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신문] ‘통신적폐 1호’ 황창규(상)

[조한규의 프리즘] ‘통신적폐 1호’ 황창규(상)

2017년 08월 07일 (월) 10:29:07

조한규 webmaster@smedaily.co.kr

정부 통신비 인하 거부한 황 회장 전직원에 통신비 인하 ‘함구령’ 내려
매년 연봉은 2배씩 느는 ‘황의 연봉 법칙’⋯지난해 24억3600만원 챙겨
송도균·차상균·김도균 등 사외이사 황 회장 추천⋯연봉, 고문단 공개해야

▲황창규 KT 회장이 정부의 통신비 인하 방침에 거부하면서도 자신의 연봉은 매년 2배씩 늘리면서 ‘통신적폐 1호’로 떠올랐다. 황 회장이 지난해 받은 연봉은 24억3600만원에 이른다. 지난달 28일 청와대 본관에서 2차 주요 기업인과의 간담회 겸 만찬에 앞서 열린 ‘칵테일 타임’에서 황 회장(우측 두번째)이 문재인 대통령과 건배하고 있다.

‘황의 법칙(Hwang’s Law)’. 한국 반도체 산업의 신화를 상징한다. 2002년 국제반도체회로학술회의에서 황창규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겸 메모리사업부장 사장은 ‘메모리 신성장론’을 발표했다. 핵심 내용은 모바일 기기와 디지털 가전제품 등 non-PC분야의 주도로 반도체의 집적도가 2배로 증가하는 시간이 1년으로 단축됐다는 것. ‘메모리 신성장론’은 황창규 사장의 성을 따서 ‘황의 법칙’으로 명명됐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1999년 256M 낸드플래시메모리를 개발한 뒤 2000년 512M, 2001년 1Gb, 2002년 2Gb, 2003년 4Gb, 2004년 8Gb, 2005년 16Gb, 2006년 32Gb, 2007년 64Gb 제품을 잇달아 개발했다. 반도체 메모리의 용량이 1년마다 2배씩 증가한다는 ‘황의 법칙’이 실증된 셈이다.

황창규는 승승장구했다.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2004년 1월~2008년 5월), 삼성전자 기술총괄 사장(2008년 5월~2009년), 지식경제부 R&D전략기획단 단장(2010~2013년)을 지냈다. 그리고 2014년 1월 KT 대표이사 회장에 취임했다. 2017년 3월24일 KT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 회장에 연임됐다. 2020년까지 KT회장으로 무소불위의 통신권력을 휘두르게 된 것이다.

하지만 ‘황의 법칙’은 KT에선 기가 막히게 변용됐다. 반도체 메모리 용량이 1년마다 2배씩 증가하듯이, 황 회장의 연봉이 1년마다 2배씩 증가한 것이다. 2014년 황 회장의 기준 연봉은 5억7300만원이었다. 2015년엔 2배 증가한 12억2900만원의 연봉과 성과급을 수령했다. 2016년엔 다시 2배가 증가한 24억3600만원의 연봉과 성과급을 받았다. 이런 식으로 연봉과 성과급을 받게 되면 2017년 48억여원을 수령하게 된다. 2020년에는 무려 384억 원을 받게 된다. 마법에 가깝다. 매달 통신비를 꼬박꼬박 내는 국민들에게는 억장이 무너지는 일이다.

KT 측은 “기준 연봉은 지금도 5억7300만원이며, 매출과 영업이익 증가에 따른 성과급을 받다보니 그렇게 증가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성과급 기준을 어떻게 책정했기에 1년마다 황 회장이 수령한 사실상 연봉이 2배씩 증가했단 말인가. 지난해 받은 24억3600만원 중 5억7300만원만 연봉이고, 나머지 18억6300만원은 성과급이니 계산에 넣지 말라는 것인가. 소도 웃을 일이다. 상식적으로 국민이 볼 때 그냥 연봉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 고위당국자는 7일 “황 회장이 수령한 돈은 사실상 연봉”이라고 지적하고 “아무리 민영화된 공기업이라고 하지만 국민의 혈세나 다름없는 국민 통신비에서 그런 천문학적인 돈을 받는다는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방송통신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황의 법칙’이 ‘황의 연봉법칙’으로 둔갑했다”면서 “오죽했으며 자신이 발탁한 간부들조차 등을 돌렸겠느냐”고 개탄했다.

