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동뉴스] KT 퇴출 프로그램 운영 “자진퇴사 유도” 퇴직자 폭로
KT가 인력 퇴출 프로그램 매뉴얼을 만들어 운용하면서 직원들을 부당한 근무환경으로 발령 스스로 퇴사하도록 만들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KT노동인권센터 등 4개 시민ㆍ노동단체는 4월 18일 기자회견을 열고 KT를 향해 인권침해를 당한 노동자들에게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KT 해고 대상자인 ‘ㅇ’씨는 “2002년 114분사 이후 CP프로그램이 가동되었고 청주, 충주, 제천, 괴산, 영동 수차례의 발령을 거처 전신주에 올라 전화 개통하는 업무를 맡게 됐다. 당시 쉰살이 넘은 나이로 생전 해보지 않은 일이었지만 일을 할 수 밖에 없는 처지인지라 ‘열심히 하면’이란 희망을 가졌었다. 하루에 10번 이상 전신주에 올라가 업무를 하게 됐고 쥐가 나기도해 직접 사혈기를 가지고 허벅지를 찌르면서 일을 했다. 그렇게 일을 했는데도 위에서는 개통 건 수가 적다며 명퇴를 종용했다” 고 밝혔다.
2002년 114 전화번호 안내 업무를 분사한 KT는 당시 노동자들이 분사는 또다른 해고의 이름일 뿐이라고 저항했지만 끝내 막지 못했다.
한편 114 안내원으로 일하던 한 직원은 KT의 직원 퇴출프로그램 (CP, C-Player : 부진인력관리 프로그램)대상자로 분류돼 현재 수차례의 경고가 누적됐으며 이는 해고 직전인 상황이다. 그 직원의 하루 출퇴근 시간은 4시간이 기본이며 이는 사측에서 CP프로그램에 따라 일부러 먼 곳에 발령을 낸 탓이다.
KT는 대구에서 근무하던 해고대상자에게 울릉도 발령을 내기도 했다고 덧 붙였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본사 지침에 따라 퇴출대상자들을 관리해온 반기룡 전 KT 관리자가 양심선언에 나섰다. 그는 “KT가 114안내원들이었던 여성들에게 전신주에 올라 전화를 개통하는 업무를 부여하도록 하고 실적 저조를 이유로 경고장을 발부, 사퇴를 권고하도록 했다” 고 말했다. 이는 앞서 114직원이 진술했던 내용과 일치한다.
기자회견 주최측은 "KT가 상시적 인력 퇴출을 목표로 회사에 비우호적인 노동자 등 퇴출 대상자를 선정해 분류해 온 점이 드러났다. KT는 노조탄압 및 일상적 인력 구조조정에 활용되어 온 CP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KT는 퇴출을 거부하면 곤란한 업무를 맡겨 실적 부진을 유도하고 이를 빌미로 주의, 경고장을 보내는 과정을 반복했다. 누적된 경고를 근거로 징계 처분을 함으로써 스스로 회사를 그만두게끔 하는 치밀한 구조조정을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기룡씨는 이어 “KT가 더 무서운 점은 퇴출 대상자의 사생활을 조사하고 직원들과 격리시켜 소외감을 주도록명문화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자신이 KT지점에서 CP담당자로 근무했을 당시 “본인도 대상자를 가혹하게 관리하다 스트레스가 심해져 정신과 치료를 받았고 결국 휴직 끝에 명예퇴직을 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KT서울남부마케팅단 직원 류모씨(53)는 남부마케팅단장 등 6명이 회사 정책에 비판적인 자신의 주주총회 참석을 막으려고 자신을 납치했다며 서울 구로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류씨는 고소장을 통해 “주주총회 하루 전인 지난달 10일 충남 아산의 회사수련원에서 잠을 자던 중 회사 동료 4명에게 끌려나가 강제로 차에 태워졌다”고 주장했다.
KT측은 “본사 차원에서 하달한 적도 없다”고 언급한 뒤 직원 납치 의혹에 대해 “노래방으로 가는 차에 류씨가 스스로 탔고 도중에 내리겠다고 해서 내려줬을 뿐”이라고 전했다.
이번 기자회견에 대해 KT 측은 CP 프로그램이라는 것은 절대 존재하지 않고 현장에서 기관장 주도로 생산성 향상 차원에서 프로그램을 만든 것은 맞지만 시행되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KT 측은 "CP 프로그램이라는 것은 절대 존재하지 않으며 현장에서 기관장 주도로 생산성 향상 차원에서 프로그램을 만든 것은 맞지만 시행되지는 않았다"고 반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