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경제신문] [KT 대표 공백 사태] 한영도 교수 “KT 지배구조는 상당히 선진화, 문제는 경영진”

[KT 대표 공백 사태] 한영도 교수 “KT 지배구조는 상당히 선진화, 문제는 경영진”

  •  고명훈 기자
  •  승인 2023.03.29 13:50

-KT 임원 출신 한영도 교수 인터뷰…회사 사정 잘 아는 지배구조 전문가
-“KT 사외이사 멤버, 정치에 주력했던 인사들…산업·경영 경험 없어”
-“지배구조 개선 이유로 5개월 간 직무대행?…회사 방치하는 것”

KT가 CEO 공백 사태로 경영에 초비상이 걸렸다.

구현모 대표가 연임을 포기했다. 우여곡절 끝에 대표이사 최종 후보에 올랐던 윤경림 사장마저 스스로 물러났다. KT는 사상 초유의 세 번째 CEO 후보를 정해야 하는 처지에 직면했다.

사업 체질 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끌며 상승세를 타고 있던 터라 더욱 아쉬움의 목소리가 크다.

KT는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사장)을 임시 대표직으로 세우고, 직무대행 체제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새로운 지배구조 개선안을 도입해 차기 CEO를 선임할 예정이며, 여기에는 약 5개월이 소요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CEO 공석을 하루 빨리 메꿔야 하는 긴급한 상황에서, 새로운 선출 방식을 도입한다는 결정은 경영 리스크를 심화하는 ‘시간 끌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녹색경제신문>은 KT 임원 출신 한영도 상명대 경영경제대학 교수와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회사 지배구조 실태의 본질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짚어봤다.

한영도 상명대 경영경제학과 교수.
한영도 상명대 경영경제학과 교수.

한영도 교수는 KT 현역 시절 영업·마케팅부터 시작해 사업기획, 회계, 기업가치 평가 등 주요 업무를 수행했으며, KT 전·현직 임직원들이 속한 K-Business연구포럼의 의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한 교수는 최근 KT의 CEO 공백 사태를 두고, 현재 구축된 KT 지배구조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이를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운영하는 사람들에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KT의 지배구조는, 국내는 물론이고 세계 어느 기업에도 뒤지지 않는 훌륭한 제도를 갖추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라며, “문제는 지배구조라는 규정 등 제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지배구조의 지배, 운영과 관련된 KT 안팎 사람들의 문제이며, 지금 그 부분이 굉장히 불투명하다”라고 말했다.

KT 지배구조위원회를 구성하는 이사회 임원들을 비롯해, 회사 밖에서 영향력을 미치는 ‘보이지 않는 손’을 지적하는 의견이다. 특히 한 교수는 그간 이사회에 포함됐던 구성원에 특이점이 있다고 꼬집었다.

한 교수는 “지배구조를 지배하고 운영하는 상당 부분의 역할을 가진 사람이 이사회의 보드 멤버인데, 여기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KT 이사회를 구성했던 멤버를 보면 산업이나 경영에 대한 경험보다는 정치에 주력했던 사람들이 들어와 있던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회계를 전문하는 사람은 이사회에 많이 없다”라고 토로했다.

실제 최근 사퇴를 발표한 김대유·유희열 사외이사는 노무현 정부 시절 각각 대통령비서실 경제정책수석비서관과 과학기술부 차관 출신이며, 앞서 먼저 물러났던 이강철 이사 역시 대통령비서실 시민사회수석비서관을 지냈던 인물이다.

한영도 교수는 “정부와 국민연금이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하라고 지적했던 것은 사실 우회적으로 얘기한 것이지, 이것이 근본적인 문제는 아니다”라며, “이 제도를 지배하던 사람들이 문제였던 것”이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반 사기업의 경우 지분을 가지고 지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오너가 따로 있기 때문에 합법성과 정당성을 인정받는 것이지만, KT는 누구 한명의 소유권이 있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들이 야기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KT 송파빌딩 전경. [사진=KT]
KT 송파빌딩 전경. [사진=KT]

한영도 교수는 직무대행 체제로 전환하기로 한 KT의 결정이 잘못됐다며 5개월간 새로운 방식의 선출 제도를 도입해 대표이사 선임을 미루는 것은 회사를 5개월간 방치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KT는 전날 박종욱 임시대표와 주요 경영진들로 구성한 비상경영위원회를 신설하고, 그 산하에 사업 현안을 담당하는 ‘성장지속 태스크포스(TF)’와 대표이사·사외이사 선임 절차를 수행하는 ‘뉴 거버넌스(New Governance) 구축 TF’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뉴 거버넌스 구축 TF를 통해 지배구조 개선안을 새로 마련하고 대표이사 선임 절차에 돌입하겠다는 것이다. 지배구조 개선 작업과 함께 2차례 임시 주주총회까지 최종 선임에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 교수는 “새로운 제도 하에 새로운 방법으로 선출하겠다는 건데 그 과정에서 5개월을 소요한다는 건 사실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닐까 상당히 의문이 든다”라며, “5개월까지 끌 것이 아니라 지금은 빠르게 비상체제로 전개해야 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미 기존 이사들이 다 퇴임을 선언한 상황에서 사실상 경영이 비정상 상태가 됐는데, 체제가 무너졌으면 빨리 정상화하는 게 우선이며 여기에는 KT 내외 인사들에 다 책임이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직무대행 체제가 아니라 새로운 경영체계가 만들어질 때까지 기존 퇴임한 이사들이 대신 업무 수행권을 가동해야 하며, 이는 상법(제 386조, 이사의 원수를 결한 경우에는 임기의 만료 또는 사임으로 인하여 퇴임한 이사는 새로 선임된 이사가 취임할 때까지 이사의 권리의무가 있다)으로도 다 보장돼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박종욱 사장이 임시대표로 있는 지금 대행 체제는 KT 직원들과 주주들에게 인정받는 체제가 아니다”라며, “설사 지배구조상 미흡한 부분이 있다 하더라도 현재 대행체제가 아니라 신임 대표이사와 새로 구성된 이사회에서 다루어야 하는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후속기사로 이어집니다.

고명훈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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