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경제신문] 매출 2억 여행사에 20억 일감 몰아준 ‘수상한 KT’

매출 2억 여행사에 20억 일감 몰아준 ‘수상한 KT’

 

“뒷거래 있는것 아니냐” 공개입찰 않고 비밀계약 의혹

 

김민규 기자 | kmg@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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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0월 14일 (금) 13:4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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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T광화문 사옥 전경

 

직원 5명 무명의 미니회사가 ‘KT직원가족 1000명 위로여행 프로그램’ 깜짝수주

“고위층 입김 없었다면 사실상 못따낼 계약” 갈수록 의문 증폭속 KT 해명 오락가락

여행사 대표도 일주일 넘게 '침묵'..."누군가 리베이트 챙겼을 것" 비리 가능성 제기

 

국내 유명 이동통신업체인 KT가 직원 복지 정책의 일환으로 도입한 ‘우리가족 효(孝)사랑’ 휴가 프로그램을 둘러싼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효(孝)사랑’ 휴가 프로그램은 KT가 직원 및 직원 부모를 국내외 무료여행을 보내주는 사내 복지제도다.

하지만 시중가보다 훨씬 높은 바가지 요금에다 50대 이상 임금피크제 적용을 받는 직원들에게 차별 대우를 했다는 논란이 불거진데 이어 이번에는 특정 여행사에 거액의 일감을 몰아준 정황이 포착됐다.

일감 규모가 해당 여행사의 몸집과 비교할 때 상식적인 수준을 뛰어넘는다. 연 매출이 2억원에 불과한 무명 여행사에 한 해 20억원에 달하는 용역 계약을 안겼다. 고위층의 입김이 개입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특혜성 거래로 비춰질 수 있다.

여성경제신문 취재 결과 문제의 여행사는 서울 중구에 위치한 소규모 여행알선 업체인 태양여행사로 확인됐다.

여행업계는 KT같은 대기업이 직원과 직원 가족을 포함해 1300명이 넘는 대형 여행 프로그램을 어떻게 직원 5명의 군소여행사와 계약을 맺었는지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한 대형 여행사 한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기업이나 법인 영업은 대형 여행사에서도 별도의 법인 영업팀을 두고 진행한다”며 “직원 5명 수준의 소규모 여행사가 이 정도 규모의 프로그램을 도맡아 하는 것은 버거울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대기업 KT가 1300명이 넘는 직원과 직원가족을 여행보내는 대형 프로그램을 마이너 여행사와 계약한 것은 뒷거래가 있거나 KT 고위층과 친분 관계가 있는 것 아니냐는 뒷말이 충분히 나올 수 있는 부분이다”라고 덧붙였다.

KT의 수상한 ‘퍼주기’는 국회의 국정감사 시즌과 맞물려 정치권 이슈로 부각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 횡설수설 KT “공개입찰이었다" "회원입찰이었다" 수시로 말 바꿔

KT의 ‘효사랑’ 휴가 프로그램은 KT와 노동조합간 합의에 따라 올해 처음으로 시행한 제도다. 부모님 효도를 통해 가족사랑을 실천하고 직원 자부심을 제고하는 취지가 담겨있다.

선정 작업을 맡은 KT 기관선정위원회가 무작위 추첨을 통해 대상자를 선발했다.

장기간 회사발전에 기여한 직원에게 우선권을 줘 지금까지 임금피크제 적용 직원을 포함해 총 670명이 기회를 잡았다.

여행 지역은 해외 5곳(베트남 다낭?하노이/하롱베이, 중국 북경?장가계, 태국 방콕), 국내 1곳(제주도) 등 6곳인데 직원과 직원 부모 중 1명을 한조로 묶어서 보내준다. 즉 수혜 대상자가 선발 직원의 곱절인 1340명인 셈이다.

‘효사랑’ 휴가 프로그램을 도맡아 진행하는 여행업체는 서울 지역의 소규모 여행사인 태양여행사인 것으로 여성경제신문 취재 결과 확인됐다.

