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KT의 ‘부진인력 퇴출프로그램’에 면죄부를 준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결정을 환영한다.

[성명서] KT의 ‘부진인력 퇴출프로그램’에 면죄부를 준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결정을 환영한다.



감사원이 고용노동부가 KT에 대해서 2011년과 2012년에 실시한 특별근로감독 결과에 대한 감사를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고용노동부는 KT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통해 근로기준법 위반 행위 등을 일부 적발했지만 특별근로감독 실시의 핵심적인 계기였던 '부진인력 퇴출프로그램' 실행 의혹에 대해서는 “퇴출프로그램 실행으로 인력을 퇴출한 사례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면죄부를 준 바 있다. 근로기준법 위반사례 등에 대해서도 규정에 따른 3년치가 아닌 1년치만을 조사하고 나머지는 덮어버렸다. 명백한 부실감독이자 봐주기 조사였다. 이에 2015년 4월 21일에 KT전국민주동지회와 KT노동인권센터, KT업무지원단 철폐투쟁위원회는 국민감사청구 제도를 활용하여 407명의 청구인을 모집하여 고용노동부의 당시 특별근로감독이 제대로 실시되었는지에 대한 감사를 요구하였다. 그리고 감사원은 7월 29일 국민감사청구 요청에 대한 회신을 통해 “노동부의 특별감독 결과 발표 이후 법원이 퇴출프로그램 실행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놓았다”며 “특별감독을 제대로 진행했는지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어 감사를 시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우리는 감사원의 이번 결정을 적극 환영하며 이번 감사를 통해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이 KT의 퇴출 프로그램을 은폐하고 면죄부를 부여한 부실감사로 진행된 이유가 밝혀지기를 기대한다.



2002년 민영화가 된 KT가 구조조정을 목적으로 2006년부터 비밀스럽게 운영하여 온 것이 소위 '부진인력(CP) 퇴출프로그램'이다(이하 CP퇴출 프로그램으로 지칭). KT는 자체적으로 지정한 부진인력을 ‘CP(C-Player의 약칭)’라 칭하였고 CP대상자에 대한 퇴출프로그램을 ‘퇴출 및 관리SOP(Standard Operating Procesure)’로 정교하게 프로그램화하였다. 2005년에 작성된 1002명의 CP명단을 보면 114구조조정 당시 잔류자, 민주동지회 회원 등이 대부분 업무부진자로 지정되었다. KT는 CP대상자들을 다년간 일하던 숙련된 업무에서 생소한 분야로 전환배치해 업무부진자로 만들고 지속적 감시와 왕따 등으로 괴롭히며 차별적으로 낮은 인사고과를 부여하였다. 이 과정의 목표는 결국 CP대상자를 실적이 저조하고 업무지시를 충실히 따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징계하여 퇴출시키는 것이었고 대부분 징계 이전에 압박을 못 버티고 강제적인 퇴직을 받아들이게 된다. 114출신 여직원을 울릉도로 발령하여 전봇대를 타고 전화수리를 하는 업무를 맡기고는 실적저조 등을 이유로 해고한 사례로 유명한 KT의 CP퇴출 프로그램은 한 마디로 인간학대 프로그램이었다.



이 CP퇴출 프로그램의 존재는 CP대상자 1002명의 명단이 2008년도에 폭로되면서 드러났으며, CP퇴출 프로그램을 작성한 당사자와 실제로 직원퇴출을 시도했던 관리자들의 양심선언, CP로 분류되어 실제 해고까지 당했던 당사자들의 끈질긴 법정투쟁 등에 힘입어 결국 그 진실이 밝혀질 수 있었다. 결국 CP로 지정된 후 해고당한 한미희 직원에 대한 부당해고를 인정한 소송(2013.4.25판결), 2009년도 F(최하위)고과를 부여 받은 CP대상자들의 소송(2015.6.24판결) 등에서 해당 직원들이 KT본사 차원에서 기획되고 실행되었던 CP퇴출 프로그램에 의한 피해자임이 대법원의 최종 판결로 확정되었다.



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이 실시된 계기 중 하나는 여러 계기를 통해 KT의 CP퇴출프로그램이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2008년초부터 시작되어 2012년말까지 5년간 CP퇴출프로그램 비밀지침문건 다섯 개가 폭로되었으며, CP퇴출 프로그램을 본사에서 기획하고 지사에서 실행했던 관리자들이 각각 양심선언을 하였고, 무수히 많은 피해자들의 증언도 쏟아졌다. 실적압박과 퇴출강요에 시달리던 KT노동자들이 자살과 돌연사 등으로 한 해에 수십 명씩 죽어가면서 언론에서도 이를 주목하고 보도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떠밀리는 듯 마지못해 특별근로감독에 나선 고용노동부는 핵심적인 사안인 직원퇴출프로그램에 대해서는 봐주기 수사로 일관했다. 노동부는 KT의 CP퇴출프로그램과 관련해 2011년의 수시감독에서는 “관련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고, 1차 특별감독에서는 “개연성은 있지만 강제퇴출은 발견하지 못했다”는 결과를 내놨다. 부실수사에 대한 비판여론에 2차 특별감독에 나섰지만 퇴출프로그램 내용을 담은 5종의 문건을 발견하고서도 “강제퇴출 사례는 확인되지 않았다”며 결국 KT에게 면죄부를 주었다. 이에 따라 당시 KT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근로감독으로 일부 음해세력이 주장한 인력 퇴출 프로그램 등 부당노동행위 의혹은 모두 사실이 아님이 밝혀졌다"며 적반하장식 큰소리를 칠 수 있었다.



