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대법, 유족 승소 취지로 환송
스트레스로 인한 업무상 재해를 판단할 때 내성적인 성격과 같은 개인 특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대법원이 판결했다.
대법원 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우울병을 앓다가 목숨을 끊은 김모씨의 유족이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달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승소 취지로 판단하라며 항소심 판결을 파기해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고 18일 밝혔다.
1992년 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에 입사한 김씨는 2013년 1월 수협은행의 경기도 한 지점장이 됐다. 이 무렵 수협중앙회는 여신 실적이 부진한 지점에 대책 수립을 지시했다. 김씨가 일하던 지점도 대상이었다. 김씨는 같은 해 5월 정신과에서 우울병과 불면증 진단을 받았고 한 달 뒤 유서를 남기고 목을 매 숨졌다. 김씨 유족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으나 공단은 거부했다. 공단은 “통상적인 은행 지점장 업무를 넘는, 자살에 이를 정도의 업무상 스트레스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김씨 유족은 법원에 소송을 냈다.
1·2심 법원도 역시 “김씨가 스트레스나 압박감을 받았던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이전에도 다른 지역 지점장으로 근무했다”면서 “다른 지점장들에 비해 지나치게 과다한 업무를 수행했거나 특별히 가혹한 환경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김씨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우울증세가 악화되어 자살에 이르게 된 경우 내성적인 성격 등 개인적인 취약성이 자살을 결의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해도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전제했다. 대법원은 “김씨가 영업업무 및 실적에 관해 상당한 중압감을 느껴 지점장 근무 4개월여 만에 ‘중증의 우울병’ 진단을 받았고 자살 가능성을 언급한 지 10일 만에 숨졌다”면서 “김씨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