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직원 퇴출 유도 프로그램’ 문건 공개… 대상자들 ‘눈물의 회견’

ㆍ“지방 돌리며 힘든 일 맡기고 생소한 업무 주며 실적 추궁”
ㆍ회사 측 “과거 현장서 작성… 시행은 안해”
“전화 교환원 일을 하던 사람이 충주·제천·괴산·영동 등을 전전해야 했습니다. 2006년부터 전신주에 올라가서 작업해야 하는 개통 업무를 맡았고, 차량 제공도 하지 않아 5㎞ 거리를 걸어다니기도 했습니다.”

회사의 명예퇴직 제안을 거부해 KT의 ‘핵심관리대상자’로 낙인찍힌 ㄱ씨는 18일 기자회견을 통해 KT의 노동자 탄압 실상을 고발했다. 2002년 민영화 이후 지속적으로 구조조정 작업을 해온 KT가 명예퇴직을 거부하거나 노조활동에 적극적인 직원들을 퇴출하기 위해 엉뚱한 부서에 보내 모욕을 주는 등 조직적으로 움직였다는 것이다. 나이 오십이 넘어 여성의 몸으로 전신주에 올라가 일을 해야 했다고 말할 때는 눈물을 흘렸다.

KT 충북본부 충주지사 음성지점에서 고객만족팀장으로 일하다 2009년 명예퇴직한 반기룡씨는 이날 KT가 직원들을 퇴출하기 위한 프로그램인 ‘CP(C-Player·부진인력관리프로그램)’를 전사적 차원에서 실시했다는 문건을 공개했다.

반씨가 공개한 ‘부진인력 퇴출 및 관리방안’ 문건은 2007년 2월 만들어진 것으로 전사 퇴출 목표인원 550명, 충북본부 20명, 충주지사 5명으로 명시하고 있다. 2006년에는 전사 500명, 충북본부 6명으로 기재돼 있다. 반씨는 “일부러 생소한 업무를 부여한 다음 실적이 저조하다는 자술서를 작성하게 하고 경고장발부하는 것을 무한 반복하면서 사퇴를 권고하고 다른 지역으로 발령내는 방법 등으로 자진 사직을 유도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KT서울남부마케팅단 직원 류모씨(53)는 남부마케팅단장 등 6명이 회사 정책에 비판적인 자신의 주주총회 참석을 막으려고 자신을 납치했다며 구로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류씨는 “지난달 10일 충남 아산의 회사 수련원에서 잠을 자던 중 동료 4명에게 끌려나가 강제로 차에 태워졌다”고 주장했다.

KT는 “회사는 CP를 운영하고 있지 않으며, (반씨가 공개한 문건은) 과거 현장에서 만들어진 자료일 뿐 시행되지 않았다. 본사 차원에서 하달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주총 참석을 막기 위해 직원을 납치했다는 주장에 대해선 “노래방으로 가는 차에 류씨가 스스로 탔고, 도중에 내리겠다고 해 내려줬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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