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개인정보 침해 업무용 앱의 설치를 거부한 KT업무지원단 직원에 대한 징계, 전보를 무효로 판결한 법원의 결정을 환영한다.

회사의 부당한 지시를 거부한 업무지원단 직원에 대한 징계가 법원에 의해 부당한 것으로 판결되었다. 업무지원단 소속 이영주 직원이 개인정보 침해 우려가 있는 ‘무선 품질 측정 업무용 앱’의 설치를 거부하여 정직 징계를 받고 전보 처분되었던 것이 법원의 무효 판결을 받은 것이다. 지난 4월 4일 수원지법 성남지원 민사합의2부는 이영주 직원이 KT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회사의 정직, 전보 처분은 무효이며 이에 따른 임금 손해액을 지급하라’고 판결하였다.

해당 사건은 업무지원단 직원에 대한 차별적 괴롭힘의 일환으로 벌어진 일이었다. KT는 2014년 일부 업무지원단 직원들에게 ‘무선 품질 측정’ 업무를 부여하면서 이를 위해 개인 스마트폰에 ‘무선 품질 측정 앱’을 설치할 것을 지시하였다. 그런데 이 앱을 설치하면 개인 스마트폰의 △카메라 △현재위치 △연락처 △개인정보(달력 일정) △저장소 △문자메시지 △계정 정보 등 12개 항목에 접근할 권한을 앱에 부여하게 되어 있었다. 개인 정보 침해를 우려한 업무지원단 직원들은 해당 업무를 위한 별도의 단말기를 지급할 것을 요구하였지만 회사는 이를 무시하고 업무를 강요하였다. 이 과정에서 이영주 직원은 끝까지 앱 설치를 거부하면서 업무용으로 별도 단말기를 지급하거나 다른 업무로 바꿔줄 것을 요구하였지만 회사는 5개월 동안 사무실에 대기시키며 업무를 강요했고, 이후 “성실 의무 위반•조직내 질서존중의 위반”을 사유로 정직 1개월의 징계를 내린 후 수원에서 모란으로 전보를 보내기까지 하였다. 회사의 이러한 부당한 지시와 징계, 전보가 이영주 직원의 끈질긴 투쟁을 통해 법원의 단죄를 받게 된 것이다. 많은 언론에서 주목한 것처럼 법원의 이번 판결은 노동자가 개인정보 침해의 소지가 있는 회사의 업무용 앱 설치를 거부할 수 있는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인정한 것으로 환영 받아 마땅하다.

한편 많은 언론이 놓친 사실은 이번 사건의 배경에 ‘업무지원단’ 직원들에 대한 차별적 괴롭힘의 문제가 놓여 있다는 점이다. 업무지원단은 2014년도에 출발할 때부터 대규모 구조조정 이후 명퇴거부자, 민주노조 활동가들을 별도의 특별조직으로 몰아 넣은 퇴출기구의 성격을 띠고 있었다. 회사는 업무지원단 직원들을 원거리로 배치한 후 기존에 하던 업무와 무관한 생소한 업무를 부여하는 등 조직적인 차별과 괴롭힘의 대상으로 삼았다. 무선 품질 측정 업무도 원래 해당 업무를 수행하고 있던 ‘엔지니어링팀’에서는 별도의 측정용 단말기를 통해 수행하던 업무였는데 업무지원단 직원들에게는 개인 단말기에 앱을 설치해 수행하라고 차별적 지시가 내려진 것이 문제의 발단이었다. 이 때문에 법원은 판결문에서 회사가 다른 여타의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이씨를 징계하기 위해 이 업무를 수행할 것을 강요했다고 볼 여지도 있다”고 판단하였다.

업무지원단 소속 직원들은 아직도 지속적인 차별과 괴롭힘에 시달리고 있다. 현재 업무지원단 직원들은 해지장비 회수업무를 수행하고 있는데, 무리하게 설정된 광범위한 지역을 담당하다 보니 장거리 운행에 따른 교통사고 등 산재가 속출하고 있다. KT노동인권센터가 파악한 지난해 업무지원단 소속 직원들의 산업재해율은 3.9%(9건)로 통계청의 통신업 근로자 평균 산재율인 0.26%의 15배에 달한다. 이에 따라 KT노동인권센터는 지난 2월 13일 고용노동부에 산재원인 조사와 예방 조치 등을 요구하는 특별근로감독을 요청해놓은 상태이다. 여성직원에 대한 차별적인 괴롭힘 문제도 여전하다. 업무지원단 경기지원11팀에 근무하는 원혜숙 직원은 지난 해 3월 차량을 이용한 업무수행 중 교통사고를 겪은 후 운전에 대한 트라우마를 호소하며 다른 직무를 맡을 수 있도록 발령을 요청하였지만 묵살당했고 결국 10월에 또 다시 교통사고를 겪어야 했다. 이 과정에서 겪은 소속 팀장의 부당한 지시와 괴롭힘 때문에 원혜숙 직원은 병원에서 ‘불안, 우울증으로 인한 적응장애’ 진단까지 받았으며 산재 신청을 진행 중에 있다. 현재 회사는 원혜숙 직원에게 사무실 대기업무를 지시하고는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며 압박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소속 부서장인 오모 부장 또한 고압적 태도로 일관하면서 성희롱 발언을 저지르기까지 하였다. 이영주 직원에게 행해졌던 부당한 업무지시와 강압적 대응의 방식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법원의 이번 판결을 통해 회사가 직원의 개인정보를 침해할 수 있는 업무용 앱의 설치를 강요하는 것은 부당한 업무지시이므로 거부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되었다. 아울러 업무지원단 직원들에 대해 자행되고 있는 차별과 부당한 업무지시들이 정당성이 없다는 점 또한 명백해졌다. 회사는 ‘무선 측정 앱 설치 강요’ 등 그 동안 자행되었던 업무지원단 직원들에 대한 부당한 업무지시에 대해서 사과하고, 이영주 직원에 대해 징계를 내린 관리자들을 문책해야 할 것이다. 원혜숙 직원에 대한 괴롭힘과 성희롱에 대해서도 사과하고 책임자를 문책해야 한다. 또한 업무지원단을 즉각 해체하여야 한다. KT업무지원단 철폐투쟁위원회는 법원의 이번 판결을 계기로 아직도 지속되고 있는 업무지원단 소속 직원들의 고통을 해소하기 위해 업무지원단 철폐투쟁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다.

2017. 4.11
KT업무지원단 철폐투쟁위원회 / KT전국민주동지회 / KT노동인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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