태양여행사는 지난해 기준 연 매출 2억원 수준으로 직원 5명이 상주하는 군소여행사다.

대기업으로부터 올해 돌연 거액의 일감을 따낸 배경에 대해 의문점이 생기지만 당사자인 KT측은 석연찮은 답변을 내놓고 있다. 계속해서 말바꾸기를 하면서 의혹을 확대하는 모습이다.

기자가 KT측에 여행사 선정 과정을 문의하자 본사 관계자는 처음에는 “KT자회사인 KT커머스의 전자계약시스템을 통해 지난 4월21일부터 25일까지 공개입찰을 진행했다”고 답변했다.

공개경쟁입찰은 발주처가 정한 일정한 자격요건을 갖춘 모든 업체(업자)에게 기회를 개방해 최저가를 써낸 입찰자를 계약 당사자로 선정하는 시스템이다.

일반에게 계약 내용을 널리 공고하고 여러 업체를 경쟁적으로 참가시켜 가장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는 측과 계약을 체결하는 입찰 방식이다. 계약의 성질이나 목적이 경쟁체제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판단되는 경우 특정 업체를 콕집어 계약을 맺는 수의계약과 구분된다.

하지만 KT커머스 홈페이지에 이 기간 동안 진행된 입찰 공고를 확인했지만 이와 관련된 사항은 찾을 수 없었다.

그러자 이 관계자는 “홈페이지 내 입찰공고 메뉴에는 (해당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면서 “홈페이지에 회원가입을 해야만 공고 내용을 볼 수 있다”고 말을 돌렸다.

‘외부 공시’를 생명으로 하는 공개입찰의 취지와 배치되는 대목이다.

공개입찰 방식임에도 회원가입제 형식으로 비공개로 운영한 이유에 대해선 “여행서비스는 전문적인 분야기 때문이다”면서 “다수의 여행사들이 참여했다가 입찰에 떨어져 입찰보증금을 손해 보는 경우를 대비하기 위해 회원가입을 해야만 (공지 내용을) 볼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여행업계 한 관계자는 “언제부터 KT가 중소 여행사의 입찰보증금까지 챙겼는지 모르겠다”면서 “KT가 발주한 이번 프로그램은 업계에서도 손꼽히는 건수인데 입찰과 관련한 내용을 전혀 들은 바가 없다”고 말했다.

기자가 공고했던 입찰 관련 내용을 받아볼 수 있느냐고 재차 물어보자 그는 “응할 수 없다”고 거절했다.

▲ 서울 중구의 한 건물에 입주해 있는 태양여행사 입구. 특정여행사의 입간판 좌측으로 태양여행사 예약센터 문구가 보인다. /문인영 기자 photoiym@seoulmedia.co.kr

 

◆ KT ‘공개 불가’ 의혹 키우고…태양여행사는 ‘사실 확인’ 피하고

여성경제신문은 사실 취재를 위해 의혹의 한 가운데에 있는 문제의 여행사를 직접 찾았다.

태양여행사는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 위치한 한 건물에 입주해 있었는데 10평 남짓 규모에 직원 5명이 상주하는 소규모 업체였다.

직원들은 자기 회사가 KT와 대형 프로그램을 진행한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한 직원은 “들은 바 없다. 대표에게 물어봐야겠다”며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해명을 듣기 위해 민 모 대표와의 접촉을 수차례 시도했지만 직원들은 “외부 출타 중으로 자리에 없다”는 답변만 되풀이 했다. 결국 민 대표와 연락할 수 없었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직원 5명의 여행사가 특정 발주처로부터 연간 수십억원대의 프로젝트를 땄다는 것은 몇가지 추론이 나올 수 있다”면서 “특별한 친분 관계가 있거나 리베이트를 경쟁사보다 많이 건넸을 가능성도 그 중 하나다”라고 말했다.

