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조합 민주주의를 훼손한 KT노조의 대의원 선출규정이 법원에 의해 철퇴를 맞다!

노조 대의원을 조합원 수에 비례하여 선출하지 않고 지부별 1명으로 제한한 KT노조의 규약이 위법하다는 법원의 심판을 받았다. 현행 KT노조 규약은 천여 명이 넘는 대형 지부이든 10여 명에 불과한 지부이든 1명의 대의원만을 선출하도록 되어 있다. 이는 조합원이 균등하게 조합 운영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민주주의 원칙에 어긋나기 때문에 KT전국민주동지회(이하 KT민주동지회)는 KT노조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였고 지난 3월 24일 서울고등법원은 KT노조의 현행 규약이 조합원의 평등권을 침해하므로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KT민주동지회는 재판 과정에서 현행 규약이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지에 대해 다양한 사례를 통해 밝혔고 재판부는 판결문에 이를 대부분 반영하였다. 판결문에 서술된 것처럼 KT노조는 총 252개의 지부 중 조합원 숫자가 20명에 못 미치는 지부가 85개나 되는 반면, 본사지부의 경우는 조합원이 1648명에 달하는 등 지부별 조합원수의 편차가 무척 심한 상태이다. 그런데 이 모든 지부가 동일하게 1명의 대의원을 선출하기 때문에 조합원이 10명인 항동지부의 경우를 예로 들자면 이 지부에 소속된 조합원 1인의 투표가치는 본사지부에 비해 164.8배(= 1648명/10명) 에 달하는 차이를 가지게 된다. 법원은 이런 차이는 조합원의 투표가치에 심각한 불균형을 초래하여 노동조합 선거가 구현하여야 할 ‘평등’의 원칙을 훼손한다고 판단하였다. 이는 실제로 투표 결과로도 이어져서 지난해 본사지부 대의원에 출마한 이상호 KT전국민주동지회 전 의장은 전체 1648명 중 544명의 표를 얻었음에도 낙선하였으며, 올해의 경우도 정연용 후보가 571표를 얻고도 낙선하였다. 민주후보의 당선을 막는 것 말고 어용노조가 이런 어처구니 없는 규약을 고수한 이유가 달리 어디에 있었겠는가? 재판부는 본사지부 투표결과를 예시로 들면서 “조합원이 많은 본사지부에서 대의원 수를 극단적으로 제한할 경우 임원으로 선출되려는 조합원의 참여권이 원천봉쇄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리고 해당 규약이 “조합원의 기본적인 인권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조합민주주의의 본질을 훼손한다”고 명확하게 판단하였다.

한편 이번에 법원의 철퇴를 맞은 KT노조의 규약은 그 시작부터 ‘꼼수’의 산물이었다. 2009년 3월 KT노조는 직선제로 선출하던 대의원을 간선제로 선출하도록 규약을 고쳤다. 조합원들의 조합운영에 대한 민주적인 참여를 제도적으로 차단하려는 꼼수였다. 하지만 이는 “대의원은 조합원의 직접∙비밀∙무기명투표에 의하여 선출되어야 한다”는 노동조합법 17조를 정면으로 위배한 것이므로 KT민주동지회는 즉각 노동부에 진정을 내었고, 결국 그 다음해인 2010년 7월에 노동부의 시정명령이 떨어지게 된다. 이에 따라 간선제 규약을 기존 규약대로 “지부 단위로 직접∙비밀∙무기명투표 방식으로 대의원을 선출하되, 지부 조합원이 100명 이상일 경우 조합원 100명 단위로 1명의 대의원을 선출”하도록 되돌리면 되는 상황인데, 어용노조는 또 다시 꼼수를 부려 ‘100명 단위 선출 조항’을 삭제해버렸던 것이다. 민주 성향의 대의원 선출을 막기 위한 속셈이었을 것이다. 어용세력의 이런 연이은 꼼수가 이번에 다시 KT민주동지회에 의해 좌절된 셈이다. 결국 지난 28일 KT노조는 ‘부득이한 사정’으로 3월 30일로 예정되었던 전국대의원대회를 취소한다고 공지하였다. 이어 3.30일에 올린 성명서에서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한다면서  ‘소수자 보호 및 통합의 원리’를 고려하여 ‘대의원 선출’방식을 재점검하겠으며, 이후  대의원 선출 등의 일정을 다시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조합원들에 대한 송구스러움도 표명하였다. 그러나 ‘송구’는 조합원들에 대한 제대로 된 사과라고 할 수 없다. 정윤모 집행부는 KT민주동지회가 비민주적인 대의원 선출 방식을 개정하라고 이미 2015년 2월에 ‘규약개정요구서’를 전달하였지만 이를 묵살한 바 있다. 그래서 KT민주동지회가 2015년 12월에 소송을 제기한 결과 이번 판결이 내려진 것인데 이런 경과과정에 대한 해명과 사과부터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정윤모 집행부는 이번에는 노동조합의 민주주의를 보장하는 제대로 된 규약개정을 진행해야 한다. 지부 규모의 현저한 격차를 조정할 필요도 있다. 조합원이 현재 1738명에 달하는 본사지부의 규모는 웬만한 지방본부 규모를 넘어서는데 12개 지방본부 중에서 대구본부 이하 7개 본부의 조합원수가 본사지부 이하 규모이다. 이 또한 조합원들의 평등한 조합참여를 훼손하는 문제이므로 조속히 시정되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참관인을 동일 지방본부 소속으로 제한한 조항의 폐지, 조합원들이 요구하는 통합투개표 실시 등에 대해서도 공개토론회를 통해 조합원의 의견을 반영한 규약개정과 조합운영이 이루어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만약에라도 이번에도 또 다시 ‘꼼수’를 부리는 규약 변경을 시도할 경우 더 이상은 조합원들도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4.8 구조조정 밀실야합으로 피해를 입은 조합원들에게 정윤모 집행부가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있은 데 이어, 이번에는 조합원의 민주적 참여를 가로 막는 비민주적 규약에 대해서도 법원의 철퇴가 내려졌다. 회사와 결탁하여 민주노조를 향한 조합원의 염원을 꽁꽁 틀어 막아온 어용노조의 봉쇄망에 점점 구멍이 커지고 있는 셈이다. 올해 연말 노동조합 선거에서 KT민주동지회는 KT내 모든 민주세력과 함께 반드시 어용노조를 심판하고 민주노조를 세울 것이다. 노동자, 민중의 켜켜이 쌓인 분노가 거대한 촛불항쟁으로 분출해 박근혜를 끌어내렸듯이, KT노동자들이 KT노조의 어용 집행부를 끌어내리고 심판할 날이 멀지 않았다.

 

2017.3.30

KT전국민주동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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