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조를 생각한다

민주노조를 생각한다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김혜진  |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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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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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민주노조란 무엇일까 생각한다. 1970년대 민주노조는 회사가 만든 노조가 아니라 노동자들이 세운 노조를 말하는 것이었다. 노조 위원장을 사실상 회사가 임명하고, 노조가 현장을 통제하는 기구이고, 노조간부가 관리자이던 시절에 노조간부를 노동자들 손으로 뽑고, 노동자 이익을 위해 싸우는 노조, 그 자랑스러운 이름이 ‘민주노조’였다. 그 민주노조를 위해 노동자들은 똥물을 뒤집어썼고 해고를 당했다. ‘조합원의 이해와 요구’에 따르는 것은 그래서 정말 소중한 노조의 원칙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2017년 지금도 ‘조합원의 이해와 요구를 지키는 노조’는 모두 민주노조일까. 물론 지금도 어용노조들이 많다. 창조컨설팅 같은 노조파괴 전문업체들의 구상대로 만든 회사노조 말이다. 그런 어용노조가 아니라 조합원들이 함께 세운 노조는 모두 민주노조인 것일까.

세상이 변했다. 조합원들은 가장 낮은 위치가 아니게 됐고 더 낮은 노동자들이 비조합원으로 밀렸다. 노동자들은 갈라졌다. 자본이 그렇게 만들었다. 조합원의 이해와 요구는 때로는 더 나쁜 조건의 노동자들의 이해와 요구와 충돌한다.

이 충돌에서 누가 나쁜 놈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자본의 이해관계에 따라 갈라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비정규직은 대체인력이 되기도 하고 파업을 파괴하기도 한다. 조직률이 낮은 탓에 더 어려워지기도 한다. 나와 같은 사람이라고 여겨지지도 않는다. 기업의 흥망성쇠에도 관심 없고 노조에도 관심 없다고 생각한다.

비정규직은 정규직이 나쁘다고 생각한다. 자신들의 이익만 생각한다고 본다. 진짜 나쁜 놈은 기업인데 노동자들끼리 싸운다. 결국 장기적으로 조합원의 이해와 요구는 사라진다. 자동차를 판매하는 노동자들에 대한 정규직의 불만과 구조조정. 이것은 모두 자본이 만든 것이며 모두가 희생자다.

그런데 자동차판매 노동자들이 인간선언을 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정규직은 분노를 터뜨리지만 그것은 핑계일 뿐이다. 그것은 같이 싸워야 할 이유지, 배제해야 할 이유가 아니다.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기 위해 특수고용직으로 만든 것이므로.

금속노조도 더 이상 누군가의 눈치를 봐서는 안 된다. 민주노조를 세우자고 한 것 아닌가. 그러면 서로를 교육하고 설득해 가며 더 많은 노동자들을 조직하면서 힘을 키워야 하는 것 아닌가. 조직화에 왕도는 없고, 단결에 배제가 있을 수는 없다. 노동자들끼리 갈라치기 하면 금속노조도 더 이상 산별교섭이나 업종교섭도 못한다.

민주노조운동은 그래서 조합원의 이해와 요구 못지않게 연대성의 원칙을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 함께 싸워서 함께 이기지 않는 노조는 더 이상 민주노조라고 불러서는 안 된다. 그것이 이해와 요구를 장기적으로 보장받는 길이다. 그것이 기업의 의도를 꿰뚫고 제대로 노동자들의 요구를 따르는 것이다.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work21@jin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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