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사용자 성향’ 비판받던 KT노조
지부 조합원 1648명이든 10명이든
대의원 1명씩 선출토록 규약 개정
법원 “조합원 총의 왜곡되거나
사용자에 의해 자주성 침해 가능”
노동조합의 임원을 선출하는 노조 규약이 헌법상 ‘평등의 원칙’을 훼손했다면, 그 규약은 무효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노동조합이 ‘자주적 운영’이라는 이름으로 조합민주주의의 취지와 정신을 훼손하거나 노조 내 소수자의 노조 운영참여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했다.
서울고법 민사1부(재판장 김상환)는 케이티(KT) 내부 현장조직인 전국민주동지회 소속 조합원 59명이 “노조의 규약이 조합원의 평등권을 침해해 무효”라며
2015년 케이티노동조합을 상대로 낸 ‘조합원 총회 결의 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던 1심을 깨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9일 밝혔다.
2009년 3월 케이티 노조는 대의원대회를 통해 직선제로 선출하던 대의원을 간선제로 선출하도록 규약을 고쳤고,
이 규약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노조법) 위반이라는 고용노동부의 시정명령을 받자,
2010년 10월 조합원 총회를 소집해 기존에 조합원 100명당 1명의 대의원을 선출하던 것을 모든 지부에서 조합원 수와 관계없이 지부당 1명을 선출하도록 바꿔 통과시켰다.
케이티노조에는 지난해 1월 기준으로 252개 지부에 조합원 1만8105명이 있는데, 조합원 숫자가 20명에 못 미치는 지부가 85개에 이르지만,
본사지부는 조합원이 1648명에 달하는데도 똑같이 지부당 1명의 대의원이 선출되게 됐다.
그 결과 올해 본사지부 대의원 선거에서 571표를 획득한 민주동지회 후보는 낙선하고 다른 지역지부에서는 9표를 얻고도 대의원에 당선되기도 했다.
재판부는 “이같은 방식으로 대의원을 선출할 경우 조합원의 총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거나 왜곡될 수 있다”며
“경우에 따라서는 인사발령 등을 포함해 인사권을 행사하는 사용자의 의사에 의해 대의원대회의 민주적 구성이나 노조의 자주성이 침해될 수도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케이티노조의 규약은 헌법이 보장하는 조합원의 기본적인 인권을 필요하고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 과도하게 제한할 뿐만 아니라
조합민주주의의 본질을 훼손하므로 노조법에 위배돼 무효”라고 밝혔다.
케이티노조는 재판과정에서 “대의원의 지역 대표성을 중시할 필요가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전국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하면서 ‘신속·정확’을 기업 이념으로 삼는 굴지의 최첨단 통신업체 사업장에 바탕을 둔 케이티노조가
‘대의원의 지역 대표성’이 과연 무엇을 의미하고 어떤 기능을 하는지 명확치 않다”고 일축했다.
케이티노동인권센터 관계자는 “친사용자적인 성향을 보여온 케이티 노조가 민주노조 재건을 위해 싸워왔던 민주동지회를 배제하고
‘영구집권’하기 위해 선거규약을 개정한 꼼수가 법원으로부터 철퇴를 맞은 것”이라고 밝혔다.
소송에서 민주동지회를 대리한 신인수 변호사는 “예전엔 민주동지회 소속 대의원이 많았으나 회사가 민주동지회 조합원들을 본사로 발령내 대의원에 선출될 수 없었다”며
“규약 자체가 무효이기 때문에 그동안 선출된 대의원과 그 대의원들이 행한 결의나 규약 하위 규정도 모두 무효로 보는 것이 원칙”이라고 밝혔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