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저널] MB국정원, KT노조 사찰문건 추가 공개 판결···‘형사 재심·국가 손배’ 영향 주목
작성자: 최종관리자 | 조회: 150회 | 작성: 2023년 8월 22일 7:23 오후MB국정원, KT노조 사찰문건 추가 공개 판결···‘형사 재심·국가 손배’ 영향 주목
- 주재한 기자(jjh@sisajournal-e.com)
- 승인 2023.08.22 17:24
‘국정원 개입 발언’ 허위라며 해고된 노동자···국가기관 개입 사실로 드러나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이명박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이 KT 노동조합 선거에 개입하고 민주노총 탈퇴에 개입한 문건을 국정원은 추가로 공개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국정원 개입 발언의 허위성을 다투는 형사사건과 복직 소송, 국가와 회사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 등 4개 사건에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재판장 이주영 부장판사)는 조태욱 KT노동인권센터 집행위원장이 국정원장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소송을 지난 18일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법원은 공개 시 국정원 정보가 유출될 우려가 없고, 국가기관이 노조활동에 불법 개입한 정보공개를 거부할 정당한 이익도 없다고 판단했다.
조 위원장이 정보공개를 청구한 문건은 이명박 정부 때인 2008년 국정원이 생산한 ‘KT노조 위원장 선거 관련 동향 및 전망’, ‘조태욱 KT 노조위원장 출마 예상자 동향 및 OO의 대응 동향’, ‘KT노조위원장 선거 판세 분석 및 전망’, ‘온건후보 KT노조위원장 당선을 위한 당원 지원활동 실태’, ‘KT 노조의 민노총 탈퇴 추진 관련 활동 내용’ 등 14개 문건 중 ‘비닉’(庇匿, 덮어서 감추는 것)처리된 부분이다.
조 위원장은 지난 2020년 11월 및 2021년 6월 국정원에, 자신에 대한 사찰 및 KT노조의 민주노총 탈퇴 관련 등 관련자료를 공개하라는 내용의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이에 국정원은 202년 12월 및 2021년 7월 각 정보의 일부 내용을 비닉처리한 후 ‘부분 공개’했다. 그러나 문서 내용 상당 부분이 가려진 채 공개돼 내용 파악이 어려웠고, 이에 조 위원장은 재차 정보공개를 청구한 뒤 기각되자 이번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재판과정에서 국정원은 3개의 비공개 사유가 있다고 주장했으나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첫째 국정원의 조직·소재지 및 정원에 대한 정보는 국가정보원법상 비공개 사항이고, 이는 정보공개법에서 말하는 ‘다른 법률에 의해 비공개 사항으로 규정된 정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각 정보에는 문건의 작성 내지 배포자의 직위와 성명, 담당 부서 등이 기재되어 있지만, 원고는 당초 ‘국가정보원의 조직과 관련된 사항을 제외한 나머지 정보’에 관해 공개청구를 했으므로 위 정보들은 공개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그 외 부분 내용을 통해 국정원의 조직·소재지 및 정원과 관련된 내용을 추론할 수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비공개 정보에 성명·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가 포함돼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정보공개법 제9조 1항 제6호의 비공개사유)할 우려가 있다는 두 번째 주장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비공개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각 정보에는 KT노조 위원장 선거 당시 원고를 포함한 후보자들, 후보자들을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사람들, KT노조의 민주노총 탈퇴와 관련해 당시 KT노조 위원장을 설득하는 등 역할을 수행한 사람들의 각 이름과 직함이 포함되어 있다”면서 “(그러나) 원고는 당초 성명 등 개인정보를 제외한 나머지 정보에 관해 공개를 청구했고, 그 외 부분은 KT노조의 위원장 선거 당시 파악한 동향과 KT노조의 민주노총 탈퇴 추진활동에 관한 내용으로, 그 공개로 인해 개인의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봤다.
법인 등의 경영·영업상 비밀(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7호의 비공개사유)이라는 세 번째 주장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국정원은 국가기관일 뿐 사적으로 사업활동을 영위하는 사업자가 아니”라면서 “국가기관의 노조활동에 관한 불법개입 내지 민간인 사찰과 관련된 정보에 공개를 거부할 정당한 이익이 있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이 사건 각 정보에는 정보공개법 해당 조항의 비공개사유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 ‘국정원 개입 발언’ 허위라며 해고됐지만 사실로···파장 상당할 듯
이번 판결이 확정돼 비공개 부분이 추가로 공개될 경우 조 위원장이 진행 중이거나 향후 진행할 여러 사건에 영향이 불가피해 보인다.
조 위원장은 2009년 국정원이 사측과 공모해 노조선거 등에 개입했다는 내용으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가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 등을 이유로 해고됐다. 관련 형사사건에서 그는 유죄가 확정됐다. 그러나 뒤늦게 확보된 국정원 문건을 통해 국가기관의 노조 선거 개입 및 노조파괴 활동이 사실임이 드러났다. 또 사측이 이에 공모했다고 의심할만한 상당한 정황이 담긴 내용 역시 확보했다고 그는 설명한다.
실제 국정원이 2009년 7월6일 작성한 ‘KT 노조의 민노총 탈퇴 추진’ 문건에 따르면 ‘KT노조의 민노총 탈퇴를 위해 KT사측과 공조, 인사·보수제도 개선·임단협 타결 등을 유도, 노사갈등 요인을 제거’, ‘국익정보국은 사측과 협조, 조합원 대상 탈퇴 찬성 분위기를 확산’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KT노조 민노총탈퇴 관련 경영진대상 지원당부’ 문건에는 ‘이석채 회장이 사장단 회의를 소집한 자리에서 ’구조조정을 하려면 반드시 민주노총으로부터 탈퇴해야한다‘고 은밀히 주문함에 따라 극렬노조원의 저항과 반발이 심화’라고 적시돼 있다.
그러나 법원은 “국정원에서 KT경영진을 대상으로 지원을 당부하겠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라며 조 위원장의 재심 청구를 기각했다.
조 위원장은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1심에서 일부 승소)을 진행 중이며, 명예훼손 형사사건 재재심(재심은 증거불충분으로 기각)을 준비 중이다. 형사사건 재재심이 인정될 경우 이후 복직 소송과 회사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도 함께 제기할 계획이다.
조 위원장은 “2020년부터 2021년까지 국정원으로부터 7차례에 걸쳐 총 38개 문건을 받았다. 22개가 노조위원장 선거개입 문건이고 16개가 민주노총 탈퇴 공작 문건이었다”며 “이 중 14개 문건이 과도하게 비닉 처리된 부분이 많아 이번 행정소송을 제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에 확보한 문건만으로 국가기관의 불법행위가 충분히 입증됐다고 생각했지만 국가손배에서 국정원과 사측이 공모한 부분, 형사사건 재심 등이 기각됐다”며 “소송에서 상대방은 증거불충분을 지속적으로 주장했기 때문에 이번에 확보한 문건을 추가 증거로 제출할 계획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