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세상] MB 노동부, ‘KT 민주노총 탈퇴 공작’…국정원은 ‘뒷돈’

MB 노동부, ‘KT 민주노총 탈퇴 공작’…국정원은 ‘뒷돈’

[MB 국정원 노조파괴 수사기록 분석⑥] ‘KT 민주노총 탈퇴 실천방안’ 문건 드러나

[편집자 주]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와 국정원, 고용노동부는 대대적인 노조파괴 공작을 벌였다. 보수단체와 언론, 대기업 및 관계기관 등도 다양한 방식으로 노조파괴에 가담했다. <참세상>은 이명박 정부의 국정원 노조파괴 사건과 관련한 검찰 수사자료를 입수했다. 증거기록만 7,296쪽, 공판기록은 1,501쪽에 달한다. 이들 자료에는 국가기구가 민주노총을 비롯한 민주노조 사업장, 나아가 한국의 노동운동진영을 어떻게 파괴하려 했는지 구체적인 증거가 담겨 있다. MB정권과 국정원의 노조파괴 사건이 벌어진 지 10년. 하지만 여전히 피해사업장과 노동자들의 회복은 더디기만 하다. <참세상>은 수사자료 분석을 통해 국가기구가 어떻게 노조파괴를 기획했는지 10회에 걸쳐 보도한다.

[MB 국정원의 노조파괴] 관련 기사

①MB 국정원 작성 노조파괴 문건 ‘176개’ 드러나
②MB 국정원의 전교조 죽이기…反전교조 단체에 2억 지원
③MB 국정원, 공무원노조 간부 해임까지 관여했다
④MB 국정원, 민주노총 탈퇴 관여 노조만 21개
⑤MB 국정원, 유성기업 노조파괴 관여 정황 나와
MB 국정원, KT노조 출신 관료에 1.5억…‘민주노총 탈퇴’ 유도
⑦민주노총 탈퇴했던 구 서울지하철노조, “국정원 돈 받았다” 시인
⑧靑·국정원·노동부, ‘국민노총’ 건설의 전말
⑨MB 국정원, 한국노총 선거까지 개입했다
⑩국정원 노조파괴, 대기업 돈줄로 보수단체 키워

이명박 정부 당시 국정원이 KT노조 위원장 출신의 고용노동부 관료를 앞세워, KT노조의 민주노총 탈퇴를 유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국정원은 해당 고용노동부 직원에게 민주노총 탈퇴 공작과 국민노총 건설 등 노조파괴 비용으로 1억 5700만원을 건넸다.

  이동걸이 국정원으로부터 돈을 받은 뒤 작성한 인수증.

KT노조 출신 노동부 관료, ‘민주노총 탈퇴’ 문건 작성

‘국정원 노조파괴 공작’ 검찰 수사자료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당시 이동걸 고용노동부 장관실 정책보좌관은 ‘KT 노사관계 선진화(민주노총 탈퇴) 실천방안’ 등의 문건을 작성했다. 이동걸 은 2000~2002년 KT노조 7대 위원장을 역임한 인물이다. 1998~2002년에는 민주노총 중앙위원을 역임했다. 2007년에는 이명박 당시 대선후보 선거대책본부에 참여했고, 2008년에 고용노동부 장관실 정책보좌관에 올랐다.

이동걸은 정책보좌관 시절 ‘KT노조 선거 관련 참고’ 문건을 작성했다. 문건이 작성된 시기는 2008년 12월, 제10대 KT노조 위원장 선거를 앞둔 때다. 해당 문건에는 ▲KT 노조 동향 ▲차기 위원장 선거 출마 예상자 현황 ▲차기 위원장의 역할 ▲차기 위원장 역할 수행에 적합한 인물 추천 ▲투표 결과 예측 등의 내용이 담겼다.

아울러 이동걸은 해당 문건에서 보수파 후보진영이 당선돼 민주노총 탈퇴를 추진할 것이라는 계획도 담았다. 그는 문건에서 “한나라당 책임당원 5년 차이면서 젊고 지역색이 없는, 소신껏 밀어붙이는 성격을 지닌 최○○ 후보가 향후 역할 수행에 최적 인물이라 판단”한다고 밝혔다. 김구현 후보를 ‘최용석(회사) 측 후보’, 최○○ 후보를 ‘뉴라이트 측 후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또한 차기 위원장의 역할로는 “정부의 노동정책에 대한 협력적 관계 선언, 기업별 노조의 무쟁의 선언, 합리적 구조조정 시행, 민주노총 탈퇴”가 있어야 한다고 썼다. 아울러 “민동회(KT민주동지회, KT노조 내 민주파)가 당선될 확률은 회사에서 지지하거나 조합원이 정신이상 상태여야 한다고 단정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동걸 당시 고용노동부 정책보좌관이 작성한 ‘KT노조 선거 관련 참고’ 문건 중 일부.
  이동걸 당시 고용노동부 정책보좌관이 작성한 ‘KT노조 민주노총 탈퇴 실천방안’ 문건.

실제로 그는 10대 위원장에 사측 후보인 김구현이 당선된 후, ‘민주노총 탈퇴 실천방안’ 문건을 작성해 실행에 옮겼다. 해당 문건은 2009년 3월 하순에 열릴 KT노조 대의원대회에 ‘민주노총 탈퇴 안건 상정’을 목표로 작성된 것이었다. 문건에는 “반드시 목표 달성을 위해 필요한 자를 대의원으로 추천 선출 유도, 사전 교육된 조합 간부 및 지부장 중심의 특별결의를 통해 (민주노총 탈퇴) 안건 상정 처리 유도”한다고 적혔다.

