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현대중공업 분사 계획에 찬성한 것에 노동계와 시민·사회가 반발하고 있다. 인력 구조조정을 불러오고 재벌 총수의 경영세습 일환으로 추진된 분사 계획에 국민연금이 동원돼 사회적 책임을 저버렸다는 비판이 나온다.
양대 노총과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은 2일 성명을 내고 “국민연금이 재벌 편들기를 반복하고 있다”며 “공적연금으로서 사회책임 투자 원칙에 충실하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재벌대기업들은 경영권 승계를 위해 회사를 분사해 계열사 지배권을 높이는 방법을 주로 이용하고 있다. 상법상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는데 회사를 분할하면 지주회사가 자사주 비율만큼 신주를 배정받아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27일 주주총회에서 사업부문을 4개 회사로 분할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현대중공업 주식 8%를 가진 2대 주주인 국민연금도 찬성표를 던졌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김종훈 무소속 의원에 따르면 회사 분할로 최대주주인 정몽준 전 현대중공업 회장의 그룹 지분율이 21.33%에서 34.7%로 높아진다. 자산 지배력으로 계산할 경우 6조5천억원이 늘어난다. 한 푼도 들이지 않고 지배력을 높였다.
양대 노총은 “현대중공업 분할은 막대한 인력 구조조정, 분할사 이전으로 노동자의 삶을 뿌리째 흔들고 지역경제 침체 등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반사회적 결정에 가까운데도 국민연금은 이를 찬성했다”며 “정몽준 일가의 기업 지배력 독점을 강화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비판했다.
국민연금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의결권을 행사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승계를 도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들은 “국민의 노후자산이 재벌 이익에 악용되는 일은 없어야 하는데도 이번 사건에서 국민연금이 여전히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국회는 국민연금이 재벌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는 방향으로 관련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