그러나 감사원이 지적했듯이 노동부의 이러한 결론은 대법원 판결에서 잇따라 뒤집혔다. 대법원은 2013년 4월과 올해 6월 “KT가 부진인력 대상자를 선정하고 퇴출프로그램을 시행했다”는 사실을 확정 판결했다. 물론 노동부가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하던 당시에도 이러한 사실은 너무나 명백하게 드러나 있었다. 1002명의 CP대상자 명단과 운영기획 문건 등 5건의 문건들이 폭로되었고, 문건을 작성하고 프로그램을 실행한 관리자들의 양심선언도 있었다. 직원들의 실제 피해사례들도 너무나 명백했다. 그러나 노동부는 드러난 사실조차 무시하고 KT측에 면죄부를 부여했던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이후 2014년 3월에도 국회환노위 은수미 의원이 KT의 부진인력 퇴출프로그램 시행을 인정한 법원의 판결 이후에도 고용노동부가 이를 인정하지 않는 이유를 묻는 질의서를 보내자 이에 대한 답변을 회피하고 법원판결이 문제가 있다는 식의 답변을 한 바 있다. 고용노동부가 어떤 이유로, 어떤 과정을 통해 부실한 감독을 자행하고 지금도 계속해서 KT의 불법행위를 감싸고 있는지 이번 감사원 감사를 통해 명백하게 밝혀져야 할 것이다.



노동부의 부실감독에 힘입어 KT는 이후에도 퇴출프로그램을 계속 실행해왔다. 2014년도에 폭로된 KT서대문지사의 문건을 보면 CP대상자인 김모 직원에 대해서 2011년도에도 CP퇴출프로그램의 SOP(실행절차)에 따른 징계 등이 이루어지고 있었음이 드러났고 김모 직원은 결국 2014년도에 퇴직을 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한편 KT는 2014년도 구조조정 직후에는 아예 직원퇴출을 위한 특별한 조직인 '업무지원단'(구CFT)를 만들었다. 지금도 업무지원단 소속 직원들은 원거리 발령과 직무변경 등을 통해 부당한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 박근혜 정권에 의해 추진되고 있는 저성과자 일반해고 제도의 원조 격인 인사고과에 의한 '직권면직'제도도 2013년도에 도입하였다. 법원의 잇따른 판결로 더 이상 불법적인 CP퇴출프로그램의 실행이 어려워지자 아예 대놓고 공개적인 퇴출프로그램을 도입하여 시행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CP퇴출프로그램의 연장선이라고 할 수 있는 KT의 업무지원단은 즉각 해체되어야 하고 직권면직제도도 폐지되어야 마땅하다.



최근 박근혜 정부가 추진중인 노동시장 구조개악방침 중 소위 '저성과자 일반해고 요건완화' 방침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그런데 이 방침은 KT에서 실행되었던 CP퇴출 프로그램에서 볼 수 있듯이 민주노조 활동가들에 대한 탄압과 구조조정을 위한 손쉬운 수단으로 활용될 것이 분명하다. KT에서 시행되었던 방식대로 특정 직원을 퇴출대상으로 찍은 후 원거리로 발령을 내고 직무전문성을 무시한 생소한 업무를 맡기는 방식으로 업무부진자로 만들어 해고하는 방식이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는 KT의 부진인력 퇴출프로그램을 전사회적으로 확산시키는 것에 다름 아니며 사회적 재앙을 초래할 것이다. 따라서 저성과자 일반해고 요건완화방침은 반드시 철회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이번 감사원의 고용노동부 특별근로감독에 대한 감사를 계기로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이 요구사항들이 관철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우리는 끈질기게 투쟁해나갈 것이다.



1. 감사원의 철저한 감사를 통해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이 KT의 CP퇴출프로그램 실행을 눈감아 준 경위를 밝히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2. 감사 이후 KT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을 재실시하여 CP대상자 1002명에 대한 전수조사 등 CP퇴출 프로그램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이루어져야 한다.

3. 법원의 판결로 CP퇴출프로그램이 회사차원에서 기획되고 실행되었음이 확인되었으므로 KT는 즉각 사과하고 피해배상에 나서라.

4. KT는 CP퇴출 프로그램의 연장선으로 운용되고 있는 '업무지원단(구CFT)'를 즉각 해체하고 직권면직제도를 폐지하여야 한다.

5. 박근혜 정권의 저성과자 일반해고 요건완화 등 노동시장 구조개악 방침은 즉각 철회되어야 한다.



2015년 7월 31일

KT전국민주동지회 / KT노동인권센터 / KT업무지원단 철폐투쟁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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