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단독] ‘전교조 파괴’ 배후에 MB 국정원의 치밀한 공작 있었다

[단독] ‘전교조 파괴’ 배후에 MB 국정원의 치밀한 공작 있었다

등록 :2020-05-12 21:32수정 :2020-05-13 02:43

「<한겨레21> ‘노조와해 공작’ 감찰자료 포함 재판기록 입수」
MB국정원, 청와대에 ‘전교조 불법단체화’ 보고 뒤
고용부 “해고자 배제” 시정명령보수단체에 1억7천여만원 지원 내역
‘탈퇴서한’ 발송·변호사비도 내줘

전교조 “MB-박근혜 정부의 국가폭력”
20일 열릴 대법원 공개변론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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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법외노조 사건에 대한 대법 공개변론이 오는 20일 열리며 6년 넘게 끌어온 이 사건이 마침내 결론을 향해 치닫고 있다. 법외노조 통보는 2013년 10월 박근혜 정부 고용노동부의 ‘팩스 한장’으로 시작됐다고 알려져 있지만, 거슬러 올라가면 전교조를 비롯한 민주노총 ‘고사’를 노린 10년 전 이명박(MB) 정부 국가정보원의 치밀한 계획과 실행이 있었다. 단편적으로 알려졌던 그 공작의 전모가 국정원 내부문건과 재판기록 등을 통해 드러났다.
12일 <한겨레21>은 국정원이 2018년 4월 검찰에 보낸 ‘수사참고자료’를 입수했다. 2017년 노조파괴 공작 의혹에 대한 국정원의 자체 감찰 결과와 증거가 되는 국정원 내부문건을 담은 200여쪽의 문서다. 검찰은 이 문서를 바탕으로 수사를 벌여 국정원이 ‘제3노총’이라 불리는 ‘국민노총’ 출범에 국정원 자금을 사용한 혐의(국고손실)로 원세훈 전 원장 등 국정원 간부와 이채필 전 고용노동부 장관, 이동걸 전 고용부 장관 정책보좌관을 재판에 넘겼고 이들은 지난 2월 1심에서 모두 유죄 선고를 받았다. <한겨레21>은 청와대 캐비닛과 영포빌딩에서 발견돼 국가기록원으로 이관된 문건 등이 포함된 이 사건 재판기록 1만여쪽을 확보하면서 국정원의 수사참고자료도 함께 입수했다.
수사참고자료와 재판기록 등을 보면, 국정원은 2010년 1월22일 청와대에 “해직자 노조 가입을 인정하는 전교조 규약을 이유로 불법단체화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보고했다. 그 닷새 뒤 보수 학부모 단체인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들의 모임’에 “전교조의 교원노조법 위반 규약 비판여론을 조성해달라”고 부탁했고, 이 단체는 노동부(현 고용노동부)에 ‘전교조 설립취소 검토 요청’ 공문을 보냈다. 실제로 노동부는 같은 해 3월31일 “교원 신분을 상실한 사람에게 조합원 자격을 부여하고 있는 규약을 시정하라”고 시정명령을 했다.
전교조가 노동부의 시정명령에 응하지 않자, 국정원은 2010년 9월13일 ‘전교조의 ‘조직 불법단체화’ 회피전술 조기 무력화’라는 문건을 청와대에 보고한다. 국정원은 “이번 불법단체 전환 추진이 전교조의 비뚤어진 행태를 바로잡을 기회이므로 조직사수 투쟁 및 회생 전술에 말려들지 않도록 치밀하게 대응(해야 한다)”며 “조합원 교사들의 학기말 업무가 많아 결속력이 저하되는 12월 중 ‘2차 시정명령’ 등 불법 단체화(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엠비 국정원은 전교조 비난 여론 형성을 위해 보수단체를 적극 활용했다. 재판기록에는 보수단체에 국정원이 지원한 내역으로 사업계획서·자금집행명세서·영수증(지불확인증) 등이 포함돼 있다. 대표적인 것이 2011년 5월 ‘교육과 학교를 위한 학부모 연합’(교학연)이 전교조 조합원에게 보낸 ‘탈퇴 권유 서한’이다. 국정원은 이 편지 제작비용과 우편비용, 인건비를 합쳐 3천만원을 댔다. 전교조와 조합원들이 교학연에 명예훼손을 당했다며 민사소송을 내자, 변호사 선임비용 역시 국정원이 대줬다. 이 밖에도 국정원은 보수단체들의 전교조·교육감 고발에 필요한 법률 검토 비용, 보수언론 광고 게재, 보수성향 교회의 전교조 비판 토론회, 1인시위 등에도 비용을 댔다. 이렇게 국정원이 2010년 2월부터 2011년 12월까지 2년간 전교조와 관련해 보수단체에 지급한 비용이 1억7640만원에 이른다.
엠비 국정원이 계획하고 실행에 옮긴 전교조 법외노조화는 2013년 9월 박근혜 정권의 ‘노조 아님 통보’로 ‘완성’된다. 국정원은 수사참고자료에서 “2013년 2월 노동부가 전교조 법외노조화를 추진하자, 2013년 4월 대공수사국이 전교조 해직조합원 간부 현황을 정리한 문건은 확인됐으나 노동부에 실제 제공한 사실은 내부조사 한계상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다가올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주요 법적 쟁점은 6만여 조합원 중 9명의 해직자가 포함됐던 것이 노동조합법 시행령 제9조에 어긋나는 것이냐 등이다. 하지만 국정원의 감찰자료 등은 이번 사건의 근본적 성격이 ‘국가기관에 의한 노조 혐오와 파괴’나 다름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김민석 전교조 교권지원실장은 “전교조 법외노조화는 이명박 정부 국정원의 치밀한 기획으로 시작돼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마무리한 명백한 국가폭력으로, 문재인 정부가 당연히 해결했어야 하는 과제”라고 말했다.
<한겨레21>이 입수한 재판기록 상세 분석기사는 오는 18일 발행되는 <한겨레21> 제1313호에 실린다.
박태우 <한겨레21>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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