황창규 회장에게 묻겠다. 왜 통신비 인하를 반대하고 있는가. 자신의 천문학적 ‘연봉’이 줄어들 것을 우려해서 통신비 인하를 반대하고 있는가.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 7월27일 황창규 회장을 만나 통신비 인하의 필요성을 강조했으나 황 회장은 말이 없었다고 한다. 황 회장은 KT 전 직원에게 ‘통신비 함구령’을 내렸다.

황 회장은 지난 6월 말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할 때 경제사절단에서 빠졌다. 7월24일 2018 평창동계올림픽 200일 점검 행사에서 문 대통령은 공식 통신분야 후원사인 KT의 황 회장에게 눈길을 한 번도 주지 않았다. 그러자 ‘황창규 교체설’이 돌았다.

그러나 황 회장은 지난 7월 28일 청와대 기업인간담회에는 참석했다. 황 회장은 가슴을 쓸어내렸을 것이다. 안도했을 것이다. 하지만 착각하면 안 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황 회장에게 “KT가 평창 동계올림픽 공식 주관사 아니냐”며 “세계 최초로 올림픽 기간에 ‘오지’통신을 이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준비가 잘 되느냐”고 물었다. ‘오지’는 ‘파이브지(5G)’라고 발음하는 통신기술 단계다. 다만 ‘오지’는 문 대통령식 발음이다. 이에 황 회장은 “이번 올림픽은 ‘파이브지’를 상용화하는 IT올림픽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오지’를 ‘파이브지’로 고쳐 말했다.

순간 문 대통령의 얼굴이 굳어졌다고 한다. 문 대통령이 ‘5G’가 ‘파이브지’인지 몰라서 ‘오지’라고 했겠는가. 지난 대선과정에서‘3D’를 ‘쓰리디’가 아닌 ‘삼디’로 발음해 곤욕을 치른 터라 일부러 ‘5G’를 ‘오지’라고 발음했다는 것이다. 이를 지켜본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황창규는 참으로 오만하고 감이 없는 사람”이라며 불쾌감을 표출했다.

KT의 최대 주주는 누구인가. 국민연금이다. KT의 지분 10.46%를 보유하고 있다. 그야말로 국민이 최대 주주인 셈이다. 그럼에도 국민연금은 KT의 경영에 간섭한 적이 없다. 현재 사내이사 3명, 사외이사 8명 등 11명으로 구성된 KT이사회에도 국민연금이 추천한 이사는 한 명도 없다. 사내이사는 황 회장을 비롯해 임헌문 KT Mass총괄사장, 구현모 경영지원총괄사장 등이고, 사외이사로는 방통위 상임위원을 지낸 송도균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이사회 의장), 차상균 서울대 전기공학부 교수, 법무장관을 지낸 김종구 법무법인 여명 고문변호사, 장석권 한양대 경영대학 학장, 박대근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정동욱 법무법인 케이씨엘 고문변호사, 이계민 전 한국경제신문 주필, 임일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등이 있다. KT노조에 따르면 이들은 대부분 황 회장이 추천한 이사들이라고 한다.

문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경제공약으로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 도입을 제시한 바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란 연기금과 자산운용사 등 주요 기관투자가가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기관투자가들의 의결권 행사지침을 일컫는다.

KT의 최대주주 국민연금은 연구용역 결과가 나오는 10월이면,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 착수할 계획이다. ‘스튜어드십 코드’가 도입되면 국민연금은 즉각 ‘황의 연봉법칙’ 배경부터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KT이사회에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의 입장을 대변할 이사 선임도 요구해야 한다. 송도균 이사회 의장을 비롯해 이사들이 받는 연봉이 얼마인지, 거액의 연봉을 받고 있으면서 베일에 싸인 다수의 고문들이 누구인지를 공개해야 한다. 아울러 박근혜-최순실 인사들인지도 밝혀야 한다.

그동안 재계순위 11위인 KT에 황제처럼 군림해온 황창규 회장. 그가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돼 있다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다 알고 있다. 그럼에도 그는 매년 사실상 ‘연봉’을 매년 2배씩 올려 천문학적인 돈을 챙겼다. 성과급 지급방식을 ‘황의 법칙’에 따라 계산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기준 연봉 5억7300만원도 결코 적지 않다. 국민 통신비를 고려하면 과다한 금액이다. 따라서 그동안 기준연봉 이상으로 받았던 돈은 즉각 반납하는 게 옳다. 국민통신비를 교묘히 착취한 것을 자성하고 찬바람이 불기 전에 KT회장직에서 용퇴해야 할 것이다. 그것만이 ‘통신적폐1호’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조한규 중소기업신문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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