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노조!! 공부합니다.!!

[ 조선데스크 [조선데스크] 상조회 노조, 복제 노조김덕한 사회정책부 차장 ducky@chosun.com
 
▲ 김덕한 사회정책부 차장복수노조 허용 첫날인 지난 1일, 인천의 한 택시회사에 '상조회 노조'가 생겼다. 경조사(慶弔事)를 챙기며 친목을 다지던 비정규직 운전기사 70여 명이 모두 노조원으로 전환해 새 노조를 만든 것이다. 기존 20여 명의 정규직 기사 노조는 하루아침에 소수 노조로 전락해버렸다. 상조회장에서 노조위원장으로 직함이 바뀌게 된 새 노조위원장은 "파업과 투쟁 중심이던 기존 노조와 전혀 다른 길을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현대증권에도 기존 노조 외에 또 하나의 노조가 생겼다. 그런데 이건 무늬만 복수노조일 뿐 실상은 기존 노조와 한노조였다. 기존 노조가 노사규약상 파업권을 제한받도록 돼 있기 때문에, 새 노조를 만든 후 기존 노조원들이 모두 새 노조로 옮겨 파업권 제한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복수노조제가 시행되고 두 주일이 지났다. 하지만 어용노조 혹은 회사가 위장으로 만들어 놓은 페이퍼 노조 때문에 노조를 만들 수 없었거나, 급진적인 정치노조에 불만이 있어도 선택할 다른 노조를 갖지 못했던 대형사업장에서 제대로 된 또 하나의 노조가 설립되는 모습은 아직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보다는 앞서 언급한 것 같은 예외적인 노조들이 눈길을 끌고 있다.

13일 삼성그룹에서 최초로 반(反)회사 입장의 노조가 설립 신청을 했다지만 이 역시 석연찮다. 새 노조를 만든 사람들은 삼성그룹 여러 계열사의 정규직·비정규직, 심지어 협력업체 직원까지 참여할 수 있는 '초(超)기업 노조'를 천명했지만 노조원은 달랑 에버랜드 소속 직원 4명뿐이다. 게다가 회사 측은 이들 중엔 일명 '대포차'라 불리는 번호판 위조 차량을 타고 다니다 형사입건된 사람, 임직원 수천 명의 개인정보를 빼돌려 징계 절차를 밟고 있는 사람이 들어 있다며 폄하했다. 어느 한 사업장 단위가 아닌 초기업 노조라면 복수노조 허용 이전에도 만들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는 것도 새 삼성노조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 어려운 점이다.

상조회 수준과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면 굳이 노조를 만들 필요가 없다. 기존 노조가 회사와 합의했던 조항이 문제였다면 그 조항을 고치도록 노력해야지 '복제 노조'를 만드는 것 역시 편법이다. 만약 회사의 징계에 대항하기 위해 '방탄 노조'를 만들었다면 복수노조 정신의 어느 한 자락과도 연결될 게 없다. 복수노조가 허용된 후 이런 식의 노조들이 주목을 끄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복수노조는 정도(正道)를 걷고 있다. 2주 만에 200개가 넘는 노조가 생기고, 이 중 20여 개의 노조가 설립과 동시에 과반수 노조원을 확보한 것만 봐도 그간 '독점 노조'에 눌려 있던 현장의 열망이 분출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복수노조 제도의 핵심은 조합원들은 노조를 선택할 수 있게 하고, 노조들은 조합원들에게 서비스 경쟁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회사 입장에서도 많은 노조가 생기는 것을 두려워해 꼼수를 부리지만 않는다면 노사 관계의 해묵은 폐해는 많이 완화될 것이다. 독점노조의 기득권을 굳이 유지하려 하거나 노조 자체를 부정하는 건 결코 오래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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