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 ‘실적 스트레스’로 회식 후 자택서 심근경색 사망…법원 “업무상 재해 해당” 판결

‘실적 스트레스’로 회식 후 자택서 심근경색 사망…법원 “업무상 재해 해당” 판결

김경학 기자 gomgom@kyunghyang.com

 

입력 : 2016.10.16 22:17:01 수정 : 2016.10.16 22:20:41

이모씨는 1990년 신한은행에 입사했다. 이씨는 입사 동기들이나 나이에 비해 승진이 빠른 편이었다. 서울과 수도권 등지에서 일한 이씨는 은행 안팎에서 여러 상도 받았다. 특히 2013년 1월 이씨는 종합업적평가 기업금융 부문에서 ‘대상’을 받았다.

대상을 받은 이씨는 같은 달 서여의도금융센터 센터장으로 승진 전보됐다. 신한은행에서 가장 큰 지점 중 하나인 서여의도금융센터는 초대형 점포군에 속한다. 이씨가 오기 전까지 센터 실적은 좋지 못했다.

이씨는 센터의 실적을 끌어올리기 위해 애썼다. 평일 퇴근 이후에는 물론 주말에도 고객들을 만나기 위해 저녁식사·술자리·골프 모임 등을 했다. 덕분에 이씨가 센터장으로 부임한 2013년 매월 1위의 실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마지막 평가였던 12월 2위로 밀렸고, 결국 2014년 1월에 열린 최종 종합업적평가에서 2위를 기록했다. 발표날 저녁 이씨는 센터 직원들과의 회식에서 ‘내가 조금 더 노력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라며 미안함을 드러냈다.

같은 달 22일 인사발령문이 공고됐다. 일부 승진자들도 있었지만 승진 대상자였던 센터 직원들 다수가 승진에서 탈락했다. 이씨 본인도 본부장 승진이나 본점 이동을 기대하고 있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이날 저녁 열린 송별회에서 이씨는 평소 주량보다 많은 술을 마신 뒤 직원들과 인사하고 밤 12시쯤 귀가했다. 그것이 직원들과의 마지막 인사였다. 다음날 아침 의식이 없는 상태로 발견된 이씨는 119에 의해 응급실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49세였다. 심인성 급사(심장 관련 문제로 갑작스레 사망)로 추정됐지만 직접적 사인은 ‘미상’이었다.

이씨의 아내는 업무 스트레스로 인한 업무상 재해라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청구했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은 “이씨의 사망과 업무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거부했고, 이씨 아내는 소송을 냈다. 서울행정법원 5부(강석규 부장판사)는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고 16일 밝혔다.

 

재판부는 “이씨가 급성심근경색을 유발할 수 있는 기존 질환을 가진 상태에서 업무실적에 대한 과도한 부담감 등으로 인해 육체적 과로나 정신적 스트레스가 누적됐다”며 “업무상 스트레스 등이 기존 질환을 급격하게 악화시키면서 급성심근경색을 유발해 사망에 이르게 한 것으로 추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10162217015&code=940100#csidx3d719f9b8d4937aa4abb82ff41c47f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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