2년 뒤 KT노조 11대 위원장 선거를 앞두고서는 ‘KT노조 2011년 11월 말 위원장 선거 후보자 추천’ 문건을 작성했다. 그는 문건에서 “국민노총 가입 및 현 (이명박) 정권과 가장 코드가 잘 맞는 사람이며, 최○○을 위원장으로 하는 것이 2012년 양대 선거(총선과 대선)나 국민노총 향후 행보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썼다.

이 같은 일련의 과정을 통해, 당시 국내 기업 단위 노조 중 현대자동차 다음으로 컸던 KT노조(조합원 약 3만 명)는 2009년 4월 민주노총을 탈퇴했다.

검찰은 수사보고서에서 “노조 집행부를 접촉해 대의원대회에서 민주노총 탈퇴 안건이 상정되도록 유도했을 뿐만 아니라 대의원 선출에 있어서도 민주노총 탈퇴 안건 상정을 위한 적임자가 선발되도록 적극 개입함으로써 최종적으로 민주노총 탈퇴 투표가 가결될 수 있도록 치밀하게 계획을 수립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국고 등 손실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동걸은 지난해 10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6회 공판에서 ‘KT노조 민주노총 탈퇴 실천방안’ 문건을 두고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보고한 것 같다”며 “자발적으로 작성했다”고 시인했다. 또 이 문건이 노조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내용이 아니냐는 검사의 질문에 “그렇다”고 인정했다. 이 전 보좌관은 비슷한 시기 국정원 직원을 만나 돈을 받고, 노조 관련 얘기를 나눴다고 털어놨다.

국정원, 노동부 관료에 ‘노조파괴’ 경비 1억 5700만원 건네

이동걸 전 보좌관은 그 시기 국정원 직원을 만나 돈을 건네받았다. 민주노총 탈퇴와 국민노총 건설 등 노조파괴 실행 목적의 경비다. 국정원이 돈을 대고, 고용노동부가 노조파괴 공작을 실행한 셈이다.

국정원은 이동걸에게 2011년 4월부터 2012년 3월까지(1,2월 제외) 10개월 간 매달 1570만 원을 건넸다. 국정원이 이동걸에게 건넨 돈은 총 1억 5700만 원으로, 모두 5만 원짜리 현금이었다. 이동걸은 국정원 돈을 받을 때마다 자필로 영수증을 썼다. 그는 지난해 10월 공판에서 현금 수령 사실을 인정했다.

국정원도 국익정보국을 통해 KT 노조파괴 공작을 벌였다. 국익정보국은 국정원에서 국내 정보 수집을 담당하는 부서다. 국정원이 2018년 4월 서울지검에 제출한 ‘노조파괴 공작 의혹 진상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익정보국은 2008년 12월 KT노조 위원장 선거 때 강성후보 낙선을 위해 사측의 노무관리 강화를 독려하는 한편, 위원장 선거가 끝난 2009년 3월부터는 노조 위원장을 접촉해 민주노총 탈퇴를 유도했다.

국정원과 고용노동부는 긴밀하게 소통하며 노조파괴를 공모했다. 공판 기록에 따르면, 이채필 당시 고용노동부 차관은 국정원으로부터 예산을 끌어오는 역할을 했고, 이동걸은 ‘행동대장’ 역할을 맡았다. 이채필, 이동걸, 국정원 국익정보국 박 모 처장, 방 모 조정담당관이 정부과천청사 인근 그레이스호텔 식당에서 만나 노조 사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이채필 전 차관이 국정원에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 이동걸은 공판에서 국정원이 제공한 경비로 서울지하철노조, 현대중공업노조, 현대차노조, KT노조, 엘지화학노조, 영진약품노조 등을 만나 식사나 술을 대접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동걸은 국정원 직원과 KT 노조 선거 이야기도 나눴다고 진술했다. 이동걸은 “담당관은 그쪽(국정원)에서도 다 알고 내게 와서 ‘나름대로 알아보니까 이렇다던데 사실이냐’라는 식으로 물어왔다. 그래서 (위원장 후보 중) 누가 적임자라는 정도의 얘기는 했다”며 ‘정권 코드에 잘 맞고 이 사람이 위원장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피력했냐’는 검사의 질문에 “그건 한 것 같다”고 답했다.

  2018년 4월 국정원이 검찰에 제출한 수사참고자료 중 일부.
  국정원 국익전략실이 작성한 민주노총 와해 공작 문건.

KT 노조파괴 피해자 “국정원 해체 투쟁 나서야”

한편 이명박 정부의 KT 노조파괴 공작 피해자들은 현재까지 ‘해고노동자’ 신분으로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2009년부터 2010년까지 노조 내 민주파인 ‘민주동지회’ 의장을 맡았던 KT민주동지회 소속 조태욱 씨는 2010년 4월 해고됐다. 2009년 3월 당시 조 씨는 KT노조 집행부가 민주노총 탈퇴 안건을 기습적으로 올리자, 이명박 정부와 국정원의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이후 그해 7월, KT 분당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노총 탈퇴 공작 중단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후 사측은 조 씨를 무단결근 및 업무방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건조물 침입죄, 명예훼손 등의 혐의를 묶어 경찰에 고소했다. 이 과정에서 조 씨는 2009년 9월 중징계을 받았고, 이듬해 4월 해고됐다.

조 씨는 <참세상>과의 통화에서 “이명박 정부가 KT뿐 아니라 한국 노동운동 전반에 걸쳐 개입한 사실이 드러났다”며 “문건 제목만 봐도 개입의 정도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 이를 계기로 사회적 쟁점화하고, 국정조사나 특검을 통해 전면 진상규명에 나서야 한다. 그리고 전체 노동자는 국정원 해체 수준의 특단 조처를 촉구하는 투쟁을 해나가야 한다. 이 투쟁에는 민주노총이 중심에 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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