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때 국가정보원이 KT 노동조합 활동에 개입하고 민간인을 사찰한 문건을 공개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재판장 이주영)는 조태욱 KT노동인권센터 집행위원장이 국정원장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지난 18일 조 위원장 승소 판결을 내렸다.
조 위원장은 2020년 11월과 2021년 6월 국정원에 자신에 대한 사찰과 KT노조의 민주노총 탈퇴 관련 문건을 공개하라고 청구했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08년 국정원이 생산한 ‘KT노조 위원장 선거 관련 동향 및 전망’, ‘조태욱 KT노조위원장 후보자 특이 동향 보고’, ‘온건후보 KT노조위원장 당선을 위한 당원 지원활동 실태’, ‘KT노조의 민노총 탈퇴 추진 관련 활동 내용’ 등 문건 14건이 정보공개 청구 대상이었다. 그러나 국정원은 이 문건들의 상당부분을 비닉(내용을 알 수 없게 가림) 처리해 제공했다. 이에 조 위원장은 비닉처리된 부분까지 모두 공개하라고 소송을 냈다.
국정원은 비닉처리가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국정원의 조직·소재지·정원, 사생활의 비밀·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는 정보, 경영·영업상 비밀은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고 규정한 국정원법과 정보공개법에 따랐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국정원의 노조 개입·사찰 문건을 비공개할 만한 사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문건에 국정원의 조직·소재지·정원 관련 내용이 포함돼있지 않을 뿐 아니라 문건을 통해 이를 추론할 수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어 “(문건은) KT노조의 위원장 선거 당시 파악한 동향과 KT노조의 민주노총 탈퇴 추진활동에 관한 내용으로 그 공개로 인해 개인의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국정원은 국가기관일 뿐 사적으로 사업 활동을 영위하는 사업자가 아니고, 문건 내용이 경영·영업상 비밀에 관한 사항도 아니다”라고 했다.
재판부는 “국가기관의 노조활동에 관한 불법개입 내지 민간인 사찰과 관련한 정보에 공개를 거부할 정당한 이익이 있다고 볼 수도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