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임징크스 시달리는 포스코·KT(매일경제2011.10.22)

연임징크스 시달리는 포스코·KT
기사입력 2011.10.21 17:23:03 | 최종수정 2011.10.21 17:51:29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블로그 스크랩
◆ 공민기업 CEO 리스크 ◆

# 1. 국내 최대 물류사인 대한통운 인수전. 포스코는 삼성과 손잡고 인수에 나섰다. 물류업은 그룹의 성장동력 확보와 계열사 간 시너지 창출에 필수 사업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그러나 결과는 실패였다. 삼성이라는 막강한 후원군을 얻었는데도 포스코가 입찰가를 과감하게 쓰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M&A 업계 관계자는 "포스코가 공기업 성격이 강해 입찰가를 제대로 못썼다"고 평가했다. 실제 포스코는 대우조선해양, 한보철강 인수에서도 번번이 밀렸다.

# 2. 지난달 1.8기가헤르츠 황금주파수 경매. KTSK텔레콤과 1조원 가까운 금액을 써가며 경쟁을 벌였다. 그러나 결국 9950억원에 SK텔레콤으로 넘어갔다. KT가 "과열 경쟁에 따른 사회적 논란과 국가적 손실을 방지하기 위해 추가 입찰 참여를 중단한다"고 선언하고 발을 뺐기 때문이다. 그러나 KT 내부에서는 "민간 기업이라면 1.8기가 확보는 당연한데 정부 눈치에 포기한 것 같다"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민영화된 공기업`인 포스코와 KT가 내년 2월로 예정된 정준양, 이석채 최고경영자(CEO) 임기 만료가 다가오자 `연임 징크스`에 빠졌다. `이윤 극대화`보다는 정부 눈치를 보는 결정을 하거나 성과를 위해 조급하게 사업을 추진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여기에 정치권 안팎에서 연임 여부를 두고 하마평을 제기하며 CEO 흔들기에 나서고 있다. KT는 오는 24일 BC카드 인수 관련 기자간담회를 개최하는 데 이어 `스마트패드` 출시 간담회를 열 예정이다. 이에 앞서 이달 초 통신장비(CCC, 클라우드커뮤니케이션센터) 간담회를 가졌으며, 지난달 말에는 이석채 회장이 소프트웨어(SW) 선순환에 앞장서겠다는 기자회견을 직접 진행했다. 한 달 새 4번의 기자회견은 연임을 앞둔 이 회장의 성과를 드러내기 위한 KT 고위 임원들의 행보라는 지적이다.

포스코 정준양 회장도 최근 잦은 해외 출장이 연임을 의식한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정 회장은 지난달 터키와 미얀마 출장을 다녀온 데 이어 이달에는 프랑스 파리와 호주도 방문했다.

전문가들은 KT와 포스코 같은 `공민기업(公民企業)`이 지배구조를 재정립하고 정권 교체나 연임 리스크 없는 확실한 오너십과 제도적인 후계 승계 제도를 마련하지 않으면 성장에 한계를 나타낼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 <용어정리>

공민기업(公民企業) : 공민기업이란 공공과 민간이 합쳐서 만든 기업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민영화된 공기업. 공공적 성격을 지닌 민간기업이라는 의미로 재해석되고 있다.

公民기업, 정치외풍 안받고 혁신 이어갈 지배구조 갖춰야



"연임이라는 단어는 포스코 사내에선 금기어입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 3명의 이름이 언급되던데요."

"이석채 회장 연임이 확정됐습니까? A씨 등 4명이 이 회장에게 도전하지만 A씨와의 2파전이라는 소문이 있습니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과 이석채 KT 회장은 대내외 경제 상황이 어려운 속에서도 `거함`을 견고하게 지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

정 회장은 취임 직후 닥친 불황으로 아르셀로미탈 신일본제철 등 철강 경쟁사가 적자에 허덕였음에도 재빠르게 분기 영업이익 1조원을 넘겨 경영 능력을 발휘했다. 이 회장도 발 빠른 아이폰 도입과 브랜드 이미지 개선으로 사실상 KT를 `재창업했다`는 인정을 받는다.

그러나 공민기업의 가장 큰 특징인 `연임 신드롬`은 정 회장, 이 회장 모두 임기(2012년 2월)가 4개월 이상 남았음에도 포스코와 KT를 흔들고 있다. 벌써 일손을 놓고 줄을 서는 임직원들이 나온다는 소문이 나올 정도다. 외풍을 타서는 CEO가 장기 플랜을 갖고 일관성 있게 일을 추진하기 힘들다.

공민기업은 주주가치 극대화보다는 공기업적 결정을 내려 주가 성장에 한계가 있고 정권 차원의 낙하산 인사가 많으며 임기 말에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는 데다 정권교체기에는 증후군을 겪는다는 한계가 있다.

이를 막기 위해 CEO 교체 때마다 사외이사제도를 강화하고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하는 데 노력하고 있지만 정권의 `자기 사람 심기`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석채 KT 회장

`공민기업`으로서 한계는 주가가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KT의 목표주가는 5만3000원 수준이지만 아이폰 출시 이후 모멘텀을 만들지 못하고 3만원대에 머물고 있으며 포스코도 2010년 1월 정점(63만원대)을 찍은 이후 계속 하락해 주가가 반토막(36만원) 난 상태다.

특히 포스코의 주가는 철강가격 인상과 직결되는데 올해 들어 정치권으로부터 가격 동결 압박이 거세다. 최근 2년 새 철광석 가격이 2배 이상 올랐지만 포스코는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지난 4월 이후 철강제품 가격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은 "KT와 포스코는 CEO 동향과 공기업적 성격이 주가에 반영되고 있다. 기업의 지속 가능성이 보장되지 않아 투자자 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이석채, 정준양 회장이 대과 없이 KT와 포스코를 이끌고 있어 연임에 성공하더라도 정권교체 때문에 `1년 반짜리`란 인식이 퍼지고 있는 것도 문제다. KT와 포스코는 `우수지배구조`상을 수차례 받았다.

그러나 CEO가 정권교체 때마다 임기 중간에 바뀌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이 때문에 이석채 KT 회장의 연임 여부는 KT는 물론 정치권과 관계의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으며 포스코 내부에선 `연임`이라는 말을 공개적으로 꺼내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위평량 경제개혁연대 상임연구위원은 "앞으로는 정권을 떠나서 국민경제 차원에서 기여할 만한 인사들을 선출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손재권 기자 / 문일호 기자 / 황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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