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신문] ‘통신적폐 1호’ 황창규(하)

[조한규의 프리즘] ‘통신적폐 1호’ 황창규(하)
8300여명 명예퇴직 시킨 후 삼성 출신 등 고액연봉자 대거 영입
판공비만 월 3000만~4000만원 사용…통신기본료 폐지 극구 반대
‘반도체 유목민’ 자처하면서 KT에선 철옹성 쌓아…자진 사퇴해야
2017년 08월 21일 (월) 09:57:57 조한규 webmaster@smedaily.co.kr

▲최순실 의혹의 연루된 황창규 KT 회장이 물러나야한다는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황 회장은 취임 이후 인건비 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8300여명의 직원들을 명예 퇴직시켰지만 정작 자신은 해마다 수십억원의 연봉을 받아가면서 비판을 자초했다. 그는 올 상반기에만 이미 11억8100만원의 급여를 챙겼다. 현재 황 회장은 국민 통신료 부담을 줄이자는 정부의 정책에도 반기를 들고 있다. ‘국민 기업’ KT를 이끌 수장으로서의 자격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사진=KT새노조.

황창규 KT회장의 전공은 전기공학이다. 서울대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했다. 서울대 대학원에서도 전기공학을 전공했다. 1985년 미국 매사추세츠대 애머스트(University of Massachusetts, Amherst)에서 전기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졸업 후 미국 스탠포드대의 전기공학과 책임연구원으로 근무했다.

황 회장이 반도체를 공부하게 된 계기는 1974년 대학교 3학년 때의 일이다. 서울 광화문의 한 책방에서 우연히 ‘반도체의 바이블’이라고 알려진 ‘반도체의 물리와 기술(Physics and Technology of Semiconductor Device)’이라는 책을 접하고서부터다. 인텔 창업자 중 한 사람인 앤디 글로브(Andrew S. Grove)가 쓴 책이다. 황 회장은 이 책을 수십 번 읽었다고 한다. 그래서 박사학위 논문도 마이크로웨이브에 사용되는 반도체의 특성을 분석하고 설계하는 내용을 다뤘다.

황 회장은 1994년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 상무로 취임해 한국 반도체 산업에 크게 기여했다. 삼성전자는 1999년 256메가바이트 낸드 플래시 메모리(전원이 없는 상태에서 데이터를 계속 저장할 수 있는 메모리)를 개발한 이후 2007년 10월 세계 최초로 30나노 64기가바이트 낸드 플래시 메모리 개발에 성공했다. 8년 연속 ‘메모리 신성장론’인 ‘황의 법칙(Hwang’s Law)’을 입증했다. 그만큼 황의 과거 업적은 눈부셨다.

반도체는 최근 10개월 연속 수출플러스 행진에 크게 기여했다. 반도체의 슈퍼호황이다. 그러나 반도체의 고공행진은 위태롭다. 절정에 도달했다는 분석도 많다. 전문가들은 ‘포스트 반도체’를 준비해야 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그 적임자는 황창규 회장”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하지만 황 회장은 현재 통신사인 KT의 회장을 맡고 있다. 자기에 맞지 않은 옷을 입고 있는 셈이다. 반도체 전문가가 통신 전문가의 ‘흉내를 내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인터넷신문 ‘피치원’은 ‘뉴스1’보도를 이용, 그는 2017년 2월 27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막한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2017’ 기조연설을 통해 “KT의 음성인식 인공지능(AI)기술력이 구글이나 아마존보다 낫다”고 발언했다고 보도했다. 이렇게 발언한 것이 사실이라면 국제적인 망신을 자초한 것이나 다름없다. 물론 KT측은 “황 회장이 아마도 기가 지니의 성능을 설명하면서 부분적으로 한국어 버전의 경우 구글이나 아마존보다는 낫다는 취지로 발언한 게 확대 해석된 것 아니겠냐”고 해명했지만 통신기술에 대한 황 회장의 무지를 드러낸 것이란 지적이 지배적이다.

그의 경영방식에도 문제가 있다. ‘국민기업’ KT에 민간기업 삼성의 경영방식을 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황 회장은 취임하자마자 “그동안 KT는 경쟁사에 비해 지나치게 직원이 많아 인건비 부담이 컸다”며 노조의 반발에도 8304명의 직원을 명예 퇴직시켰다. 사실상 강제퇴직이다. 퇴직자들은 지금도 비통한 심정으로 지내고 있다고 한다. ‘원망스럽고 분한 기운이 하늘에까지 사무치고 있다’는 ‘원분지기 철호창궁(怨憤之氣 徹乎蒼穹)’이란 율곡(栗谷) 이이(李珥) 선생의 탄식을 실감나게 한다.

