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민주노조를 다시 세우기 위한 노력은 계속될 것이다.
작성자: 최종관리자 | 조회: 724회 | 작성: 2017년 11월 27일 3:05 오후얼마 전 치러진 제 13대 KT노동조합선거에서 기존 어용집행부에서 내세운 후보인 김해관 후보가 68.3%의 득표율로 중앙위원장에 당선되었다. KT전국민주동지회(이하 KT민동회)에서 내세운 이상호 후보는 30.4%를 득표하였다. 그러나 함께 치러진 12개 지방본부의 위원장 선거에서는 조합원수가 4,700여명에 달하는 본사본부에서 KT민동회가 내세운 후보인 정연용 후보가 당선되었다. 비록 한 개의 지방본부지만 조합원수 비중이 4분의 1에 해당하는 본사지방본부에서 민주파 후보가 당선된 것은 쾌거라고 할 수 있다. 한겨레신문에서는 이를 서울시장에 야당이 당선된 것에 비유하기도 하였다.
어용집행부가 중앙위원장을 20여 년간 잡고 있고 2002년 민영화 이후 민주파가 단 한 차례도 지방본부 위원장에도 당선되지 못했던 KT에서 가장 큰 규모의 지방본부인 본사본부에서 민주파 후보가 당선된 것은 결코 작은 사건이 아니다. 회사의 불법 선거개입과 어용집행부의 불공정한 선거관리 때문에 KT노조선거에서 민주파가 승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여겨져 왔다. 본사본부에서의 민주파 당선은 철옹성같이 보였던 KT의 어용노조 체제에 파열구를 낸 것이고 앞으로 KT조합원들이 자신감을 회복하는 데 있어 좋은 계기가 될 것이 분명하다. 우리는 본사위원장 선거의 이번 승리는 조합원의 변화에 대한 열망이 표출된 결과라고 본다. 그렇지만 중앙위원장과 다른 지방본부 위원장 선거에서는 여전한 회사의 선거개입과 어용노조의 불공정한 선거관리의 벽을 넘지 못한 아쉬움을 남겼다. 이를 극복하고 민주노조를 다시 세우기 위한 노력은 앞으로도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이번 선거는 예전과 다른 정치지형 아래서 치러진 선거였다. 박근혜를 끌어내린 촛불운동이 있었고 정권교체가 이루어졌다. 박근혜 비리에 협조했던 KT황창규 회장은 퇴진설이 나오는 등 입지가 불안정한 상황이다. 이런 정세 때문에 이번 선거에서는 예전처럼 회사가 전면에 나서서 불법적으로 선거에 개입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었다. 또한 촛불운동을 경험하고 지켜본 조합원들이 조금 더 자신감을 가지고 선거에 임할 수 있는 여지도 충분하다고 보았다.
본사본부에서 민주파가 승리한 것은 이런 예상이 부분적으로 들어맞은 결과였다. 본사본부에는 상대적으로 젊은 조합원이 많은데, 이들 중 상당수가 광화문 사옥에 근무하면서 촛불운동을 가까운 거리에서 경험할 기회가 있었던 것이 자신감에 좋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30여 개가 넘은 단체가 모여 결성한 KT민주화연대가 광화문사옥 앞에서 여러 차례 집회를 하고 매주 수요일마다 규모 있게 피켓 선전전을 한 것도 긍정적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이런 점은 광화문사옥, 분당본사, 우면동 연구소 등에 주로 근무하는 본사조합원의 투표결과를 볼 때 광화문에서 민주파 후보가 규모 있는 격차로 승리하며 전체 승리를 견인한 것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편 동일 건물에 다수가 근무하며 큰 규모의 지부에 속해 있기 때문에 다른 지방본부처럼 투개표소를 잘게 쪼개 민주파에 대한 투표를 통제하는 방식이 통하지 못했다는 점이 조합원의 표심이 상대적으로 왜곡되지 않고 표출될 수 있도록 했다. 이점 또한 승리의 중요한 원인이었다.
