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민영화의 폐해를 외면하는 통신민영화 찬성론자들만의 토론회에서 무슨 대안이 나오겠는가?

통신비 논란…”과도한 시장개입” vs “필수재로 요금통제 불가피”

[제작 이태호, 조혜인]
여당 주최 통신비 토론회…학계·시민단체·통신사·미래부 등 참석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 정부의 통신비 절감 대책을 두고 타당성 논란이 불거졌다.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생활비절감팀이 주최한 통신비 토론회에서는 ‘정부의 과도한 시장 개입’이라는 비판과 ‘독과점 시장에서 불가피한 정책’이라는 주장이 맞섰다.

발제를 맡은 이병태 카이스트(KAIST) 경영대학 교수는 “단통법의 실패를 또 다른 규제로 막아보려는 규제의 악순환에 빠지고 있다”며 “특히 기본료 폐지는 민간 기업의 가격과 마케팅을 정부와 정치권이 간여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통신비가 필수불가결한 공공재나 대다수가 사용한 보편재라서 정부가 시장 가격에 개입해야 한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며 “통신은 기업이 정부로부터 경매로 주파수를 산 후 제공하는 민간 서비스”라고 강조했다.

통신 3사가 지배하는 시장 구조와 관련해서는 “전 세계 모든 나라에서 통신은 독과점”이라며 “불공정 행위가 규제 대상이지 독과점 자체가 규제 대상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통신료 인하 토론회 참석한 통신3사 경영진

통신료 인하 토론회 참석한 통신3사 경영진(서울=연합뉴스) 백승렬 기자 = 2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민생상황실 생활비절감팀의`통신비 기본료 폐지, 무엇이 해답인가? 토론회’에서 LGU+ 김규태 상무(오른쪽부터)와 KT 김충성 상무, SKT 이상헌 실장이 참석해 나란히 앉아 있다. srbaek@yna.co.kr

이 교수는 “가계소비 지출에서 통신비 비중은 계속해서 줄고 있고, 지난 5년 사이 데이터 요금 단가는 82% 인하됐다”며 “서비스 품질과 월 사용량을 고려하면 한국의 통신비는 비싼 수준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오히려 기본료를 폐지할 경우 통신사의 마케팅 비용이 줄어 소비자 부담이 커지고, 수익성 악화로 미래 사업 투자도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또 다른 발제자로 나선 안진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통신서비스는 현대인이 반드시 이용해야 하는 필수재이자 전파와 주파수라는 공공재를 기반으로 제공되므로 공공성이 확보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처장은 “통신시장의 높은 진입장벽으로 인한 독과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민간 사업자라 하더라도 정부의 적정한 요금 통제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통신시장은 경쟁이 매우 저조하고, 정부의 정책도 효과가 크지 않다”며 “4G를 포함한 기본료 1만1천 원 폐지와 분리공시, 중저가 요금제에서 데이터 기본 제공량 확대 등 다양한 인하 정책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통신비 기본료 폐지, 무엇이 해답인가? 토론회'

‘통신비 기본료 폐지, 무엇이 해답인가? 토론회’(서울=연합뉴스) 백승렬 기자 = 2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민생상황실 생활비절감팀의`통신비 기본료 폐지, 무엇이 해답인가? 토론회’에서 안진걸 참여연대 사무처장이 발제하고 있다. srbaek@yna.co.kr

전날 발표된 절감 대책에 대해서는 “기본료 폐지가 제외된 것은 매우 실망스러운 일”이라고 그는 평가했다.

안 처장은 “25% 요금할인도 해외 선진국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라며 적어도 할인율이 30% 수준은 돼야 한다”면서 “공공와이파이도 속도개선이 이루어지지 않는 등 서비스 품질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날 토론회는 통신비 인하안 논의가 시작된 이후 이동통신 3사 임원과 미래창조과학부 관계자가 공개적으로 함께하는 행사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

토론자로 참석한 미래부 양환정 통신정책국장은 “이동통신 서비스가 필수재가 됐음에도 그동안 정부가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며 “저가 요금제의 단위 요금이 무제한(고가) 요금제의 10배에 달하면서 저가 요금제 이용자가 고가 요금제 이용자를 보조해주는 현상이 발생했다”고 평했다.

하지만 “기본료와 이를 검증하기 위한 원가 공개 논쟁은 통신비 부담 완화라는 더 큰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되기 어렵다”며 “기본료 폐지 논쟁보다는 사용량 증대에 따른 통신비 부담 증가를 막을 수 있는 대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okko@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7/06/23 10:11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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