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사무직 수백명 잇단 시위, 그 좋은 직장에 무슨 일이…

분사하며 인력 700명 이동… "구조조정 수순" 노조 반발

지난 17일 낮 12시 무렵. 서울 을지로2가 SK텔레콤 사옥 1층 로비엔 점심시간을 이용해 이 회사 직원 300여명이 모여 시위를 벌였다. 이달 8일에 이어 벌써 두 번째 시위다.

우리나라 기업에서 노조원들이 모여 시위하고 농성하는 게 특이한 일은 아니지만, 적어도 SK텔레콤에선 낯선 광경이 아닐 수 없다. 이동통신업계 1위 회사, 아니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나가는 회사 가운데 하나이고 연봉으로 따져도 열손가락 안에 들만큼 복리후생도 최고수준의 기업이다. 그러다 보니 노사관계는 평화로웠고, 그 흔한 시위도 이전까지는 없었다. 그런 SK텔레콤에 대체 요즘 무슨 일이 있길래, 블루컬러(생산직)도 아니고 화이트컬러(사무직)들이 머리띠를 두르고 피켓까지 든 채 시위를 벌이는 것일까.

이유는 고용불안. SK텔레콤은 오는 10월1일자로 회사를 2개로 나누는 분사를 단행할 계획이다. 지금의 SK텔레콤은 통신서비스 사업만 맡고, 나머지 컨텐츠와 서비스개발 부문은 별도 자회사로 둔다는 구상이다. 이 경우 4,500명 직원 가운데 약 700명 가량이 분사 회사로 옮길 전망이다.

직원들이 격앙된 이유는 이 분사를 통해 회사측이 대대적인 인력구조조정에 나설 것이란 관측 때문. 물론 회사측은 인위적 구조조정은 없음을 거듭 밝히면서, 분사회사로 가는 직원에겐 3년치 연봉을 보장하기로 약속까지 한 상태다. 하지만 한 직원은 "당장은 아니더라도 분사회사가 결국 돈을 벌지 못하면 사정이 달라지는 것 아니겠는가"라며 "직원들 사이에선 분사기업으로 가면 고용보장이 안될 것이란 우려가 팽배해 있다"고 말했다.

사실 SK텔레콤은 지금 사면초가 상태다. 여전히 시장 점유율 50%가 넘는 정상의 회사이지만 포화된 시장에서 '아이폰'을 선점한 KT와 격차는 계속 줄어드는 상태. 그런데도 1위 업체란 이유로 통신요금 인하 등 정부의 압박과 규제는 점점 거세지고 있다. 회사측은 "효율과 생산성 제고를 위한 조치"라고 설명하지만, 따지고 보면 이번 분사도 결국은 비좁아진 입지를 타개하기 위한 돌파구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에 대해 SK텔레콤 측은 직원들의 우려가 지나치다는 입장이다. SK텔레콤 측은 "아직 분사에 대해 세부적인 내용까지 정해진 것은 없으며 이미 밝힌 대로 인위적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다"라며 "고용문제 관련 소문은 과장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에서 구조조정 얘기가 나오는 것 자체가 현 통신시장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며 "새로운 사업자,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할 하반기 이후엔 SK텔레콤 뿐 아니라 통신시장 전체에 대대적 변화가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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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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