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고등법원, 1심 판결 뒤집어
노조 대의원을 조합원 수에 비례하지 않고 ‘지부별 1명’만 뽑도록 한 KT노조의 규약이 평등선거 원칙에 어긋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지난 24일 서울고등법원 제1민사부는 KT민주동지회가 “대의원을 지역지부별로 1명씩 선출하도록 한 KT노조 규약은 조합원이 균등하게 조합 운영에 참여할 권리를 침해한다”며 KT노조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1심 판결을 뒤집고 원고 손을 들어줬다.
2009년 KT노조는 조합원 100명당 대의원 1명을 뽑도록 돼 있던 규약을 간선제로 변경했다가 고용노동부 시정명령을 받았다. 이듬해 10월 규약을 재개정하면서 대의원 선출 단위를 ‘지역지부당 1명’으로 바꿨다. KT 본사지부는 조합원 수가 1700명에 달하지만, 조합원이 20명 미만에 불과한 지역지부도 85개나 된다.
KT민주동지회는 지부 규모와 상관없이 대의원을 1명만 뽑도록 한 규약이 평등선거 원칙에 반한다고 지적해 왔다. 이상호 KT민주동지회 전 의장은 지난해 본부지부 대의원에 출마해 전체 1648명 중 544명의 표를 얻었으나 낙선한 바 있다. 법원은 “조합원이 많은 본사지부에서 대의원 수를 극단적으로 제한할 경우 임원으로 선출되려는 조합원의 참여권이 원천봉쇄될 수 있다”며 “조합원의 기본적인 인권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조합민주주의의 본질을 훼손한다”고 판시했다.
민주동지회는 KT 현 노조에 비판적인 현장조직이다. 지난달 KT노조 대의원선거에서 민주동지회 측 후보는 20여명 모두 낙선했다.
KT노조는 “(해당 규약은) 지역지부의 대표성을 강화하기 위한 취지”라 항변했으나 법원은 “이와 같은 방식으로 대의원을 선출할 경우 해당 대의원으로 구성된 전국대의원대회는 조합원 총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거나 왜곡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KT노조는 판결 나흘 뒤 30일로 예정돼 있던 정기대의원대회를 “부득이한 사정으로 취소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