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례] 철도노조 “민영화땐 고용 등 불안”-정부 “노동조건과 무관”

철도노조 “민영화땐 고용 등 불안”-정부 “노동조건과 무관”

등록 : 2013.12.11 22:21수정 : 2013.12.12 09:07

 
민주노총 조합원과 시민 등 2000여명이 11일 저녁 서울 용산구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수서발 케이티엑스(KTX)·민영화 저지 범국민 촛불문화제’에서 “철도민영화 결사반대”를 외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철도파업 합법-불법 공방 짚어보니

노조법상 노동조건 관련만 합법파업
정부 “불법파업” 규정…초강경 대응

민변 “수서KTX 설립, 경영악화 우려
정리해고 등 이어져…파업 정당하다”
실제 KT 등 민영화로 노동조건 후퇴

고용노동부와 코레일 쪽은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이 파업에 들어간 9일 이미 이번 파업을 “불법파업”이라고 규정했다. 코레일 쪽이 사흘 동안 철도노조원 6748명을 직위해제하고 184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하는 등 초강경 대응을 하는 배경에는 이런 판단이 깔려 있다. 노동계는 수서발 고속철도(KTX)를 위한 자회사 설립이 코레일 노동자의 노동조건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게 뻔하기 때문에 이를 이유로 한 파업은 적법하다고 맞선다.

 

■ 파업 목적이 정당하지 않다?
 
고용부와 코레일은 이번 파업이 불법인 까닭은 그 목적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에 맞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노조법은 쟁의행위를 “임금·근로시간·복지·해고 기타 대우 등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로 인하여 발생한 분쟁 상태”라고 규정하고 있다. 노조 쪽이 파업 이유로 드는 ‘자회사 설립과 민영화 반대’는 근로조건의 결정과는 상관없는 경영권 관련 사안이며 국가 정책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노조는 자회사 설립이 노동조건에 큰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이미 수서발 고속철도 운영 자회사가 설립될 경우 코레일 쪽이 한해 1417억원의 순손실을 본다는 코레일 이사회 내부문건이 공개된 바 있다.(<한겨레> 11일치 1면) 코레일의 경영 악화는 곧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악화로 연결된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장 권영국 변호사는 “회사의 재정 악화는 정리해고 등 노동자의 노동조건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또 공공서비스에 종사하는 철도노동자들은 자신들이 공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 이것은 노동자의 경제·사회적 지위에 해당한다. 민영화 우려가 있다는 것은 곧 철도노동자들의 지위가 떨어진다는 것이고 이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는 파업은 정당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고용부 관계자는 “노조 쪽 주장대로라면 세상에 노동조건에 연관되지 않은 것이 무엇이겠는가. 법원의 판단도 직접적인 노동조건과 관련된 쟁의행위만 합법이라고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동계는 나아가, 법적으로 파업의 목적을 따지거나 파업의 요건을 한국처럼 협소하게 해석하는 관행은 선진국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프랑스 같은 경우 각종 연금의 수급액을 줄이는 정부 정책에 항의하는 총파업 뉴스를 찾아보기 어렵지 않다. 국제노동기구(ILO) 결사의 자유 위원회는 “정부의 경제정책이 사회와 노동에 미치는 영향에 항의하는 총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금지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심각한 침해”라는 원칙을 1998년 확립한 바 있다.
 

■ 한전·KT도 민영화 뒤 노동조건 후퇴
 
과거 사례를 보면 민영화 조처는 시간을 두고 노동조건에 작지 않은 영향을 끼쳤음을 알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케이티(KT)다. 케이티(옛 한국통신)는 2002년 정부 지분을 완전 매각해 사실상 민영화가 됐다. 지난해 케이티인권센터가 펴낸 ‘노동인권 백서’를 보면, 민영화 뒤인 2004년 케이티 직원의 연평균 임금은 4980만원으로 민영화 전인 2001년의 5010만원보다 되레 하락했다.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율은 2001년 19.18%에서 2011년 8.47%로 떨어졌다. 노동조건의 기본인 임금이 후퇴한 셈이다. 케이티인권센터 조태욱 집행위원은 “민영화를 저지하기 위해 파업을 예고하고 점거농성을 했던 노동자들을 향해 정부는 불법파업이며 국가 전복 세력이란 말까지 했다. 하지만 최근 8년 사이 사망한 케이티그룹 노동자만 299명이다. 민영화는 곧 노동조건 악화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한국전력도 2001년 발전부분을 5개 회사로 분할했다. 2002년 노조는 민영화 전 단계라며 38일 동안 파업을 진행했다. 정부는 당시에도 불법파업으로 규정했다. 해고자만 380명이 나왔다. 이후 5개 발전회사의 인력 14.6%가 줄었고 일부 회사에서는 기존 호봉제를 없애고 성과급 연봉제 도입을 추진중이다. 한국발전산업노동조합 박정규 대외협력실장은 “민영화 반대는 국민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소속 노동자의 처우와도 직결된다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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