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빗장 풀린 민영화… ①공공성이 무너진다

빗장 풀린 민영화…  공공성이 무너진다

 

박철응·송현숙·송윤경 기자 hero@kyunghyang.com

 

정부 부인 불구 여론 54% “철도 민영화 수순”
“자회사 우회 영리병원화”… 교육·가스도 시험대

공공부문 민영화의
빗장이 풀리고 있다. 파업이 벌어지는 철도와 병원법인의 영리사업이 허용된 의료는 표면화됐고, 교육·가스 등도 시험대에 섰다. 규제완화, 투자·개방, 수익극대화를 앞세운 정부의 민영화 터닦기가 속도를 내면서 공공성이 전방위적으로 훼손·축소될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민영화 논의는 1990년대 말
외환위기 후 한국에서 본격 시작됐으나 공공성을 중시하는 국민 여론에 부딪혀 대부분 좌초됐다. 이명박 정부에서 속도가 붙던 공기업 민영화는 박근혜 정부에서 ‘영리 자(子)회사’를 만들어 우회하는 새로운 방식이 추진되고 있다. 철도는 정부가 수서발 KTX 운영사에 코레일과 공공 자금만을 투입한다는 방침이지만, 역대 정부에서 추진한 민영화의 전 단계로 철도노조와 시민단체들은 보고 있다. 최근 JTBC 시민 여론조사에서도 54.1%가 “민영화 수순”이라고 봤다.

의료분야 민영화도 도마에 올랐다. 지난 13일 정부가 내놓은 투자활성화 대책에는
의료법인이 영리회사를 자법인으로 둬 관광호텔·여행 등 부대사업을 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병원은 수익을 의료업에 투자해야 하는 비영리법인으로 두더라도 자법인의 수익은 법인 구성원에게 배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내가만드는복지국가’의 김종명 의료팀장은 “자법인을 통한 영리병원화 효과를 노린 것”이라며 “환자를 수익을 뽑아갈 대상으로 다루지 않도록 의료 공공성을 지켜온 장벽을 자법인이라는 ‘우회로’로 해체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교육 기반도 급격히 황폐화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13일 연간 교육비가 5000만원대에 달하는 국제학교의 잉여금 배당, 외국학교·국내학교 법인의 합작설립, 방학 중 영어캠프 등을 허용했다. 투자활성화를 앞세워 국내외 대자본에 값비싼 교육상품을 만들어 팔 수 있는 물꼬를 터줬고, 정부가 사교육과 비싼 특권교육을 부채질하고 있는 셈이다. 천연가스 민간 수입자의 국내 판매를 허용하는 도시가스사업법 개정안은 국회 논의 과정에서 일단 무산됐으나 불씨가 남아 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위원장은 “박근혜 정부는 민영화에 대한 국민 저항을 알기 때문에 공기업 자회사 형식을 빌려 국회를 우회하는 꼼수를 쓰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국민들이 민영화의 본질을 꿰뚫고 있기 때문에 쉽게 추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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