회에 납부한 후원금 목록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KT는 협회 부회장사겸 이사사로 가입해 구단 운영, 대회 스폰서비 지급, 연간 회비 납부 등을 해왔다. 검찰은 협회에 후원금을 낸 경위와 자금 집행내역을 살펴볼 방침이다.
 이번 검·경의 뇌물 관련 수사는 앞서 KT그룹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은 최순실 국정농단 연루 의혹 사건과 궤를 같이한다는 데서 문제의 심각성이 더해진다. 이번 뇌물 관련 수사도 권력형 비리 성격을 지니고 있다. KT그룹과 관련 깊은 정치인, 기관, 단체 등에 대한 뇌물 수수 의혹은 박근혜 전 대통령 비선실세 최순실의 측근을 핵심요직에 앉힌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끊이지 않는 권력형 비리 의혹에 국민 여론은 하나의 결론으로 좁혀지는 분위기다. 권력형 비리를 주도하는 어떠한 특정 세력, 또는 구심점 역할을 하는 인물이 있다는 시각이 KT그룹 안팎에서 일고 있다. 화살은 구현모 사장(경영지원총괄)과 임헌문 사장(MASS총괄) 등 두 명에게로 향하고 있다. KT그룹 내 터주대감인 두 사람은 최근 ‘KT그룹 상왕(上王)설’의 주인공으로 이름이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두 사람은 삼성출신의 황창규 회장과 달리 KT그룹 내에서 최소 10년 이상 몸담아 온 인물들이다. KT그룹의 경우 민영화 작업이 이뤄지긴 했지만 아직까지 공기업 성격의 조직문화가 짙게 깔려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때문에 조직 내에서 두 사람의 영향력은 실로 막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황 회장 이상의 영향력을 지녔다고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그동안 KT그룹을 둘러싼 크고 작은 논란이 불거져 나올 때 마다 화살은 황창규 회장을 향했었다. KT그룹의 상왕으로 평가되는 두 사람의 이름은 거의 거론되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사건의 책임을 묻는 퇴진 요구 또한 늘 황 회장의 몫이었다. 하지만 황 회장을 향한 비판과 감시의 시선 속에서도 KT그룹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좀처럼 사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주변의 관심에서 한 차례도 멀어지지 않았던 황 회장이 이를 온전히 주도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하는 배경이다. 황 회장과 버금가거나 혹은 그 이상의 영향력을 가지면서도 주변의 감시에서 자유로운 인물들, 구현모·임헌문 사장이 KT그룹의 크고 작은 논란의 단초를 제공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 그래서 나온다.
 사실이던 사실이 아니던 누군가가 국민기업 KT그룹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 자체가 여간 불미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국민 전체를 허탈감에 빠뜨릴 만한 사안이다. KT그룹을 둘러싼 각종 논란의 책임은 황창규 회장 한 사람에 그쳐선 안 될 일이다. 구현모·임헌문 등 소위 말하는 ‘윗물’이 송두리째 바뀌어야 한다는 의미다. KT그룹의 대대적인 쇄신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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