◆ ‘대박’ 난 태양여행사…과연 검증된 여행사인가

KT의 효사랑 휴가 프로그램에 ‘당첨’된 태양여행사는 직원 5명에 지난해 매출 2억원대인 소규모 여행사다.

이 여행사의 신용분석보고서를 보면 2015년 12월 31일 기준 이 여행사의 총 매출은 2억100만원이며, 영업이익은 2300만원이다. 2014년과 2013년에는 매출이 각각 1억4400만원, 1억3200만원으로 2억원이 채 되지 않는다.

그간 대형 프로그램을 진행한 전례가 없음을 방증하는 셈이다.

기업평가등급은 BBB이지만 경제여건 및 환경악화에 따라 거래안정성의 저하 가능성이 있는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KT와 같은 대기업에서 입찰을 진행할 때 해당 업체의 재무 상황이나 기업평가 등을 필수적으로 고려했을 것이다”라며 “거래안정성의 리스크가 있는 업체를 선정한 점은 의문이 든다”고 설명했다.

‘효사랑’ 휴가 프로그램의 수혜 인원은 직원 670명에 가족동반 1인을 더해 최소 1340명이다.

1인당 여행비를 100만원으로 계산해도 13억4000만원인데, 해당 프로그램 상품 가격은 지역별 137만~149만원으로 전체 가액이 20억원을 상회한다.

태양여행사는 올해 ‘효사랑’ 휴가 프로그램 낙찰로 지난해보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10배 이상 뛴 대박을 친 셈이다.

일각에선 KT 같은 대기업이 소규모 여행사에게 수십억원대의 일감을 ‘찍어서’ 안긴 것은 비상식적인 상거래인만큼 로비 혹은 백마진 등 뒷거래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분석도 있다.

한 여행사 대표는 “다른 기업의 경우 전문성이나 경험 등을 우선해 여행업체를 선정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여행업계에서는 보기 힘든 사례다”라고 지적했다.

▲ 건물 외벽에 위치한 간판에는 ‘태양여행사’ 대신 모두투어 태평로점으로 표기해 설치돼 있다. /문인영 기자 photoiym@seoulmedia.co.kr

 

◆ 효사랑 휴가에 KT본사 직원과 태양여행사 대표는 왜 동행했을까

지난 9월 26일 1차로 진행된 KT의 효사랑 휴가 프로그램 중 베트남 하노이/하롱베이 지역 여행에 KT본사 직원과 이 여행사 대표가 함께 참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베트남 하노이/하롱베이 지역은 효사랑 휴가에 선정된 직원 10명과 가족 22명이 여행을 떠났다.

1차로 여행을 다녀온 KT 한 직원은 “본사에서 직원 한명이 왔고, 자신을 여행사 대표라고 소개한 사람을 기억하고 있다”면서 “본사 직원과 여행사 대표는 처음 만나는 사이가 아니라 평소 아는 사이처럼 보였다”고 밝혔다.

이에 KT본사 관계자는 직원의 동행 이유에 “직원 부모님들을 모시고 간 자리이기 때문에 나이도 연로하셔서 혹시나 발생할 수 있는 사고에 빠르게 대처하기 위한 책임 차원에서 동행한 것이다”라며 “여행사 대표가 동행한 것은 모르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여행업계 관례상 행사주최 측 직원이 동행할 경우 행사비 명목의 현금을 건네는 경우가 있는데 여행사 대표가 직접 동행했다면 그 의혹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민 대표 동행 사실 여부에 대해 태양여행사 관계자는 “출장을 다녀오긴 했지만 정확히 어디를 다녀왔는지는 모른다”고 답했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직원 5명의 소규모 여행사에서 대표 일정을 모른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느냐”고 반문하며 “알면서도 대답을 회피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금피크제 직원 차별 논란 “내 돈 내고 가는데…KT가 직원상대 사기” 맹비난

KT의 ‘우리가족 효사랑’ 휴가 프로그램은 직원 중 추첨을 통해 선발된 직원에게 직원과 부모(배우자 부모포함) 1명을 포함해 2명에게 경비를 무료로 지원해 주는 좋은 취지의 복지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일부 직원들은 이 프로그램 추첨에 선발돼도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시중가보다 훨씬 높은 바가지 요금에다 50대 이상 임금피크제 적용을 받는 직원들은 차별 대우를 받았기 때문이다.

