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해 먹었구나

[단독] ‘KT 일감몰아주기’ 황욱정, 자회사에 재하청줬다

본인 명의업체에 시설관리 업무 줘

수수료 명목으로 작년 92억 지급

檢, 횡령 등 이익범죄 가능성 제기

연합뉴스

KT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황욱정 KDFS 대표가 KT그룹의 일감을 수주한 뒤 자신 명의의 자회사로 재하청을 준 사실을 확인했다. KDFS는 KT그룹의 하청 업체로 일감 몰아주기 의혹의 수혜 기업으로 꼽힌다. 검찰은 재하청을 주는 과정에서 횡령 등 범죄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이정섭 부장검사)는 최근 황 대표가 KT텔레캅의 시설 관리 업무를 수주한 뒤 KDFJ에 재하청을 준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KT그룹이 발주한 일감을 KT텔레캅이 수주받아 KDFS에 재하청을 주고 KDFJ가 다시 하청을 받게 된 구조다. 검찰은 이런 하청 과정이 비정상적이라고 판단하고 비자금 조성이나 횡령 등 추가 범죄 발생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특별한 기술을 요하지 않는 업무임에도 불필요한 하청을 통해 이익을 남겼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KT텔레캅과 KDFS의 시설 관리 업무 하청 계약서에는 KDFS의 재하청이 불가능하도록 명시해둔 것으로 나타나 불법적인 요소가 추가로 확인될 가능성도 있다.

KDFJ는 KDFS가 지분 100%를 보유한 비상장기업이다. 회사 주소지도 KDFS와 동일한 곳으로 사실상 ‘유령 회사’ 가능성도 제기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사이트에 따르면 KDFS는 지급 수수료 명목으로만 지난해 KDFJ에 92억 원을 지급했으며 2021년에는 64억 원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KDFS와는 달리 공시 의무가 없는 KDFJ를 이용해 자금 횡령 등이 벌어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은 최근 KDFS 직원으로 근무하던 황 대표 자녀의 사무실을 압수 수색하고 소환 조사하는 등 수사 범위를 넓히고 있다. 자금 흐름을 추적해 단순 ‘일감 몰아주기 의혹’이 아닌 KT 내부의 이권 카르텔 규명에 집중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입건된 피의자는 구현모 전 대표와 황 대표, KT 경영지원부문장인 신 모 씨, 윤경림 전 KT 사장 등이지만 가장 핵심 뒷배로 꼽히는 것은 남중수 전 KT 사장이다. 참여정부 시절 KT를 이끈 남 전 사장은 과거 인사 청탁 및 뇌물 수수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지만 최근 KT 동우회장으로 단독 출마해 당선됐다. 일감 몰아주기 의혹의 수혜자인 황 대표는 남 전 사장의 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아울러 검찰은 황 대표가 소유한 KDFS 지분 42.25%에도 남 전 사장의 자금이 흘러들어가는 등 차명 주식으로 사용된 것이 아닌지 살펴보고 있다. KDFS는 2010년 8월 KT의 영업 부문을 분할하는 방식으로 설립됐는데 지분 대부분이 개인에게 몰린 정황이 일반적이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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