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 회장도 정권이 바뀌면 자리를 지키기 힘들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듯
작성자: 시사저널 | 조회: 339회 | 작성: 2017년 5월 4일 5:09 오후국정농단 졸업생들, 녹록치 않은 경영 복귀
수사 선상에서 자유로워지자마자 본격 활동 및 공식입장 내놔…처한 현실은 험난
승인 2017.05.04 13:08:07(목) | 엄민우 기자 mw@sisajournal-e.com
국정농단 사태에서 벗어나자마자 적극 행보를 보이고 있는 이재현 Cj회장, 황창규 KT회장, 최태원 SK회장(왼쪽부터). / 사진=뉴스1. KT
국정농단 사태에서 벗어난 기업 총수들이 본격적으로 경영활동 전면에 나서기 시작했다. 대규모 투자 등 공격적 경영이 펼치겠다는 각오지만 복귀가 녹록하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국정농단 연루 기업을 삼성, 롯데로 한정함에 따라 각종 혐의를 받았던 기업 총수들이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다. 특히 수사 종료 시점까지 마음을 졸였던 SK와 CJ는 위기상황에서 벗어나자마자 오너가 본격적인 경영 일선에 나서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태원 SK 회장은 출국금지 조치가 풀리자마자 일본으로 날아가 도시바 인수전 관련해 세일즈맨 역할을 자처했다. 그는 출국금지가 풀리기 전부터 일본 방문을 최우선 일정으로 꼽고 있다. 일본에서 돌아온 그는 “아직 일본밖에 안 갔다”며 향후 추가로 여러 나라를 방문할 뜻을 밝혔다.
도시바 인수는 SK하이닉스로선 기업의 미래가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시바를 인수한 기업은 낸드플래시 부문에서 삼성전자에 이어 2위 자리를 굳힐 수 있고 나머지 기업들은 시장 점유율 확보에 더 힘들어지게 된다. 반도체 업계에선 SK하이닉스가 이번 기회를 놓치면 평생 낸드 2인자 자리에 오르기 힘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도시바 인수전은 그 어느 때보다 최태원 회장 개인 역량이 중요하다. 도시바는 물론, 기술유출 등을 우려하는 일본 정부의 마음을 움직여야 하는데 이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최태원 회장이다. 상황이 만만치만은 않다. SK하이닉스만큼 절박한 대만 홍아이 그룹의 궈타이밍 회장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도시바 인수 협력을 요청했고 일본‧미국 연합펀드가 유력주자로 급부상했다. 현재로선 최태원 회장이 쓸 수 있는 카드가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미국에서 치료와 요양을 병행하던 이재현 CJ회장 역시 이번 달 경영에 복귀할 예정이다. 한때 사면과 관련해 국정농단 사태에 휘말릴 뻔 했으나 결국 공식적인 박근혜 정권의 피해자로 상황이 정리됐다. 이재현 회장의 건강상태는 대외활동은 불가능하나 사무실에서 일을 볼 수 있는 수준은 된다고 한다.
CJ그룹은 이재현 회장 복귀로 그동안 줄었던 투자를 다시 늘리고 공격적 경영을 펼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이재현 회장 금고지기 노릇을 수행했던 김승수 CJ제일제당 부사장에 대한 재판이 이 회장 복귀 시기에 맞춰 진행되는게 변수다. 이재현 회장 복귀에 별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란 게 중론이지만 워낙 이재현 회장과 가까운 인물이어서 예의주시해야 할 형편이다.
황창규 KT 회장도 비선실세 논란에서 벗어나자마자 입을 열었다. 황창규 회장은 28일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회사 경영을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어떤 이유에서건 주주와 국민에게 심려를 끼쳐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비선실세 차은택씨와 같은 광고 제작사에서 일한 이동수 전무는 KT에 입사해 방송광고 24편 중 11편을 차은택 씨가 연루된 아프리카픽쳐스와 플레이그라운드에 몰아줬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와 관련 황창규 회장은 자신은 피해자라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황창규 회장은 일단 자리를 지키는 데엔 성공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권때 임명된 그가 정권이 바뀐 후에도 계속 경영을 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한 야당 인사는 “황창규 회장도 정권이 바뀌면 자리를 지키기 힘들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듯”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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