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KT CEO후보]②안정된 경영인 김영섭…포부 묻자 “시기상조”

[KT CEO후보]②안정된 경영인 김영섭…포부 묻자 “시기상조”

LG CNS 대표 재임 시 매출·영업이익↑
디지털 전환·체질 개선 성공했다는 평가
업계 인정 ‘재무통’…클라우드 사업 확대

편집자주연매출 25조 KT그룹의 수장을 가릴 운명의 한 주가 시작됐다. KT는 다음 달 초 후보 3명을 대상으로 심층 면접을 진행한다. 김영섭 LG CNS 전 대표, 박윤영 전 KT 기업부문장(사장), 차상균 서울대 교수다. 면접을 거쳐 차질 없이 CEO 단독 후보 추천이 이뤄질 경우 임시 주주총회를 연다. 대표 승인은 주주총회 특별결의 형태로 주총 참석 지분의 60%를 넘겨야 한다. 본지는 국가적으로 중요한 기업인 KT 후보 3명을 심층적으로 소개한다.

KT 대표 최종 후보자명단에 오른 김영섭 LG CNS 전 대표(사진)는 타 후보자들과 비교해 경영인으로서는 가장 안정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LG그룹 ‘재무통’으로 불리던 그는 LG 구조조정본부 재무개선팀 상무를 역임했고, LG CNS에서 경영관리부문 상무, 경영관리본부 부사장, 솔루션사업본부 부사장 등을 지냈다. LG CNS 대표 시절엔 자회사를 대거 정리하는 등 사업 구조조정을 통한 수익성 강화에 주력했다.

LG CNS 대표 시절은 그의 경영 역량이 크게 발휘됐던 시기다. 매출과 영업이익에서의 양적 성장이 이를 방증한다. 그가 지휘봉을 잡은 첫해인 2016년 회사 매출은 2조9477억원이었는데, 그가 대표에서 물러나기 직전 해인 2021년엔 4조1431억원으로 올라 5년 새 약 40% 성장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686억원에서 3286억원으로 두배 가량 뛰었다.

이러한 실적을 올릴 수 있었던 데는 김 전 대표가 ‘클라우드 퍼스트’를 기치로 클라우드, 스마트팩토리, 스마트물류 등 핵심 DX(디지털전환)사업을 확대, 회사 체질 개선에 성공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금도 LG CNS는 클라우드 영역에서 최고의 MSP(Managed Service Provider) 사업자로 평가받는다. MSP는 고객의 IT시스템을 클라우드에 이관하는 작업을 지원하고 최적의 운영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을 말한다. 그의 대표 재임 시절 LG CNS는 8개 LS 계열사 시스템을 마이크로소프트의 퍼블릭 클라우드 애저(Azure)로 전환하는 사업을 맡아 국내 MSP 강자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LG CNS의 클라우드 경쟁력은 글로벌 클라우드 공급 기업들에도 인정받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AWS 프리미어 티어 파트너’ 자격을 획득했는데, 이 자격은 아마존웹서비스(AWS)가 국가별 풍부한 클라우드 사업 경험을 보유한 파트너사에만 제공한다.

스마트물류 분야에서도 고객의 페인포인트(Pain Point·불편한 지점)에 착안한 신사업 ‘RaaS(Robot as a Service)’로 수익모델 다각화에 성공했다. RaaS는 고비용의 물류 로봇을 원하는 기간 동안 구독하는 서비스다. LG CNS는 서비스 출시 직후 여러 온라인 유통업체와 RaaS를 계약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이밖에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 분야의 전문가들을 키워내며 과거 SI(시스템통합)에 집중됐던 회사의 체질을 개선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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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경력 측면으로만 보면 지금 당장 KT 수장 자리에 올라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인물이지만, 그의 사업 관리 능력에 의문 부호를 제기하는 사람도 있다.

사회보장정보시스템 먹통 사태가 대표적인 사례다. 사회보장정보시스템 사회복지와 연관된 여러 시스템을 하나로 통합하는 대형 프로젝트였다. 사업 규모만 1200억원에 달했다. LG CNS가 주사업자로 참여해 2022년 9월 시스템을 구축했지만, 구축 초반부터 계속해서 오류가 이어져 사회보장 급여 서비스 수급자와 지자체 복지 관련 담당 공무원들의 큰 불만을 샀다. 수급자들은 급여를 제때 받을 수 없었고 담당 공무원들은 민원인들의 항의를 받고도 아무런 조치를 할 수 없었다.

이 일로 김 전 대표는 그해 국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불려 나가 고개를 숙여야만 했다. 2022년 3월 대표 재연임에 성공했지만, 이 사태로 인해 연임 확정 8개월 만에 자리에서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경쟁사 출신이라는 점과 통신 전문성이 다소 부족하다는 점도 약점으로 꼽힌다. 김 전 대표는 럭키금성상사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뒤 LG에서만 38년간 일한 ‘LG맨’이다. 통신 업계 근무 경력도 LG유플러스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았던 2014년~2015년 1년이 전부다. KT 내부에선 “업계 상황을 잘 모르는, 경쟁그룹의 임원을 출신을 굳이 대표로 모셔와야 하느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물론 다년간의 기업 경영 경험을 갖췄고 신성장 산업으로 주목받는 디지털 전환 분야에서 굵직한 역할을 해 왔기 때문에, ‘탈(脫)통신’을 지향하는 KT에 새로운 경쟁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인물이라고 평가하는 이들도 있다.

김 전 대표는 1일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KT 대표 후보로서 포부를 묻는 말에 “아직 최종후보자가 아니기 때문에 드릴 말이 없다”며 “시기상조다. 지금 무슨 말을 하든 그 자체가 교만하기 그지없는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그는 “만약 최종후보자가 된다면 말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나훔 기자 nah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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