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오른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 선거…변화 ‘꿈틀’

막오른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 선거...변화 ‘꿈틀’

조한일 기자 jhi@vop.co.kr

입력 2011-10-17 12:05:42 l 수정 2011-10-17 15:21:51

2009년 열린 18대 현대중공업 위원장 개표

2009년 열린 18대 현대중공업 위원장 개표



 

 

대표적 '어용노조'로 알려진 현대중공업 노조가 오는 21일 새 집행부를 뽑는 선거를 치른다.

지난 13일 현대중공업 노조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19대 임원 선거를 위한 후보등록을 마감했다. 후보 등록을 마감한 결과 ‘노민투(노동자민주혁신투쟁위원회)’와, ‘참노회(참된노동자회)’, ‘새민연(새로운 민주노조 건설을 위한 민주연대)’ 등 세 곳의 현장노동조직에서 각각 입후보 등록을 마쳤다.

‘노민투’에서는 노조 산하 노동문화정책연구소장인 김진필-이철효-이봉수 조합원을 위원장-부위원장-사무국장 후보로 내세웠다. 또 ‘참노회’에서는 노민투의 창립 발기인으로서 16대 노조 위원장을 지낸 경력의 김성호-최병기-유상구 조합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이와 함께 ‘새민연’은 김형균-김진석-김규진 조합원이 선거에 나섰다.

가열되는 선거열기...회사측 개입 의혹도

이로써 현장노동조직의 성향별로 볼 때 이번 선거는 한 개의 '강성조직'(새민연)과 두 개의 '온건조직'(노민투·참노회) 등 3파전 대결구도가 형성됐다.

실제 ‘노민투’는 현 오종쇄 위원장을 배출한 현장 조직으로, 지난 2002년 14대 집행부 이후 줄곧 노조 집행부에 당선되면서 현대중공업을 국내 대표적 '노사상생 사업장'으로 정착시켰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노민투에서 떨어져 나온 ‘참노회’도 계급투쟁이나 선(先)투쟁 방식과는 상당한한 거리를 두고 있다.

‘새민연’은 현대중공업 노조의 현장조직 중 전노회, 청년노동자회, 분과동지회 등 세 곳이 연대한 반(反) 노민투 조직으로, 현 집행부의 노사화합주의에 강력히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울산지역 노동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 선거의 경우 최근 10여년만에 가장 분위기가 좋다”라며 “그 동안 대표적 어용노조 사업장으로 명성을 날린 현대중공업에서 민주노조가 들어설 수 있는 기회”라고 밝혔다.

이어 이 관계자는 “실제 조합원들의 경우에도 어용노조로는 힘들다는 것을 인식했다”라며 “이번 선거에 울산지역 노동계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19대 노조위원장 선거는 후보등록 이전부터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와 함께 회사 측의 선거 개입 의혹도 제기됐다. '새민연' 소속 김형균 후보 측은 지난 11일 울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측의 개입으로 추천인 서명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김 후보 측은 “각 출마자들이 조합원들로부터 추천인 500명의 서명을 받아야 하지만 관리자들의 철저한 통제 때문에 선거운동원들이 서명을 요청하면 주위를 살피거나 아예 도망을 가는 등 정당한 권리 행사를 포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 측은 이와 관련해 구체적인 사례로, 서명을 받았는데 빼달라고 하거나 주변 압력에 의해 서명을 해주지 못한다는 조합원의 문자메세지를 공개했다.

김형균 후보 측은 이와 함께 사측의 불법 개입행위가 지난 노조 선거 때부터 계속 있어왔다며 사측에 불법적인 선거개입을 중단하라고 밝혔다.

참노회 관계자 역시 “조합원 추천인 서명을 받을 당시 회사측의 간섭이 있어 어려움이 있었다”며 “하지만 현 집행부에 대한 불신이 이번 선거를 이끌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노조의 선거에 회사측이 개입한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라며 “하지만 세계적으로 경제위기설이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노사 간 갈등은 좋지 않다는 것이 회사 측 입장”이라고 말했다.

현재 판세로는 조합원들의 성향이 ‘안정 속 실리’ 쪽으로 기울고 있는 만큼 현재로선 ‘노민투’의 당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비슷한 성향의 ‘참노회’가 선전해 표심이 분산될 경우 1차 선거에서 과반수 득표자가 나오지 못할 수 있고, 이같은 상황에서 참노회와 새민연이 결선에서 상호 지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고 울산지역 노동계 관계자는 전했다.

현대중공업에 근무하는 한 노동자는 “그동안 현대중공업 노조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인식이 현장에 광범위하게 퍼져있다”라며 “조합원들의 입장을 가장 잘 대변하는 집행부를 선출해야 한다는 인식이 팽배한 상태”라고 전했다.

한편 이들은 14일부터 20일까지 선거운동을 벌인 뒤 오는 21일 1차 투표를 치르게 되는데 만약 1차에서 과반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오는 25일 2차 투표를 벌여 최종 당선자를 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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