그래놓고도 황 회장은 KT의 핵심요직에 적지 않은 사람을 새로 영입했다. 황 회장이 영입 또는 재입사시킨 KT의 주요 간부들로는 임헌문 Mass총괄사장(KT), 김준근 GiGA IoT사업단 상무(삼성전자), 윤경림 미래융합사업추진실 부사장(SK브로드밴드/CJ/KT), 신수정 IT기획실 전무(SK), 윤종진 홍보실 전무(삼성전자/SKT), 최성혁 경영환경분석TF 상무보, 김인회 비서실 부사장(삼성전자), 윤경근 윤리센터 상무(KTF), 최일성 에스테이트 사장(삼성물산), 이남기 스카이라이프 사장(TBC/KBS/SBS), 김영선 스카이라이프TV 사장(KBS), 오세영 KTH 사장(KBS) 등이 있다. 33개 계열사의 드러나지 않고 있는 고문들까지 합하면 영입인사들은 상당수에 이른다고 한다.

KT는 2016년 매출 22조7437억원, 영업이익 1조4400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KT 주가는 형편없다. 황 회장의 경영능력을 반영한다. 8월 7일 KT 주가는 3만2950원이었으나 경쟁사인 SK텔레콤 주가는 26만4000원이었다. SK텔레콤 주가는 KT의 8배나 된다. 그럼에도 황 회장은 2017년 KT를 제외한 그룹 계열사에서도 매출 10조원을 올리겠다고 호언장만을 했다. 전체 매출이 올라가야 연봉이 올라가기 때문인가. KT의 경영을 내실화하고 탄탄하게 해서 시장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아야지 실적만 부풀리는 것은 시장을 우롱하는 행위다.

‘황창규의 KT’는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공약 ‘기본료 1만1000원 폐지’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상당히 오만한 태도다. 황 회장은 2016년 연봉 24억원을 받았고, 하버드대에서 두 번 강의하며 전 세계를 누비니까 대한민국 대통령이 우습게 보이는 모양이다. 오직 자신의 연봉을 위해 국민들의 통신비로 KT의 몸집만 키우겠다는 생각만 꽉 차 있는 것 같다. 황 회장은 2017년도 상반기에 이미 11억8100만원의 급여를 거머쥐었다. 연말에 계량지표와 비계량 지표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KT 이사회가 의결만 하면 성과급은 더욱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또 황 회장은 월 3000만~4000만원의 판공비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 3~4억여 원을 판공비로 지급받고 있다는 셈이다.

통신사업은 전파와 주파수라는 공공재를 기반으로 한 산업이다. 진입장벽 또한 매우 높은 독점성을 갖고 있다. 통신비는 가계지출 중 의식주, 교육, 교통비 다음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가계부채의 네 번째 요인인 셈이다. 그래서 문 대통령은 기본료 폐지를 공약한 것이다. 1호 공약이나 다름없다.

KT는 겁도 없이 이렇게 항변한다. “기본료 폐지는 이통사의 마케팅비 및 투자 급감 야기로 유통망, 통신장비 제조 및 설비 업체 등 연관 산업생태계의 붕괴로 이어진다. 기본료 폐지로 인한 통신사의 투자여력 상실은 5G 투자 감소 지연으로 이어져 고도화된 네트워크를 필요로 하는 4차 산업혁명 대응을 불가능하게 하여 국가경쟁력 약화를 야기한다” 심지어 일률적으로 기본료 1만1000원을 폐지하면 이동통신 3사 연간 매출감소가 6조원 이상이 될 것이라고 겁박한다.

그런데 왜 연봉을 낮추겠다는 얘기는 하지 않는가. 회장은 연봉 24억원에서 2억4000만원으로, KT의 모든 사장들은 3억원 또는 5억원에서 1억5000만원으로 각각 낮추고 임원들의 연봉도 적절하게 조절하고 나서 그런 항변을 하면 이해가 간다.

국민 혈세나 다름없는 기본료를 받고 있는 이통사가 ‘소송전’을 운운하며 정부에 대항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반역’이다. 촛불민심에 대한 거역이다. 스스로 ‘통신적폐’임을 만천하에 공개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는 무엇을 하고 있단 말인가. 물론 8월로 검찰의 인사가 마무리되고 체제가 정비되면 검찰의 ‘칼끝’이 ‘통신적폐’도 겨눌 것으로 보인다.

몽골의 북부를 흐르는 오르혼(Orkhon)강 유역에 가면, 683년 돌궐(Kökturk)을 당나라로부터 독립시켜 제2의 돌궐 제국을 일으킨 톤유쿠크(Tonyuquq)의 비문이 있다. 비문의 마지막 문장에는 “성(城)을 쌓고 사는 자는 반드시 망할 것이며, 끊임없이 길을 뚫어 이동하는 자는 흥할 것이다”는 명언이 있다. 황 회장은 이 말을 인생의 좌우명으로 삼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스스로를 ‘반도체 유목민(semiconductor nomad)’이라고 자처한다. 이는 ‘황창규 회장이 KT에 성을 쌓고 머무르면 망하고 반도체의 새 길을 뚫어 이동하면 흥할 것’이란 말로 들린다. KT도 망하고 황 회장도 망하기 전에 KT를 떠나라. 유목민은 가을 풀밭이 노랗게 시들기 전에 이동한다.

조한규 중소기업신문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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