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의 뇌물수수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한국e스포츠협회 후원금으로 수사 범위를 넓히면서 협회 이사사인 KT에도 태풍이 몰아닥칠 태세다. 일각에서는 교체설에 시달리고 있는 황창규 회장의 거취로까지 비화될 수 있다는 부정적 전망도 내놓는다.
KT스포츠 홈페이지 캡처 화면
검찰이 이번 수사에서 주목하는 부분은 기업들이 협회에 낸 돈의 뇌물성 여부다. 검찰은 KT가 후원금을 낸 경위와 자금 집행에 있어 문제가 없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3일 “KT 관련 조사는 전 전 수석 사건과 유사한 방식으로 현안과 연계된 후원금이 전달된 걸로 의심되는 부분이 있어 파악하는 단계”라며 “아직 범죄 혐의가 나왔다고 말할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전 전 수석은 기업들에게 한국e스포츠협회에 후원금을 내도록 강요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현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 시절, 롯데홈쇼핑과 GS홈쇼핑을 압박해 자신이 회장으로 있던 한국e스포츠협회에 각각 3억3000만원의 후원금과 1억5000만원의 기부금을 내도록 했다는 혐의다.
전 전 수석은 지난 2013년 1월 현역 의원 신분으로 협회장에 취임해 2014년 12월 물러났지만 명예회장직은 유지했다. 2016년 회장직에 복귀했다가, 지난해 5월 청와대 정무수석에 임명되면서 회장직을 내려놓았다. 전 전 수석이 협회에 큰 애정을 보였다는 사실은 여당 내에서도 확인된다.
현재 협회의 이사사는 KT와 SK텔레콤, 한국콘텐츠진흥원 등이다. CJ E&M과 제일기획은 지난해 협회를 떠났다. CJ E&M은 협회에서 운영하는 리그오브레전드 팀이 없다는 이유로 탈퇴했다. 제일기획은 프로게임단 ‘삼성 갤럭시’를 글로벌 e스포츠 기업 KSV에 매각하면서 협회와 결별했다.
KT는 이사사로서 회비뿐만 아니라 주요 리그에 후원금도 냈다. KT는 e스포츠 구단인 KT롤스터도 보유하고 있다. KT의 스포츠 전문 계열사인 KT스포츠에서 야구·농구·하키팀과 함께 KT롤스터를 운영 중이다. 1999년 창단된 KT롤스터는 스타크래프트·스페셜포스·피파 등의 팀을 운영했다. 현재 리그오브레전드 팀을 운영하고 있다. KT 관계자는 “아직 검찰 조사 단계라 특별한 입장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안팎에서는 5G 시범무대로 삼고 있는 평창동계올림픽을 불과 1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악재가 터져 곤혹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동시에 황 회장 거취에 대한 압박 아니냐는 시선도 있어 여러 경로를 통해 진상 파악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