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노동뉴스] 통신대기업 SK·LG는 왜 성역인가

통신대기업 SK·LG는 왜 성역인가

박성국  |  park21@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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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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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는 간접고용 노사관계에서 성역이었다. 지난 3월 고객서비스센터에 노동조합이 설립된 후 두 회사는 전면에 나서지 않았다. 법적으론 독립법인인 협력업체의 노사관계에 개입할 수 없다는 명분이었다.

그런데 노조가 설립된 후 고객서비스센터는 돌연 구조개편에 돌입했다. 도급계약이 해지된 기존 업체를 대신해 새 업체가 그 자리를 메웠다. 일부 지역은 2개의 업체가 통폐합돼 일원화됐고, 1개 업체가 2~3개로 나뉜 지역도 있다. 고객서비스센터가 개편된 곳은 노조 설립에 적극적이었다. 당연히 노조에 가입한 노동자들은 고용이 승계되지 않았다. 노조에 따르면 두 회사의 협력업체에서만 100여명이 졸지에 해고자 신세로 전락했다. 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는 서비스 향상을 위해 평가지표가 낮은 협력업체를 정리했다고 강변했다. 하지만 신생 노조를 무력화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노동조합이 강하게 반발하자 표면적으론 협력업체들이 나섰다. 쟁의절차를 밟는 노조에 대항해 필수유지업무 지정을 노동위원회에 요구했다. "통신사업은 공중의 일상생활과 관련이 있다"는 이유로 노동위원회는 고객서비스센터를 공익사업으로 지정했고, 필수유지업무 조사에 들어갔다. 쟁의절차를 밟고 있던 노조는 손과 발이 묶이는 기로에 선 것이다. 원청회사가 보이지 않는 손처럼 압력을 행사했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먹이사슬 꼭대기에 있는 원청회사는 전가의 보도를 휘두르지만 사용자 책임은 협력업체로 떠넘겼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막장고용’에서도 원청회사는 성역이었다. 인터넷·집전화·IPTV 개통·수리서비스 기사들은 협력업체의 정규직임에도 현실은 달랐다. 이들은 사업소득세를 내고 4대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 개별 도급계약을 체결하고 사업소득세를 내면서 4대 보험료를 내는 노동자도 있다. 근로계약서를 썼지만 4대 보험료가 미납된 노동자도 있다. 근로자도 자영자도 아닌 고용형태를 두고 ‘근로자영자’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노조의 진정에 따라 고용노동부가 지난 5월부터 근로감독에 착수했는데 29일 그 결과를 발표한다. 애초 노동부는 협력업체 개통기사들의 ‘근로자성’에 근로감독의 초점을 맞췄다. 정작 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의 불법파견 또는 위장도급 여부는 검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노동부의 근로감독에서도 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는 사실상 예외가 된다.

이처럼 원청회사는 집단적 노사관계나 불법고용과 관련해서 침범할 수 없는 성채처럼 취급됐다. 해고자가 양산되고, 협력업체 노사갈등이 장기화되는 배경이다. 정부는 갈등의 원인을 제공하고 사태를 악화시키는 원청회사의 행태를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는 협력업체 노동자와 근로계약의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사용자로서 책임이 있다. 이미 대법원은 2010년 현대중공업 사건에서 원청회사가 간여한 하청업체의 폐업·계약해지는 원청회사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게다가 법원은 최근 현대·기아차에 불법파견 혐의를 적용해 사내하청 노동자의 정규직 지위를 인정했다. 물론 컨베이어벨트에서 일하는 사내하청 노동자와 방문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노동자의 업무 특성과 고용계약은 판이하다. 반면 노동자들이 원청기업의 지휘·명령을 받으며, 고용주는 ‘바지사장’에 불과한 것은 공통적이다. 이런 점을 미뤄 볼 때 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의 불법파견 또는 위장도급 여부는 따져 봐야 할 대목이다. 사용자 책임에서 면제받는 원청회사의 특권을 더이상 묵인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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