전체 결과를 보면 민주파 후보의 득표율은 지난 선거에서의 26.2%에서 30.4%로 4.2% 상승하였다. KT의 상황에 비추어보면 선전한 결과이지만, 애초의 기대에는 못 미치는 수치인데 가장 큰 요인은 회사의 불법적 선거개입이 여전히 지속된 데에 있었다. 선거 돌입 직전에 KT의 노무관리 실세임원이 친사측 후보의 선정과정을 주도하고 KT회장 황창규가 ‘낙점’하는 방식으로 후보가 결정되었다는 제보가 폭로되었는데, 이는 이번 선거에 KT사측이 임하는 자세를 보여준 것이었다. 자신들이 낙점한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회사는 은밀하지만 적극적으로 나섰다. 회식자리에서 1번 후보 지지를 요구한 관리자, 민주파 후보에 대한 추천서명을 취소하도록 압력을 넣은 관리자 등이 드러나 고발되었다. 팀장들이 조합원들을 개별면담하며 1번 후보에 대한 투표를 강요한 정황도 광범위하게 드러났다. 이런 결과로 충북과 제주에서 민주파 후보의 등록이 무산되었으며, 선거 초반 조금씩 살아나는 듯했던 조합원의 자신감은 선거 중반 이후 다시 주춤해지며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돌이켜보면 곽노현교수가 프레시안에 기고한 글에서 언급하였듯이 김해관 후보에 대한 KT 사측의 ‘낙점’의혹이 제기되었을 때 노동부에서 신속하게 압수수색을 하며 진상규명에 나섰더라면 선거의 전체 판도는 달라질 수 있었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엄단 의지가 여전히 부족하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편 조합원들이 자신의 투표성향이 드러날 것이 두려워 민주파에 투표하지 못하도록 투개표소를 잘게 쪼개놓는 방식이 이번에도 적극 사용되었다. 전체 435개 투개표소 중 20명 이하 투개표소가 202개에 달했고, 전체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300개소가 40인 이하 투개표소였다. 극단적인 사례로는 4인짜리 투개표소도 있었다. 회사의 개입과 잘게 쪼갠 투개표소가 서로 상호작용을 하며 조합원들이 민주파 후보에 투표하지 못하도록 억눌렀다. 선관위가 전체 투개표소의 개표결과를 발표하지 않아 전부 파악된 것은 아니지만 현재까지 이상호 후보의 득표가 0인 투표소가 51개소나 확인된 것은 이런 상황을 반영한다.
어용집행부와 한통속이었던 선관위의 불공정한 선거관리도 한 몫을 했다. 이번 선관위는 애초부터 노조의 규약상 중앙위원회가 선임하도록 되어있는 절차를 거치지 않은 ‘무자격 선관위’였다. 선관위는 1번 후보가 후보등록 이전에 미검인 유인물을 이미 인쇄하도록 방조하였으며 검인 시 선관위를 방문하여 등록하도록 하는 절차를 무시한 것도 용인하였다. 반면에 기호 2번의 유인물에 대해서는 사전검열을 통해 각종 수정을 요구하는 억지를 부렸고 주의와 경고를 남발하였다. 특히 서면으로 제출한 부산본부 참관인 명단을 은폐하고 참관인 등록을 불승인하기까지 하였다. 또한 이들은 이상호 선본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도 전체 투개표소별 개표결과를 알려주지 않고 있다.
우리는 이번 선거에서 발생한 회사의 불법 선거개입, 어용노조의 투개표소 잘게 쪼개기, ‘무자격 선관위’의 불공정한 선거관리 등에 대해서 결코 그냥 넘기지 않을 것이다. 회사의 불법 선거개입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제보를 확보하였으며, 우리는 이들이 반드시 형사 처벌을 받도록 할 것이다. 투개표소 잘게 쪼개기와 불공정한 선거관리에 대해서도 법적 수단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바로잡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이번 선거를 통해 조합원의 소신투표를 가로막는 각종 장치들을 극복해야 민주노조가 가능하다는 점이 분명해졌으므로 우리는 이를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다.
KT민동회는 이번 선거에서 조합원들의 변화에 대한 열망을 확인하였으므로 이를 실현하기 위해 다시 힘차게 나서고자 한다. 우선 KT민동회는 이번 선거에서 승리한 본사본부에서 기존 어용노조 집행부와 다른 민주노조의 참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노동조합활동의 모범을 보이고 조합원들을 노동조합의 주인으로 세워낼 것이다. 본사본부를 중심으로 조합원의 권익을 위해 앞장서서 투쟁을 조직하면서 KT 전체 조합원의 의식과 자신감을 성장시켜낼 것이다. 또한 민주파 후보에게 투표한 30%가 넘은 조합원들을 조직하고 KT민동회의 주변으로 묶어내기 위한 노력도 계속해나갈 것이다. KT민주화연대와 함께 KT적폐청산, 황창규 퇴진, 통신공공성 강화 투쟁도 지속해서 벌여나갈 것이다.
KT전국민주동지회는 조합원의 힘으로 KT에 민주노조를 세우기 위한 노력을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다.
2017.11.26
KT전국민주동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