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경쟁과 나쁜 경쟁” KT는 과연 어느쪽인가?

 

 

“협동조합식 경쟁, 주주자본주의식 경쟁 중 어떤 것을 선택하겠습니까?”

 
“저와 동료들에게는 가치가 급여의 일부입니다. 다른 은행에서 옮겨온 이들은 자유로운 직장 문화를 좋아합니다. 우리는 상사의 지시에 앞서 고객의 가치를 위해 일합니다.”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만난 메테 튀센은 협동조합인 메르쿠르 은행의 상담역으로 일한다. 협동조합 은행이지만 덴마크의 여느 주식회사 은행보다 급여에서 처지지 않는다. 고위직은 못한 편이나 하위직의 연봉이 상대적으로 높아, 전체적으론 평균 수준을 유지한다고 했다. 메르쿠르의 직원들은 ‘보람있는 가치를 위해 일한다’는 ‘급여’도 덤으로 받고 있다. 유기농, 대안교육, 대체에너지, 문화예술 분야의 지속가능한 사업을 골라 좋은 조건의 자금을 공급하는 것이다. “투기적 투자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2008년 금융위기 때도 어려움을 겪지 않았습니다, 젊은이들에게는 인기있는 직장이죠.” 그는 자신의 일과 직장에 행복해했다.

이탈리아 볼로냐의 클라우디아 실바니는 7년 동안 미국 야후의 이탈리아 지사에서 일하다가 낙농협동조합의 자회사인 그라나롤로로 옮겨 홍보 일을 맡고 있다.

“야후에서는 도전정신과 국제업무를 배울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하지만 동료들 간의 경쟁이 너무 힘들었어요. 좋은 경쟁이라면 생산성에 도움이 되겠지만, 상대방을 눌러야 내가 올라가는 분위기였거든요. 그라나롤로에서도 일이 많고 경쟁을 합니다. 그래도 너 죽고 나 살기 식은 아니죠. 지금은 직원들과 사이좋게 지내는 것이 행복합니다.” 실바니는 “이렇게 일하면서도 이탈리아 최고의 품질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특히 강조했다. 그라나롤로는 이탈리아 최대의 유가공 업체로, 우유는 1위, 요구르트는 2위이다. 한국에도 모차렐라 치즈를 수출한다.

스위스 취리히에서 만난 루치 베버는 자신이 ‘미그로 키드’라고 했다. “어릴 때부터 엄마 손 붙잡고 미그로 매장을 찾고, 미그로 잡지를 읽었어요. 그러다가 미그로 직원이 됐네요.” 미그로는 소비자협동조합으로, 스위스 최대의 소매기업이다. 우리로 치면 대주주가 없이 조합원의 출자로 운영되는 ‘이마트’인 셈이다.

미그로는 주식회사에서 협동조합으로 변신한 독특한 사례이다. 창업자인 고틀리프 두트바일러가 1940년대 자신의 전 주식을 조합원들에게 넘겨, 지금의 민주적인 협동조합 지배구조를 정착시켰다. “이익을 많이 남기라는 것이 아니라 좋은 식품을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라는 것이 주인인 조합원들의 목소리입니다. 당장 돈 되는 사업이 아니라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라는 것이 미그로의 디엔에이로 배어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유럽의 협동조합 기업에서는 상식으로 벌어지고 있었다. 이탈리아의 잘사는 지역인 에밀리아로마냐주에서는 협동조합 경제가 총생산의 30%를 감당하고 있었다. 우리가 거꾸로일까, 저들이 치열한 경쟁의 쓰라림을 당해보지 않은 것일까?

이탈리아 볼로냐대학 스테파노 차마니 교수와의 대화에서 해답의 작은 실마리를 더듬을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자본주의 경제를 시장경제와 동일시하는 심각한 착각에 빠져 있습니다. 진실은 자본주의 경제가 시장경제 훨씬 이후에 생겨난 하나의 선택지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협동조합 또한 주식회사와 마찬가지로 시장과 공존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합니다.”



그는 한국의 젊은이들이 ‘나쁜 경쟁’에 힘들어한다는 사실도 꿰뚫고 있었다. “경쟁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서로 협력하는 (협동조합 방식의) 경쟁과 서로 빼앗으려는 (주주자본주의 방식의) 경쟁이죠. 한국의 젊은이들을 불행하게 만드는 것은 나쁜 경쟁 때문입니다. 어떤 것을 선택하겠습니까?”

koala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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