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 KT 회장 ″朴 전 대통령이 직접 봉투 건냈다″

황창규 KT 회장 ″朴 전 대통령이 직접 봉투 건냈다″

김승민 기자

등록:2017-03-28 13:33 수정:2017-03-28 13:40

 

황창규 KT 회장이 28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국정농단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김승민 기자.

황창규 KT 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독대한 자리에서 국정농단의 핵심인물인 최순실 측근 회사들의 봉투 ′용역 청탁′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용역 내용은 수준 이하로 받아들일 수 없었지만 대통령이 직접 전달했기 때문에 거절하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황 회장은 28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의 최서원(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 겸 정책조정수석의 직권남용권리행사 관련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증언했다.

황 회장은 지난해 2월 박 전 대통령과 독대한 자리에서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봉투 2개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황 회장은 회사로 복귀한 뒤에도 봉투를 확인하지 않고 김인회 비서실장에게 그대로 전달하며 검토를 지시했으며, 며칠 후 봉투 내용물이 더블루케이의 연구용역 제안서와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의 KT 스키단 창단 제안서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두 회사는 최씨와 최씨 친인척이 소유한 것으로 밝혀졌다.

황 회장은 ″김 비서실장에게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전달받은 것이라고 설명하고 봉투 검토를 지시했다″며 ″본인은 그 이후에도 두 용역보고서를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더블루케이가 작성한 용역보고서는 ′엘리트 체육과 생활체육의 융합을 통한 스포츠클럽 문화 저변확대를 위한 방안 연구′였으며,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의 제안서는 ′KT 스키단 창단 계획서′였다.

황 회장은 ″두 제안서 다 운영비가 지나치게 높게 책정되는 등 용역대금이 너무 많고 담당 직원의 역량은 떨어졌다. 제안서 내용은 상식 밖, 수준 밖이었다″며 ″대통령의 검토 요청을 받은 것이므로 최대한 수용 가능한 방향을 고려했으나 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황 회장은 지난해 7월 안 전 경제수석에게 더블루케이의 용역제안서는 KT와 잘 맞지 않아 수용할 수 없다는 양해의 뜻을 정중히 전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KT 스키단 제안서마저 바로 거절하기는 어려워 좀 더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밝혔다.

황 회장은 ″김인회 비서실장이 두 제안서를 검토한 후 이미 5월쯤 모두 수용할 수 없다는 결과가 나왔지만 대통령 관심사항이고 안 전 수석이 챙겼기 때문에 7월까지 거절하지 못 하고 있었다″며 ″KT 스키단 제안서는 더 검토하겠다고 안 전 수석에게 전한 후 끌어안고 있다가 국정농단 사태가 터졌다″고 증언했다.

한편 황 회장은 박 전 대통령과의 독대자리에서 미르재단과 K재단 출연에 대한 감사 인사는 받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또 박 전 대통령과 수장이 독대한 기업 중 KT가 재단 출연금 규모가 상위기업이라는 사실은 몰랐다고 덧붙였다.

김승민 k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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