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설치기사가 만난 사람들”

'인터넷 설치기사' 감동사연에 "CF만들어라"

1998년 IMF 외환위기 당시 인터넷 설치기사로 일했던 김모씨가 지난 21일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 '인터넷 설치기사가 만난 사람들'이라는 사연을 올려 화제다.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이 '감동 사연'으로 뜨겁다. 지난 1998년 IMF 외환위기 당시 김모씨가 인터넷 설치기사로 일하며 겪은 일화가 네티즌 사이에서 주목받고 있다.

김씨는 지난 21일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 커뮤니티에 "인터넷 설치기사가 만난 사람들"이라는 제목으로 10여 년 전 사연을 올렸다. 당시 김씨는 어려운 집안 형편으로 대학을 휴학하고 일거리를 찾다가 한 통신사 인터넷 설치기사로 근무했다. 6개월은 인터넷 설치기사로, 다음 6개월은 복학하는 방식을 반복하며 5년 간 생활했다고.

김씨는 "인터넷 설치기사로 일하는 동안 이 집 저 집 다니며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는 게 좋았다"며 "이 생활을 그만둔 지 벌써 5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기억에 남는 분들이 계셔서 글을 올린다"고 말했다.

IMF 외환위기를 겪던 어느 날, 김씨가 인터넷 설치 요청을 받고 방문한 곳은 선로 정비나 투자가 빈약한 달동네였다. 이날 고객은 사업 실패로 단칸방에 살면서도 "없는 살림이지만 아들 공부는 시켜야 한다"며 인터넷을 신청한 아주머니였다.

김씨는 집 주변 전봇대에 올라가 인터넷 연결선을 끌어봤지만 이 지역의 선이 오래된 데다 정비도 되지 않아 인터넷 신호가 잡히지 않았다. 결국 김씨가 "인터넷 신호가 잡히지 않아 설치가 불가능하다"고 말하자 아주머니는 "부모를 잘못 만나서 아들이 공부도 못 한다"며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는 "먼 곳까지 와서 1시간 넘게 고생했다"며 김씨에게 5000원을 건넸다.

김씨는 "안 받으면 더 섭섭하니 꼭 받으라는 아주머니의 말씀에 가슴이 뭉클했다"며 "그러다가 조카 같은 아이를 위해 하루를 투자하기로 결심했다"고 회상했다. 김씨는 아주머니에게 "내일 다시 와서 연결해 볼 테니 설치가 되면 그 때 돈을 받겠다"고 말씀드렸다.

다음 날, 김씨는 다시 동네를 찾아 아주머니에게 "아랫동네에서부터 선을 끌고 와야 하니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지만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그러자 평상에 앉아 장기를 두던 마을 주민들이 김씨를 돕겠다고 나섰다. 김씨가 아랫동네에서 인터넷 신호가 들어오는 선을 찾으면 마을 주민들이 그 선을 전봇대에 묶었다. 그는 "다들 처음하는 작업이라 우왕좌왕했지만 힘을 모아 일하는 과정이 정말 보기 좋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 작업에 8시간 전부를 쓸 각오로 나섰는데 2~3시간 만에 인터넷 설치에 성공했다"며 "정말 어안이 벙벙했다"고 회상했다. 이 광경에 아주머니는 울음을 터뜨렸다. 김씨는 "아주머니가 건넨 5000원을 받고 동네를 내려오는데 눈물이 날 것 같았다"며 "정말 많은 것을 배운 하루"라고 전했다.

이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은 "김씨 같은 사람이 있어서 아직은 살만한 세상"이라며 "정말 감동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씨를 해당 인터넷 업체의 정직원으로 채용해 달라"는 요청도 잇따랐다.

또 한 네티즌은 "이 실화가 광고로 제작됐으면 좋겠다"며 "특히 광고 속 인물들은 실제 사연의 주인공들을 섭외해서 만들면 감동이 2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요즘처럼 어려운 시기에 따뜻한 사연을 통해 힘을 얻었다"는 의견이 많았다.

한편 김씨의 사연은 인터넷에 게재된 지 이틀 만에 15만 명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는 등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이 글은 7000명 이상의 추천을 받으며 해당 커뮤니티 메인에 게재됐다.



현장의 목소리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