효사랑 휴가에 선발된 인원 중 임금피크제를 적용받는 직원이 상당수 포함됐다. 그런데 이들 임금피크제 적용 직원들은 자신들이 받아야할 정부지원금에서 효사랑 휴가 여행 경비가 감액되기 때문에 결국 생색은 KT가 내고 직원 사비로 가는 셈이다.

이에 임금피크제 적용 직원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자신들의 돈을 부담하고 여행을 가는 것도 모자라 30만원 가량 웃돈을 주는 것에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다.

효사랑 휴가에 선정된 한 KT직원은 “효사랑 휴가 여행 경비가 정부지원금에서 감액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는 이미 부모님께 여행가자고 말을 한 상태여서 실망하실까봐 취소할 수도 없었다”면서 “결국 내 돈으로 휴가 써서 가는 건데 비싸게 갈 이유가 있느냐. 이건 직원 상대로 사기나 다름이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 KT측에서 최고가 상품으로 설계했다는 베트남 하노이/하롱베이 실제 숙박시설과 일정. /문인영 기자 photoiym@seoulmedia.co.kr

 

◆“30만원 더 비싸다…누군가 중간에서 챙겼을 수도” 여행비 뻥튀기 책정

여성경제신문은 지난 8월 30일자 기사에서 ‘효사랑’ 여행상품이 동일한 지역을 기준으로 일반 시중에서 판매되는 여행상품보다 비싸게 책정된 것을 확인, KT 와 여행사 간 뒷거래 의혹에 대해 짚어봤다.

당시 보도와 관련해 KT ‘우리가족 효사랑’ 휴가 여행상품 중 중국 장가계 여행일정을 토대로 국내 여행사에 가격 적정여부에 대한 확인을 의뢰해 취재한 결과 KT의 효사랑 휴가 일정이 시중 상 품보다 30만원 가까이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에 여성경제신문은 지난 9월 26일 효사랑 휴가 프로그램 중 베트남 하노이·하롱베이 일정과 숙박시설, 항공 편 자료를 입수하고 국내 여행사에 가격 적정여부를 의뢰했다.

베트남 하노이·하롱베이 일정을 현지 여행사에 문의해 지상비(현지체류비)를 계산한 결과 단체 30명 여행 기준으로 400달러(44만6000원)로 책정됐고, 항공 비는 아시아나항공 기준으로 항공료는 50만원 수준이었다.

항공료와 지상비를 더하면 95만원, 여기에 국내 여행사가 7~10% 정도의 수수 료를 챙기는 것으로 확인, 최대 10%의 수수료를 더하니 105만원 수준이 적정가격으로 집계됐다.

KT에서 베트남 하노이·하롱베이 지역으로 가는 직원에 1인당 지원 금액은 137 만원이다. 22만원의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여행사 수수료의 경우 관광객 수가 많을수록 낮아지는 점을 감안하면 차이는 더 커질 수 있다.

여행업계 한 관계자는 “항공료에서 차이가 날 수 있지만 국내 여행사가 단체 항 공왕복권을 사전에 예매하면 가격은 더 내려간다”면서 “수수료도 최대 10%로 책정해 더했지만 이보다는 더 낮았을 것이므로 KT의 이번 여행상품은 시중가 보다 30만원 이상 비싸게 책정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금액 차이는 여행사가 부당하게 수수료를 많이 챙겼거나 누군가는 중간에서 경비를 남겼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KT본사 관계자 는 “부모님을 모시고 가는 좋은 여행인지라 최고가 상품으로 설계했기 때문에 가격이 높아진 것일 뿐이다”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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