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례] 통신업계 ‘이중 간접고용’ 제동 걸렸다

고용부 “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 설치기사는 협력업체 노동자”

통신업계 ‘이중 간접고용’ 제동 걸렸다

등록 : 2014.09.29 19:54수정 : 2014.09.29 19:54

 

‘개인도급’ 332명 노동자로 인정
협력업체에 수당 지급 명령키로
 
대기업 협력업체와 개인도급 계약을 맺고 케이블·인터넷 개통 일을 하는 기사 수백명이 실제로는 협력업체에 이미 소속된 노동자라는 정부의 판단이 나왔다. 정부가 전국 규모의 사업장을 실사해 무더기로 노동자성을 인정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케이블·통신 분야 대기업이 실질적인 자사의 업무를 협력업체에 도급을 주고 업체는 다시 노동자와 개인도급 계약을 맺는 ‘이중 간접고용’ 관행에 제동이 걸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용노동부는 29일 “에스케이브로드밴드와 엘지유플러스 협력업체 27곳을 대상으로 5월19일부터 한 달간 근로감독을 한 결과, 19개 업체의 설치 기사 489명 가운데 332명의 근로자성이 인정됐다”고 밝혔다. 이들 노동자는 협력업체와 개인도급 계약이나 이름뿐인 근로계약을 맺고 자영업자 대우를 받으며 일을 해왔으나 실제로는 협력업체에 소속된 노동자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권혁태 고용노동부 근로개선정책관은 “계약의 형식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근로자가 임금을 목적으로 협력업체 사장에게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했는지를 따졌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는 이런 판단을 토대로 협력업체가 이들 개통 업무 노동자와 수리 업무 등을 하는 다른 노동자한테 줬어야 할 각종 수당 등 미지급 금품 4억9192만원을 주지 않았다고 봤다. 업체가 벌과금 등을 미리 떼고 임금을 줄 수 없도록 한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각종 명목의 임금이 8697만원, 시간외수당이 1억37만원, 연차수당이 1억7900만원, 퇴직금 등이 1억2223만원이다.
 

고용노동부는 이번에 적발된 업체들한테 이들 개통기사를 노동자로 인정하고 미지급 금품을 모두 주는 한편 임금 및 근무체계를 조속히 정비하라는 내용의 시정명령을 조만간 내릴 방침이다. 박광일 근로개선정책과장은 “업체가 계속 근로자성을 부인하고 확인서 제출 거부 등 시정 지시에 응하지 않으면 검찰과 협의해 신속하게 수사에 착수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조는 고용노동부의 조사가 부실해 157명의 개통기사가 근로자성을 부정당했다며 재조사를 요구했다. 개통 업무를 맡은 노동자들이 속한 희망연대노조는 “개통 노동자들은 임금이나 근로조건이 전국적으로 같은데도 근로감독관이 현장에서 노동자들을 제대로 만나보지도 않고 협력업체 쪽의 얘기만 듣는 등 조사가 부실해 상당수가 근로자성을 인정받지 못했다”며 “고용노동부가 조사자료를 공개하고 재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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